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영원한 하나님 말씀이 오늘 우리 현실에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 모색이다." (7쪽)

김근주 교수가 쓴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성서유니온)는 단순히 성경을 풀이하는 데서 그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성경을 읽을 때 맥락을 제대로 파악해 삶의 자세를 돌아보고 일상 가운데 올바른 신앙인으로 살아가고자 고민하는 기독교인에게 적절하다. 김근주 교수가 QT 잡지 <매일성경>에 기고한 12꼭지를 엮은 책이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 / 김근주 지음 / 성서유니온 펴냄 / 184쪽 / 8,000원

저자가 첫 장부터 강조하는 성경 읽기의 핵심 목적은 '가능한 내 욕망을 넣지 않은 채'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을 바로 아는 것이다. 저자는 성경 무오설을 무조건적으로 신봉하는 읽기 방법을 경계한다. 건강한 비판이 성경 읽기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판을 하면서 성경을 읽을 수 있을까. 예수께서도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마 7:1)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문인지 일부 기독교인은 '비판'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말씀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예수께서 부당한 권력자의 약자 억압에 대해 어떻게 일갈하셨던가. 불의에 대한 그분의 날카로운 비판의 자세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맥락'이 되는 예수의 행적을 고찰하지 않고서 본문만 문자 그대로 흡수해서 적용하는 것은 오류다. 마태복음 7장 본문도 '비판적으로' 읽을 때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말씀의 대상을 가리켜 주님이 '외식하는 자'로 부르신다는 점(마 7:5)은 의미심장한데, 마태복음 23장에서 주님이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가리켜 '외식하는 자들'이라고 고발하며 화를 선포하시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그들이 세밀한 십일조에는 온 힘을 다하면서 정작 율법의 더 중한 바, 곧 의와 인과 신은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듯 주님의 말씀은 비판 자체에 대한 거부와 무관하다. 사실 7장 본문도 외식하는 자들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말이다." (41쪽)

이렇듯 저자는 교인들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잘못된 말씀 해석 방법을 하나하나 명쾌하게 반박한다. 성경을 읽을 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고민 지점을 이야기하면서 풀어 준다. 이를테면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성경 구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성경 저자의 집필 의도가 무엇인지, 말씀이 쓰인 당시 시대 배경은 어떠한지 등이다.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는 구약과 신약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특별히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신약이 새 언약이라면 옛 언약인 구약은 없어도 되지 않는가'라는 잘못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면서 구약성경을 경시하거나 오해하는 교인들의 시선을 바로잡는다. 저자는 오히려 신약보다 구약이 '더 삶에 가까운' 책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혼탁한 시대와 악한 정권에 맞는 적실하고도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가 구약에 담겨 있다. 다니엘과 예레미야의 말처럼 말이다.

"그런즉 왕이여 내가 아뢰는 것을 받으시고 공의를 행함으로 죄를 사하고 가난한 자를 긍휼히 여김으로 죄악을 사하소서. 그리하시면 왕의 평안함이 혹시 장구하리이다, 하니라." (단 4:27)

'왕'은 '아브라함'처럼, 민족 이스라엘을 상징한다. 저자는 이처럼 개인, 공동체, 공동체가 모여서 만들어진 국가가 어떻게 살아 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책이 구약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더불어 구약에 개인의 죄뿐 아니라 사회구조적 악법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공동체의 죄를 돌이킬 은혜의 율법'이 담겼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교인들 중에는 개인 회개에만 급급해 사회구조적 죄악을 잘 돌아보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구약 본문을 들어 이런 잘못된 통념을 뼈아프게 지적한다.

"이웃을 향한 빚 탕감을 다루는 면제년 혹은 안식년 본문을 보면서도 우리는 도무지 이 시대의 빚에 허덕이며 목숨을 끊는 이들을 돌아보지 못하고, 오직 내 죄를 탕감하신 주님만 묵상하게 되어 버렸다. (중략) 불의한 세상을 향한 예언자의 비판은 온데간데없이 언제나 자신의 마음속만 들여다보는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독재 권력과 부패한 권력에게 최상의 종교일 수밖에 없다." (117쪽)

옛 시대뿐 아니라 요즘 시대에도 편만한 성경 오독의 해악은 늘 소수자와 약자를 억압해 왔다. 성경 앞에서 노예, 흑인, 병든 자, 여성이 공공연한 차별을 받았다. 진리의 곡해가 무고한 희생을 부르는 칼날인 셈이다.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는 성경 오독을 막아 주고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의도를 짚는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는 자의적 성경 해석을 경계하기 위해 쓰였다. 마지막까지 성경 속 오해의 여지가 있는 대목을 본문과 역사와 신학으로 해설해 준다. 일상 속에 성경 말씀이 적용되는 기적을 경험하기 원하는 교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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