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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봉사하는 청년②] 사회에서는 N포, 교회 봉사는 N개?

시대는 바뀌었는데 교회 행사는 그대로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08.21  15: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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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교인들의 봉사가 필요한 곳입니다. 주일예배, 교회학교는 물론 미화, 식당 봉사까지 목회자 혼자 다 하기 어렵습니다. 중장년도 많이 봉사하지만 청년들의 봉사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EYCK)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282명 중 14.9%(42명), 30대는 175명 중 19.4%(34명)만이 교회 봉사 없이 주일예배만 참석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외 청년들은 청년부 임원, 교회학교 교사, 반주자, 성가대, 찬양팀 등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2030 청년들이 주일마다 교회에 헌신하지만, 이들에게 늘 은혜가 충만한 건 아닙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부나 일을 하다가 주말에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힘에 부쳐 사역을 그만하겠다고 하면 "기도로 어려움을 이겨내 보자"는 말이 되돌아옵니다. 봉사를 통해 기쁨과 보람을 누리기도 하지만, 지쳐 나가떨어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봉사한 후 교회를 떠나는 이들도 생겨납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에서 봉사하는 청년들 이야기를 들어 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사역을 강권할 수밖에 없었던 목회자들 이야기를 다룹니다. 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하는, 또는 담당했던 교역자를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에게 청년들이 교회 봉사로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는지, 그럼에도 사역을 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뜨거운 태양 볕 아래 파전을 굽는 건 고역이었다. 천막이 직사광선을 막고 있었지만, 열기는 막지 못했다. 등줄기로 땀이 계속해서 흘렀다. 파전을 굽던 교회 청년 A(29)는 잠깐이라도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민들이 음식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올해 6월, 서울 서대문 ㄱ교회 마을 축제 한 장면이다.

ㄱ교회는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역으로 매년 마을 축제를 열고 있다. 교회 인근 공원에 천막 여러 동을 설치해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음식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CCM 가수, 밴드를 초청한 공연도 선보인다.

이날 축제는 성황리에 끝났다. 준비한 행사를 문제없이 마쳤지만, 축제 준비 팀이었던 A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지역 주민과 교회를 위한 축제라고 하는데, 솔직히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와서 고생하는 건 청년들뿐이다." A는 왜 교회 행사에 청년들만 동원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관행대로 하는 일 많아
보여 주기식 행사 몰두

<뉴스앤조이>는 앞서 교회에서 봉사하는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소개했다. 청년들은 교회에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봄에는 전도 축제와 부활절, 여름에는 수련회와 비전 트립, 가을에는 합창·체육대회, 겨울에는 봉사 활동과 성탄절 등등, 일년 내내 쉴 틈도 없이 행사가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교회가 하는 많은 사역이 정작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자신들은 마치 자리 수를 채우기 위한 동원 대상 또는 행사를 위해 필요한 부속품 같다고 했다.

청년들이 이런 불만을 갖는 건, 교회가 충분한 의미 부여와 설득 없이 매년 관습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교인 1만여 명이 출석하는 ㄱ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B 목사는 "교회 행사는 대부분 절기에 따라 관례대로 해 오던 것들이다. 다른 교회에서 반응이 좋았다는 이유로 하는 일도 있다. 목적과 취지가 불분명한 채 청년들을 사역에 내모니,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역자들이 가시성 행사에 몰두하는 것도 일이 많은 원인 중 하나다. 인천에서 이주민 노동자 사역을 하는 ㄴ교회 C 목사는 이전 교회에서 10년 동안 청년부를 담당했다. 그는 부교역자들이 담임목사와 교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보여 주기식 프로그램을 열 때가 많다고 했다.

"교역자들이 기도, 성경 공부, 심방 사역만 할 수 없다. 사역 일지에 '기도 많이 했다', '심방 많이 했다'고만 쓰고 눈에 보이는 사역을 내놓지 않으면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을 동원해 가시성 행사를 준비하는 이유다. 담임목사와 교인들에게도 열심히 사역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교회는 매년 관례대로 하는 행사가 많다.

"우리도 다 그렇게 하면서 살았다"
청년 현실 공감 못하는 말에 상처

교역자나 교회 지도자 그룹도 할 말이 있다. 이전부터 해 오던 일을 그대로 했을 뿐이고 기성세대도 청년 때 열심히 했는데, 왜 너희만 불만이냐고 말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처한 현실은, 한국교회가 양적 성장을 누렸던 때와는 많이 다르다.

