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로교회에는 '위임목사' 제도가 있다. 장로교회에서 목사는 노회 소속이기 때문에, 위임목사는 개교회의 청빙으로 노회로부터 위임을 받은 목사라는 의미다. 교단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담임목사라고 부르는 대부분 목사의 정식 명칭은 위임목사다.

위임목사가 되면 70세 정년까지 시무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받는다. 교회가 위임목사를 청빙하는 것은 기업이 CEO를 데려오는 것과 다르다. 위임목사와 교회를 결혼 관계에 빗대는 경우가 많다. 서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인들이 위임목사를 해임할 수 있는 방법은 교단법상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반대로 위임목사의 경우 교회를 떠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담임목사 선출과 관련된 청빙 제도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폐쇄적 문화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위임받은 목사도 다른 교회로 청빙 제의를 받을 수 있다. 청빙 제의를 받은 목사와 청빙한 교회는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청빙 과정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교인들은 배제된다.

<뉴스앤조이>는 앞서, 최근 새문안교회로 청빙된 포항제일교회 이상학 목사와 서현교회로 청빙된 ㄷ교회 이상화 목사의 사례를 자세하게 살펴봤다. 마지막 기사는 한국교회가 경험해 온 청빙 제도에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지 살핀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한국교회는 - 개혁 운동 진영에서도 - 목회자를 청빙하는 교회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청빙을 할 수 있을지에 더 많은 관심을 뒀다. 세습을 막고, 교회 중직 몇몇에게 좌우지되는 것이 아닌 교인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청빙에 관심을 기울였다. 가족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한 상황에서, 청빙받은 목회자가 이전 교회에서 떠나는 과정은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떠나는 목사 교회 교인들 모르게 청빙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그 교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다. 불법은 아니다. 청빙된 목사들도 그렇게 주장한다. 법과 절차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불법이 아니니, 교인들도 으레 감당하는 것이려니 하면서 속으로 배신감을 삼키는 일이 반복돼 왔다.

불법은 아니다. 일반 기업도 아닌 교회에서, 위임목사가 오는 것을 교인들과의 결혼에 빗대기도 하는 교회에서 이렇게 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까.

다른 교회로 청빙되어 떠나는 담임목사와 교인이 건강하게 관계를 매듭짓는 방법은 없을까.

청빙과 사임 과정에서
불법 없었다 말하는 목사들
교인들은 왜 상처받았다 말하나

보통 장로교회의 담임 목회자 청빙 과정은 이렇다. 담임목사가 사임·은퇴·사망하는 일이 생기면 당회나 운영위원회는 청빙위원회를 구성한다. 청빙위원회는 담임목사 청빙 공고를 교단지 등에 게재한다. 이력서를 받거나 후보 추천을 받는다. 청빙위원회가 후보를 사정(査定)해 당회에 보고하면, 당회는 투표로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이후 공동의회 투표로 최종 선출한다.

일부 교회에서 이런 절차는 형식일 뿐이다. 공채인 것처럼 공고를 내지만, 실은 후임자로 삼을 만한 사람을 미리 내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력서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교회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물색해 자리를 제안하는 것이다.

후임자를 구하는 교회 입장에서는 - 대형 교회일수록 더욱 - 담임 목회를 두고 실험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설교와 목회 등이 검증된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다. 서울·수도권 대형 교회가 지방 중대형 교회 담임목사나 해외 대형 교회 담임목사에게 러브 콜을 보내는 이유다. 이런 방식이 관례처럼 굳어졌다.

