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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봉사하는 청년③] '동원'하지 말고 '독립성'을

청년에게 귀 기울이는 교회들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08.22  17: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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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교인들의 봉사가 필요한 곳입니다. 주일예배, 교회학교는 물론 미화, 식당 봉사까지 목회자 혼자 다 하기 어렵습니다. 중장년도 많이 봉사하지만 청년들의 봉사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EYCK)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282명 중 14.9%(42명), 30대는 175명 중 19.4%(34명)만이 교회 봉사 없이 주일예배만 참석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외 청년들은 청년부 임원, 교회학교 교사, 반주자, 성가대, 찬양팀 등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2030 청년들이 주일마다 교회에 헌신하지만, 이들에게 늘 은혜가 충만한 건 아닙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부나 일을 하다가 주말에 교회에서 살다시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힘에 부쳐 사역을 그만하겠다고 하면 "기도로 어려움을 이겨내 보자"는 말이 되돌아옵니다. 봉사를 통해 기쁨과 보람을 누리기도 하지만, 지쳐 나가떨어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봉사한 후 교회를 떠나는 이들도 생겨납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에서 봉사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마지막 기사에서는 청년들 입장을 수렴하려 노력하며 사역을 펼치는 교회를 살펴봅니다. 청년들의 고충을 들은 부교역자가 담임목사와 교회 중직자를 설득하고, 청년들이 스스로 사역을 기획하는 모습을 소개합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자 청년들 입이 바빠졌다. 청년들은 이제 막 부임한 A 목사에게 그동안 쌓여 있던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하소연에 가까웠다.

A 목사는 2014년 말, 서울 서대문구 ㄱ교회 청년부 담당으로 부임했다. 청년부에는 매주 약 350명이 출석했다. A 목사는 먼저 임원과 리더를 만났다. 앞으로 사역 방향과 계획을 정하기 전,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전과 소망을 나눌 것으로 기대한 상견례 시간이 예상 외로 흘러갔다.

"청년들이 모두 지쳐 있었다. 교회에 잔행사가 많고, 청년들이 수시로 행사에 동원되고 있었다. 임원 혹은 리더가 임기를 마치고 나면, 탈진해 교회를 떠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불필요한 사역에서
청년부는 제외

ㄱ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뉴스앤조이>가 만난 청년들 역시 자신들이 마치 교회 행사를 위한 부속물 같다고 했다. 봉사가 힘들어도 채워짐이 있다면 지속할 수 있는데, 채워지는 것보다 소진되는 게 빠르다며 아쉬워했다. 교역자들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교회 시스템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A 목사는 청년들 이야기를 듣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부담을 줄여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담임목사에게 찾아가 청년들이 교회 행사에 동원되는 일이 없도록 요청했다.

"사역이 힘들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거기서 얻는 보람과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거다. 교회에서 봉사하는 청년들이 공급을 얻지 못하고 소진되기만 하고 급기야 교회를 떠난다면, 그 사역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을까."

담임목사는 A 목사 말에 수긍했다. A 목사가 청년들 의견을 듣고 건의하면 그대로 수용했다. 그 결과, 1년에 두 차례씩 갔던 군 선교나 매년 열리는 전 교인 체육대회 등 교회 행사에 청년부가 동원되는 일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A 목사는 청년부 내에서 청년들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일도 과감히 실행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청년부 토요 기도회를 없애고, 리더 모임도 매달 마지막 주는 쉬게 했다.

"목사가 기도회를 없애고 리더 모임을 줄이니 교인들이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렇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릴 필요가 있었다. 청년들이 사역에 매몰되지 않고 온전한 신앙생활을 누리는 것. 그게 더 중요했다."

그 결과, 청년들은 소그룹 모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청년부 리더 B는 "리더도 쉼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소그룹 멤버에게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목사님이 이런 부분을 배려해 주니, 리더들이 편안하게 소그룹을 이끌 수 있었다. 멤버들도 그걸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교회 중직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문제였다. 교회 중직자들은 청년들이 교회 사역에 적극 참여하길 원했다. 새로 온 부교역자가 교회 관행을 바꾸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다. 청년들을 보면 "왜 그것밖에 못 하냐", "더 열심히 봉사하라"고 했다. 그런 말에 상처 입은 청년도 있었다.

A 목사는 교회 중직자들을 한 사람씩 찾아가 대화하며 설득했다. 청년이 처한 현실이 옛날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설명하며, 이들이 청년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교회 안에서 사역자 역할은 교인들 간 이견을 조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사역을 놓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중간에 있는 사역자가 나서야 한다. 세대 간에 다리를 놓아 줘야 한다."

