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거나 고통스러워하거나 흥분한 사람을 어르거나 타일러 기분을 가라앉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달래다'를 입력하면 나오는 첫 번째 설명이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랬다, 실의에 빠져 괴로워하는 친구를 달래 주었다' 등 쓰임새는 다양하다. 싱어송라이터 류아(流我)는 '달래다'라는 이름으로 7월 25일 첫 앨범을 냈다. 그가 달래고 싶은 대상은 누구였을까.

'달래다'는 류아가 2016년 CCM 그룹 디바소울에서 탈퇴한 후 솔로 찬양 사역자로서 처음 내놓은 앨범인데, 보통의 CCM 앨범과 구성부터 조금 다르다. 1~5번 트랙에는 대중음악을, 6~10번 트랙에 CCM을 넣었다. 대중음악과 CCM이 따로, 또 같이 가는 앨범이다. 류아는 CCM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노래해 왔다. 그를 8월 8일 서울 홍대 한 카페에서 만났다.

평범한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앨범 '달래다' 1~5번 트랙 주요 키워드는 '위로'다. 류아는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약함이 모여 삶을 채울 때도 삶에 지친 그댈 탓하진 않길. 지친 삶의 모진 시간 속에도 걱정 마요 내가 그댈 위로할 테니"라는 가사로 듣는 이를 위로한다. 경쟁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장점만 말해야 인정받는 세상에서 "약한 나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가사에 기독교 용어가 하나도 없다. "위로해 줄게"라고 말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물었다.

싱어송라이터 류아를 서울 홍대 한 카페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하나님, 예수님의 위로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이 이뤄진다고 봐요. 이미 이 땅과 내 안에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이 충만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나님의 계획, 선하심이 사람을 통해 드러나는 것 같아요. 내 옆에 있는 존재를 통해 하나님의 위로가 올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류아는 주변에서 만난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친구들, 갑자기 부당해고를 당해서 복직 투쟁을 벌이는 해고 노동자,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 등 처한 상황은 달라도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류아 자신도 작년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작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 있었어요. 너무 힘들다고 외쳐야 하는데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저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고, 그만큼 약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사람들이 날 떠날 것 같고, 그 사람이 떠난다면 제게는 상처가 되니까요.

사람이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은 다 다르지만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거라 생각했어요. 당신과 내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같을 거라는 생각, 그게 공감대잖아요. 공감대가 있어야 연대가 가능하다고 느꼈죠.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대상의 손을 잡거나 연대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류아는 무엇보다 힘들어하는 주변 친구들을 생각하며 녹음에 임했다. 어떻게 하면 가사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집중했다. "약한 내가 좋다. 난 강하지 않아"라고 고백하는 '약한 내가 나는 좋다'를 부를 때 류아는 스스로에게 '나는 강하지 않다'고 되뇌며 노래했다. 류아는 "내가 먼저 약한 사람이라고 고백했을 때, 들은 사람도 '나도 그렇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며 웃어 보였다.

'달래다'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사월의 봄'도 실려 있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사이행성)를 쓴 천주희 씨가 먼저 시를 써서 류아에게 보여 주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4월은 개나리·산수유 같은 생명이 피어나는 봄인데, 그 봄에 스러진 희생자들이 오버랩되면서 든 아픈 마음을 표현한 시였다. 천주희 씨가 쓴 가사에 류아가 곡을 붙였다.

'달래다'가
기존 CCM 앨범과
다른 점은…

류아는 가톨릭교회를 다니다 우연한 기회에 개신교 교회에 다니게 됐다.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할 때 함께하던 피아노 선생님이 교회에 다니라고 권했다. 처음 간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이었다. 뭣도 모르고 청년부 임원, 중고등부 선생님 등을 하며 교회 일에 헌신했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답답함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잘못된 것들, 신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속 시원하게 터놓고 얘기할 곳이 없었다.

'달래다'에는 대중가요와 CCM이 반반씩 섞여 있다. 사진 제공 류아

친구의 권유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에 출석했다. 당시 백소영 교수(기독교윤리)가 인도하는 성서 공부에 참석하며 조금 다른 결의 신앙에 눈을 떴다. 여성주의·윤리학 시선으로 성서를 바라볼 수도 있다는 백 교수의 해석을 들으며 감명을 받았다. 2년 전부터는 대한성공회 남양주교회 소속 나무공동체에 다니고 있다.

CCM을 부른 가수 중 '성공회 신자'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국교회에서 성공회는 여전히 '낯설음'의 대상이다.

"'키리에 엘레이손'과 '주의 기도'는 나무공동체 전례에서 쓰고 있어요. '마리아의 노래'는 성서 구절에 있기도 하고, 초대교회가 기록으로 남겨 둔 기도문이기도 하죠. CCM 시장에서 성공회 교인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고 활동하기는 쉽지 않아요. 성공회라는 이유만으로 공격당할 여지도 있거든요. 제 정체성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장로교, 감리회 교인이 제 앨범을 듣고 '성공회 교인이 만들어도 별로 다르지 않네?'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궁극적으로 교회 일치를 조금이라도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해요."

떼제 성가 '주님은 빛이시니'는 이런 다양한 신앙 경험에서 느낀 점을 고백하기 위해 선택했다. "주님은 빛이시니, 내 마음 환히 밝히소서. 주여 주여 어둠을 밝히소서. 주여 주여 어둠을 밝히소서"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 류아는 촛불 하나 켜 놓고 조용한 가운데 기도하면서 만나는 하나님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앞길이 너무 캄캄해 빛 한 줄기 찾을 수 없을 때가 사람마다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어두운 내 마음을 누가 밝혀 주면 좋겠는데 그때 의지할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수도 공동체 신비와저항에 2년 정도 출석했는데요, 제대 위에 밝혀진 작은 촛불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니 평안이 밀려오더라고요. 듣는 사람들도 내가 너무 힘들 때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 주는 가는 빛 한 줄기를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불렀어요."

보통 '순종의 노래'로만 알고 있는 '마리아의 노래'에는 "주님께서 전능하신 팔을 펼쳐서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어 버리시네. 권세 있는 자를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높여 주시네"라는 가사가 있다. 하나님의 사랑, 구원, 선하심을 주로 찬양하는 기존 CCM과 조금 다른 패턴이다.

류아는 조금 다른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마리아의 노래'는 원래 초대교회가 작성한 기도문이라고 들었어요. 초대교회 신자들은 당시 사회적 약자였잖아요. 예수를 메시아라 부르면서 그동안 몸담고 자란 유대 공동체에서 배제된, 사회적 아픔을 맛본 사람들이었죠. 그 상황에서 언젠가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모든 것이 회복되고 균형이 맞춰 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류아는 '나를 흘려보낸다'는 이름의 뜻처럼 자신의 생각을 음악으로 흘려보내는 가수가 되고 싶다. 감정을 솔직하게 잘 표현하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말해 주는 가수, 류아가 꿈꾸는 가수의 모습이다. 그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마음에 와닿게 전달하는 뮤지션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니까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7월 25일 첫 선을 보인 '달래다'는 현재 네이버 뮤직, 아이튠즈, 멜론 등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CD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네이버 혹은 페이스북 '싱어송라이터 류아 페이지'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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