올해 초 서울 충현교회로 청빙된 한규삼 목사도 비슷한 케이스다. 한 목사는 미국 대형 교회 뉴저지초대교회를 담임하고 있었다. 뉴저지초대교회 교인들도 한 목사의 충현교회 부임이 확정됐을 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자가 인터뷰했던 교인들은 한규삼 목사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헤드헌팅' 방식은 똑같이 반복된다. 담임목사를 빼앗긴(?) 교회는 또 다른 검증된 사람을 찾는다. 앞서 다룬 포항제일교회 역시 이런 식으로 후임자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제일교회 한 장로는 "아마도 포항제일교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차기 담임목사를 청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충현교회 한 당회원도 "교회에 꼭 필요한 목사를 적법한 절차로 청빙하려고 노력했다. 교회 현실을 이해하고 바꿀 목회자를 찾기 어렵다. 목사가 떠나오는 교회에 대해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저 미안한 마음 뿐이다"라고 말했다.

청빙 과정 어디에도 후보 목회자가 현재 사역하고 있는 교회 교인들이 낄 자리는 없다. 청빙위원회나 후보 목사가 현재 시무하는 교회에 직접 밝히지 않는다면 교인들은 끝까지 모를 수 있다. 언론 보도로 담임목사 청빙 소식을 접한 교인들이 담임목사에게 뒤통수 맞는 것 같은 일은 되풀이된다. 위임목사라는 말은 휴지 조각이 된다.

파송제, 순환 제도 등
대안 있지만, 변화 요원

현행대로라면 청빙받은 목사가 원래 목회하던 교회 교인들이 느끼는 배신감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려면 담임 목회를 하고 있지 않은 목사만을 대상으로 후임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위에 언급한 것처럼 후임자를 구하는 교회는 '검증된' 사람을 원한다.

이번에 이상화 목사를 청빙한 서현교회 김경원 목사도 현재 청빙 제도에 대한 전면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금과 같은 청빙 제도에서는 다른 교회로 떠나는 목사가 목회했던 교인들에게 어떻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사례를 통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선뜻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그나마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목회자 '파송제', '순환 제도'다.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로교회처럼 청빙을 개교회에 일임하는 상황이 한계를 맞았다면, 이웃 교단의 순환 제도를 살피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환 제도는 쉽게 말해 교단이 개입해 목화자 인사이동을 하는 것이다. 장로교회에서 목사는 설교하는 장로다. 김종일 목사(동네작은교회)는 "장로교가 원래 취지를 제대로 성찰해 사제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목사는 노회에서 관리하며 공동 목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목회는 장로에게 맡기고, 목사는 가르치는 역할에 충실하자는 의미다.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정도로 큰 제도 변화는 요원하다. 교단과 개교회, 목회자들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도 이런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 또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가 강한데다가, 초대형 교회는 이미 노회 행정을 좌우지할 만한 힘을 갖추고 있다. 몇몇 작은 교회 목회자가 공동 목회나 순환제를 실험할 수는 있겠지만, 교단 차원의 시스템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른 교회로 청빙되어 가는 목사의 사임 과정에 많은 교인이 상처받았다고 고백한다.

목회자 사임 과정에도
공동체적 절차 필요하다

합법적으로 청빙받아 가는 것이 교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현실. 그렇다면 법이 잘못된 건데, 그 법을 고칠 수도 없다. 목회자가 소명에 따라 움직이든지 야망에 따라 움직이든지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 의미에서 논란의 당사자가 된 목사들도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소명이더라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더라도, 배신감을 느낀 교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필요는 있다. 기자가 인터뷰했던 교인들도 공통적으로 이 점을 지적했다. 떠나는 목사들이 "합법적이다", "불법은 없었다"며 교인들 감정을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쳇말로 '조건'이 더 좋은 곳으로 떠나면서, '하나님의 뜻', '하나님께 받은 소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더욱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했다.

현실적인 변화를 찾자면, 떠나는 목사와 교인들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장을 마련하는 정도가 되겠다. 인간적인 사과와 용서가 필요하다. 박지호 소장(한국갈등전환센터)은 "목회자 사임 과정에서 공동체적 절차가 없기에 목사와 교인들이 갈등하게 된다. 청빙되어 떠나는 목회자와 교인들이 충분히 숙의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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