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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더 이상 그런 설교는 안 됩니다

갓페미, 교회 및 선교 단체 내 '여성 혐오' 소책자 발간

최유리   기사승인 2017.08.23  12: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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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여성들이 교회와 선교 단체에서 겪은 혐오 사례를 담은 소책자 '갓페미'(갓+페미니즘)가 제작됐다. 내용은 선교 단체 IVF(한국기독학생회) 서서울지방회가 올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진행한 행사 갓페미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44쪽 분량 소책자 곳곳에는 현장 사진, 참가자들 후기, 갓페미 4중 축복 기도문 등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는 콘텐츠가 수록돼 있다.

3월에 열린 갓페미는, 그동안 교회와 선교 단체 안에 묻혀 있던 여성들의 경험담을 듣는 자리였다. 이날 참가자 58명은 △내 안에 참자매가 없다 △설교 망치는 남자 △페미의 길, 그리스도의 길 △여성, 그대의 사역은 △아담 왜 침묵? 등 다섯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신앙 공동체에 '페미니즘'을 들여온 첫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여성 청년들은 그간 선교 단체와 교회에서 겪었던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를 쏟아냈다. 갓페미를 기획한 장미빛·전해운·표선아 간사는, 행사가 끝나고 이야기들이 그냥 흩어져 버리는 게 아쉬웠다. 현장에 오지 못한 학생, 지부 간사들에게 여성들이 공동체 안에서 겪는 불편함을 알리고 싶어 소책자를 제작하기로 했다.

장미빛 간사는 "갓페미에서 나온 우리 목소리를 통해 IVF 공동체가 페미니즘을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배포하게 됐다. 책자에 나온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고민의 시작이 되기를, 이미 고민 중인 이에게는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3월 갓페미 행사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여성 혐오 문화 및 설교 지적
"불편하면 직접 문제 제기하자"

소책자는 다섯 주제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발제문과 참가자들의 실제 사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등을 적었다. 교회 안에 스며든 여성 혐오 문화, 기독교인과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실제적인 질문들을 담았다.

'설교 망치는 남자'에는 성차별적 설교를 들었을 때 대응법을 다뤘다. 갓페미는 강호숙 박사가 강의 중 한 말을 인용해 △성 역할을 나누는 설교 △여성을 배제하거나 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은 설교 △여성을 비하하는 설교 △성희롱적 설교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소책자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들은 사례가 적혀 있다. 혐오 설교는 교회 예배는 물론, 선교 단체 수련회 외 신학대 채플, 결혼식 주례 등 다양한 곳에서 일어났다.

"우리 교회 자매들은 자녀 양육을 잘하기 위해 결혼 전에 회사 다니지 않고 성경 공부한다."
"믿음 좋은 청년이 예쁜 자매와 결혼한다."
"남자 형제들의 신앙생활과 교회 정착을 위해 자매들이 치장해야 한다."
"남성은 머리이고 여성은 남성에게 잠잠하고 복종해야 한다."
"로또에 당첨되면 남자는 건물과 차를 사고, 여자는 강남에서 성형한다."

혐오 설교를 들었을 때 대처 방법도 써 놓았다. "교단 내 여성, 성소수자 등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목사에게 페미니즘 책을 선물한다", "여성과 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교회와 목사 리스트를 서로 공유한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목사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한다", "설교 피드백이나 질문 등 목사와 교인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창구를 만든다", "<뉴스앤조이>에 고발한다"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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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책자는 '참자매' 코르셋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참자매'는 한때 IVF 안에서 모범이 되는 여성상을 일컫는 말이다. 소책자에는 참가자들이 생각하는 참자매의 정의, 참자매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일 등 경험담을 적혀 있다. "몸이 여리여리하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지 않는", "조신하고 순종적이면서 형제를 세워 주는" 사람을 '참자매'로 규정했다. 참자매는 많이 먹어서도 성욕을 직접 드러내서도 안 된다.

책자에는 참가자들이 교회와 선교 단체 안에서 참자매라는 '코르셋'에 갇히게 된 경험과 이에 대한 불만도 들어가 있다.

"스킨십 브레이크는 여자가 걸어야 한다고 많이 들었다."
"남자들이 야동 보는 것은 비교적 용인되는 분위기지만 여성들이 본다고 하면 더 음란하고 밝히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신입생 사역할 때 '예쁜 애 들어오면 좋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형제들이 던지는데 반대로 '잘생긴 애 들어오면 좋겠다'고 하면 밝히는 여자가 된다."
"남성들의 짧은 축구 바지도 야하다. 허벅지 보고 싶지 않다."
"여성 쪽에 혼전순결 비중을 더 둔다."
"이런 이슈로 문제를 제기하면 '넌 너무 예민해'라고 말한다. '프로 불편러'로 찍힐까 봐 말을 못한다."

여성들은 참자매가 되기 위해 잘 못하는 화장을 하고, 목소리 작아지는 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기까지 했다. 남성들이 발언할 때 재미없어도 애써 웃고 세워 주려 노력했다. 매일 아침, 같이 사는 자매들에게 옷을 검열받기도 했다. 참자매가 될 수 없어 일부러 더 '남성스럽게' 하고 다녔다는 사람도 있었다.

참자매 코르셋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도 책에 있다. 불편함이 감지된 순간에 바로 대응하기, 프로 불편러 되기, 참자매에 부합하지 않은 자신의 몸을 인정하면서 참자매 코르셋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미러링·낙태 괜찮은 건가요
민감한 질문도 피하지 않아
페미니즘과 신앙 접합점 모색

교회 및 선교 단체 여성 청년들은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해방감을 느꼈다. 그러나 기독교인으로서 고개를 갸웃하는 지점도 있었다. 기독교인이자 페미니스트를 정체성으로 삼은 여성들이 겪는 갈등은 '페미의 길, 그리스도의 길'에서 소개했다. 이들은 △성 해방이 성 자유주의로 나아가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남성성과 여성성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미러링처럼 페미니즘 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격성은 정당한가 △생명을 중시하는 기독교 문화에서 임신 중단 합법화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등 고민들을 담았다.

갓페미 소책자에는 남성들 이야기도 수록돼 있다. '아담 왜 침묵?'에서 남성들은 자신이 가담했던 여성 혐오, 여성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적었다. 남성 참가자들은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여성이 직장을 다녀도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라 여긴 점",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했던 것" 등을 자신 안에 있는 여성 혐오로 언급했다. 이들은 자신이 남성이지만 온·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을 표하는 글을 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갓페미 소책자는 9월부터 IVF 지부 130여 곳에 배포된다. 사진 제공 갓페미

IVF 서서울지부 홍순주 대표간사는 "완성 단계에서 원고를 받아 시종 미안하고 아픈 마음으로 읽었다. 학자나 문필자가 쓴 세련된 글은 아닐지라도, 이 글에는 기독 공동체의 일상 속에서 여성들이 겪은 억압과 차별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담겼다. 오늘날 기독 공동체는 젠더 감수성이 가장 낮은 곳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 작은 책자가 비정상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기독 생태계의 잔잔한 호숫가에 파문을 일으키는 작은 돌멩이의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고 했다.

소책자는 9월 신학기부터 IVF 지부 130여 곳에 배포된다. 세 간사가 소속한 서서울지방회에는 사회 선교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갓페미 소책자를 나눠 줄 예정이다. 외부 판매 계획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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