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권오륜 총회장)가 같은 교단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둘러싼 이단성 시비와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에 공개적으로 토론을 제안했다. 기장 총회는 앞선 8월 8일 임시 실행위원회에서 임보라 목사 '이단성 조사'와 관련해 교단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8월 10일 총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이재천 총무와 홍요한 국내선교부장이 참석했다.

이재천 총무가 기장을 대표해 발언했다. 그는 임보라 목사 사건을 두고 목회와 교리, 신앙과 신학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며 예장합동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임보라 목사 '이단성 조사' 관련 기자회견을 8월 10일 열었다. 이재천 총무(외쪽)과 홍요한 국내선교부장이 참석했다.

이 총무는 먼저 신앙을 표현하는 교리적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신학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 차이를 품지 못하는 한국교회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신학적 차이를 본질적 차이인 것처럼 갈등으로 내모는 일은 사탄의 궤계다. 기장은 적어도 서로 차이점이 있음을 고백하지만, 근본적으로 교회의 하나 됨, 상호 신뢰를 바탕에 둔 사랑으로 차이를 극복해 가는 교회 전통을 지키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예장합동과 7개 교단 이대위가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결국 동성애를 '찬성'과 '반대'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이재천 총무는 이번 사건을 보며 목회가 무엇인지,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우리에게 맡겨진 목양적 사명을 감당하는 공교회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목자의 사명을 감당하는 자를 이단성의 문제로 보는 행태를 반복하면 안 된다. 주님께서 오늘날 우리에게 주시는 사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묻는 토론의 장을 제의하고 싶다. 이 시대가 한국교회에 요구하는 목회적 돌봄의 손길이 무엇인지 함께 묻자."

예장합동 총회에 공교회로서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이재천 총무는 부탁했다. 그는 "예장합동이 목회적·선교적 과제를 이단으로 둔갑시켜 다룰 정도로 신학적으로 미숙한 교단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예장합동은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회 같은 임의 단체 뒤에 숨지 말고, 성소수자 관련한 목회적·선교적 문제를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자. 예장합동은 공교회답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보내서 함께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단의 공식 대응이 늦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홍요한 부장은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홍요한 부장은 "그동안 총회가 반응하지 않은 것은 예장합동이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회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청한다면 대응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총회가 미리 대응할 이유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8개 교단 이대위는 임보라 목사에 관한 기장 총회의 공식 입장을 묻는 공문을 발송하겠다는 이야기를 7월부터 교계 언론에 흘렸다. 하지만 기장 총회가 8개 교단 이대위로부터 공문을 받은 것은 8월 9일로, 기자회견 하루 전이다. 홍 부장은 "각종 인터뷰에서 발췌한 임보라 목사의 언행에 기장 총회가 동의하는지 묻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퀴어 성서 주석>에 대한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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