A 목사는 사역을 줄이려는 동시에 사역이 갖고 있는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다른 이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나누는 일이 얼마나 값진지 얘기하며, 봉사하는 청년들을 수시로 격려했다. 그러면서도 봉사를 강요하지 않고 청년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청년들이 교회에 나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이들이 참된 신앙 안에서 바르게 서도록 돕는 게 전도이자 선교다. 외부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대단한 집회나 사역을 펼치는 것보다, 교회 다니는 청년들이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청년부 찬양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C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청년들이 교회 사역을 '개미 지옥'에 빗댔다.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힘들어서 그만하겠다고 하면 '수고했다'는 말은커녕 오히려 비난받는 느낌이었다. 교회 봉사로 힘들 때, 목사님이 '그래도 하자'고 얘기하지 않고 '알겠다. 수고했다'고 말해 주어 너무 감사했다."

사역, 봉사보다 참된 신앙 안에서 바로 서는 게 더 중요하다. 

'운영위원회' 꾸려 독립
청년들 스스로 사역 기획
필요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

서울 강남구 ㄴ교회는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사역을 펼칠 수 있도록 자발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 교회는 청년부에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역만 진행된다.

ㄴ교회 청년부는 임원과 리더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청년 자치 기구다.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D 목사도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지만, 어디까지나 구성원 중 한 명일뿐이다.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는 위원장은 청년이 맡고 있다.

운영위원회는 청년부 사역을 기획하고 사역별 예산을 편성한다. 부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역은 운영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청년부 담당 교역자라도 운영위원회 승인 없이 기도회 하나 마음대로 열 수 없다.

운영위원장 E는 "교회가 청년들의 생각과 의사를 존중해 주는 분위기다. 교역자가 일방적으로 부서를 운영할 수 없다.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위원장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위원장은 다른 리더들을, 리더들은 멤버들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D 목사는 "우리가 강조하는 건 '목적'과 '동기'다. 아무리 좋은 사역이나 집회가 있다 해도 목적과 동기가 분명하지 않으면 그 안에 기쁨과 은혜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전 교인 수련회를 놓고 청년부가 설문을 진행했다. 오랜만에 열리는 전 교인 수련회에 청년부가 참석할지 말지를 두고 의견을 물어본 것이다. 설문 결과, 청년부는 따로 수련회를 열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D 목사는 담임목사에게 청년부 뜻을 전했고, 담임목사도 이를 존중했다. 전 교인 수련회는 가고 싶은 사람만 가게 했다. 청년부 200여 명 중 36명만 전 교인 수련회에 참석했다.

"담임목사는 교회 행사에 청년이 얼마나 참석했는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교역자들에게도 가시성 집회나 프로그램도 요구하지 않는다. 담임목사가 나에게 바라는 건 말씀을 더 연구하고 청년들을 자주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출퇴근 시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ㄴ교회는 올해 초 '진로와 소명'을 주제로 2박 3일 컨퍼런스를 열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대2병'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청년이 많기 때문이다. 청년부가 먼저 행사를 제안했고, 교회도 이를 수용했다.

E는 "청년들 중에는 학교를 쉬고 취업을 준비하거나, 일하면서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청년들에게 딱 필요한 주제였다. 청년들 반응이 좋아 여름 수련회에서 같은 주제로 특강을 한 번 더 열었다"고 말했다.

교회는 이외에도 청년들이 실제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 주려 노력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재정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를 초청해 재무 설계를 주제로 강의를 열 계획이다.

오늘날에 맞게 장학금 유형도 다변화했다. 보통 교회는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데, ㄴ교회는 대학생은 물론, 대학에 가지 않았지만 진로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 대학 졸업 후 취업 혹은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을 위해 생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D 목사는 "평일에도 청년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자연스레 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 이러한 필요를 교회 사역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청년들이 스스로 사역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자발성을 보장하고 있다.

교회 사역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들이 바라는 건 사역을 줄이거나 없애는 게 아니다. 이들이 원하는 건 자신들을 대하는 교회의 태도가 바뀌는 것이다. 청년들은 교회 예배·행사에 동원될 때마다 '소모품', '부속물', '동원 대상'이라고 느낀다.

B는 리더를 그만두려 할 때, A 목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이거 하나 못한다고 신앙이 무너지는 건 아냐." 그는 이 말에 힘을 얻어 사역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사소한 말 한 마디와 존중과 배려가, 오늘날 청년들이 한국교회에 바라는 모습이다.

청년들의 헌신은 당연하지 않다. 청년들뿐 아니라 교회 내 누구의 헌신도 당연한 것처럼 강요할 수 없다. 담임목사부터 담당 목회자, 기성 교인들과 청년들 모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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