오늘날 청년들은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10명 중 1명이 취업을 못하고 있다(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청년 실업률이 9.8%다. 이 통계청 지표는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계 실업자, 불완전 취업자 등을 포함해 2016년 청년 체감 실업률을 34.2%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하다. 청년들 중에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 포기까지 넣어서 5포, 여기에 '꿈'과 '소망' 포기를 넣은 7포 세대가 등장했다. 포기할 게 미지수라는 의미인 'N포 세대'가 오늘날 청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일부 교역자도 일선에서 이런 변화를 느낀다. 출석 교인이 100여 명인 인천 ㄷ교회 D 강도사는 청년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 예전처럼 봉사나 헌신을 강요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목회자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온갖 교회 봉사를 도맡았던 D 강도사는 이전에 청년이라면 누구나 교회에서 많은 봉사를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직장에서 전쟁과 같은 일상을 치르는 청년들을 보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청년들이 예전과 달리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힘들다는 이유로 사역을 내려놓겠다고 하는 이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교회 어른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봉사와 사역을 강요한다. 힘들면 더 열심히 하라고 강요한다. 힘들수록 교회를 더 섬기며 하나님께 나아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이다."

전체 교인 절반 이상이 청년으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청년 사역에 특화된 ㄹ교회 E 목사도 "청년들은 각박하고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더 이상 이들에게 과거처럼 봉사나 사역을 무작정 강요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교회는 여전히 과거에 했던 것을 아무 변화 없이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청년들은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소수에게 사역 몰리는 현실
소진시키지만 말고 채워 줘야
봉사는 신앙의 척도인가

각박한 현실에 지쳐 봉사를 내려놓은 청년들 빈자리를 채우는 건 또 다른 청년들이다. E 목사는 "교회는 늘 일꾼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그러다 보니 평소 열심인 청년에게 사역이 몰린다"고 했다. D 강도사도 "청년 한 사람당 맡은 일이 서너 개씩 된다. 성가대, 찬양팀, 주일학교 교사는 기본이다"고 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들 중에는 교역자 말에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소위 '예스맨'이 많다. B 목사는 "청년들이 평소 설교나 강의에서 헌신과 섬김을 강조하는 말을 들어 교회 사역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를 죄스러워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했다.

'교회 일'이 '세상 일'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C 목사는 "직장·학교·가정 등에서 하는 일이 교회 봉사보다 덜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가 있다. 목사들이 교회 봉사와 사역만 강조하니 왜곡된 세계관을 갖게 됐다"고 했다.

봉사는 은혜에 대한 반응이다. 대다수 사람은 하나님에게 받은 사랑을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한다. 섬기면서 은혜를 경험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역이 과중되고 계속해서 일에 내몰린다면, 누구나 탈진할 수밖에 없다. 1년 봉사가 끝나자마자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B 목사는 "사역에 지쳐 교회를 떠난 청년들을 만나 보면 다들 후회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많은 일을 혼자 도맡았을까 하고 말이다. 이제는 교회 일이라면 환멸을 느끼는 자신을 보며 헛산 것 같다고까지 하더라"고 말했다.

청년 사역 연구 단체를 이끌고 있는 F 목사는 교회가 청년들을 전인격적으로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은 치열하게 살고 있다. 평일에는 일터에서, 주말에는 교회에서 바쁘게 살아간다. 교역자들은 일만 시키지 말고 이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살피고 그 필요를 채워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F 목사는 봉사하는 청년들도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봉사를 많이 하는 사람이 신앙이 좋다고 잘못 생각하는 이가 있다. 봉사는 신앙의 고백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봉사 자체가 신앙 상태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교회 사역이 과중돼 주변과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교회는 "다음 세대가 중요하다", "청년이 한국교회 미래다"라며 각종 집회와 이벤트를 펼쳐 왔다. 하지만 이런 행사마다 차출하듯 동원된 청년들은 교회가 오늘날 자신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체질과 시스템을 개선하길 원한다. 이전에도 그렇게 해 왔다는 이유로, 봉사와 헌신이라는 명목으로 청년들을 채찍질해 온 건 아닌지 교회에 묻고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청년들 입장을 수렴하려 노력하며 사역을 펼치는 교회를 살펴볼 것이다. 청년들의 고충을 들은 부교역자가 담임목사와 기성세대를 설득하는 과정을, 청년들에게 자발성을 부여하고 교회 사역을 이들의 필요에 맞게 기획하는 모습을 소개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는 교회 봉사로 고민하는 분들을 모시고 8월 22일 독자 모임을 합니다. '나의 헌신은 당연하지 않다'를 주제로 하는 이번 모임에 오셔서 고민을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요? 독자 모임에 오실 분들은 참가 신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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