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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물질만능주의 결과물

소비 통해 종교개혁 정신 회복해야

희년함께   기사승인 2017.08.21  14: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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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국민 한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먹는 계란이 연간 256개나 되다 보니 관심이 상당합니다. 언론은 원인을 찾기에 바쁘고, 정부는 수습과 대안 마련에 고심입니다.

언론에서는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을 양계업자의 도덕적 해이, 정부 당국의 미흡한 규제 및 관리·감독, 공장식 밀집·대량 사육으로 꼽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살충제 계란 파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식품 안전 체계 개편, 동물 복지 농·축산업 확산 등 근본적인 개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구제역, 조류독감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살충제 사용이 필요 없는 동물 복지 농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해졌습니다. 소비자 동의 없이는 살충제 계란 파동도 구제역, 조류독감 파동의 살처분 사례처럼 일시적 대응책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자본주의라 불리는 현대사회에서는 소비자가 왕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본주의가 낳은 살충제 계란

살충제 계란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왕인 소비자가 더 싼 상품을 찾기 때문입니다. 양계업자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싸게 계란을 공급해야 합니다. 소비자에게 계란을 싼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단위면적당 최고 효율을 올릴 수 있는 공장식 대량·밀집 사육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닭은 A4 용지 반 장 크기의 층층이 쌓인 케이지에서 먹이를 먹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자연에서 진드기를 털어 내는 흙 목욕은 언감생심이기에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밤낮 불을 켜 두고 강제 털갈이를 하게 하다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면역력이 떨어지면 항생제를 과다 투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에 계란을 공급하려면 살충제, 항생제, 산란 촉진제, 호르몬제는 반드시 필요한 수단입니다.

축산업의 근본적인 개편 방법으로 동물 복지를 강화한다는 것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기계가 아닌 생명으로 닭을 인식한다는 말입니다. 가축을 생명으로 인식하면 공장식 대량·밀집 사육은 할 수 없습니다. 공장식 대량·밀집 사육을 하지 않는다면 닭과 계란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가 동물 복지 농장의 닭과 계란을, 공장식 대량·밀집 사육 방식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구입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이야기하는 축산업의 근본적인 개편은 또다시 공허한 이야기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소비, 일상의 투표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만능주의로 흘러가는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소비자에게 있습니다. 소비자 권리를 제대로 행사한다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바꾸는 기회는 가끔씩 찾아오는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만이 아닙니다. 소비는 매시간 우리에게 주어지는 투표 자리입니다. 이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장 싼 물건을 사는 것은 돈을 최고 가치로 여기고, 돈에게 우리 주인이 되어 달라고 하는 투표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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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비싸더라도 생명을 생명답게 대하는 동물 복지 농장 제품을 구매하고, 땅과 환경을 생각하는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이웃을 대접하라"고 명하시고 인간을 이 땅의 청지기로 부르신 하나님을 우리 주인으로 고백하는 행위입니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단순히 윤리적 권면이 아닙니다. 역사를 주관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은 가난한 이들을 억압하고 다른 생명을 학대하는 불의를 저지르는 사회를 당신의 통치 원리인 공평과 정의의 저울추에 달아 보십니다. 하나님은 저울추의 임계치가 넘어가는 불의한 문명을 소멸시키십니다.

더 싼 값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만들어 낸 유전자조작 가축과 식품, 대량 학살로 땅에 묻힌 수백·수천만 마리의 가축은 인간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되돌아올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생명을 경시하고 돈을 최고 가치로 삼은 문명은 반드시 쇠퇴한다는 사실을 숱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물질 만능으로 치닫는 세상에 제동을 걸 존재가 필요합니다.

종교개혁, 일상의 회복

하나님은 '의와 공도'를 행하는 하나님나라 백성을 세우기 위해 아브라함을 선택하셨습니다(창 18:19). 아브라함의 자손인 이스라엘을 계승하는 신약시대 교회는 먼저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것으로 세상 가운데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나라를 확장해 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소비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나라를 확장해 갈 수 있을까요. 일상의 투표인 소비 행위 속에서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하나님나라 황금률을 실천해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과도한 육류 소비를 줄이고,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동물 복지 농장 제품과 유기농 농산물을 판매하는 한살림, 아이쿱, 두레생협 등에서 나온 제품을 사용하는 일은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하나님나라를 이루어 가는 작은 실천이 될 것입니다.

많은 성경학자가 종교개혁의 중요한 함의로 '일상성 회복', '일상생활 영성'을 이야기합니다.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일상 속에서 '돈의 신 맘몬을 선택할 것인지, 생명의 창조자 하나님을 선택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 그리스도인이 '소비'라는 일상의 투표를 통해 이 땅에 있는 피조물의 신음과 고통에 응답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성영 / 희년함께 학술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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