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권오륜 총회장) 소속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이단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지 약 50일이 지났다. '임보라 목사 이단성 조사'는 예장합동 남부산동노회가 지난해 101회 총회에 올린 헌의안에서 시작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고신·합신·대신 등 7개 교단 이단대책위원회가 합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예장합동이 타 교단 목회자의 이단성을 조사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임보라 목사가 속한 기장 목사 몇몇은 불편함을 내비쳤다. 이들은 임보라 목사가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이단이라 정죄하는 것은 도를 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향린공동체(향린교회·들꽃향린교회·강남향린교회·섬돌향린교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예장합동과 7개 교단 이대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기장 소속 목회자가 타 교단 목회자들 입에서 '이단자'로 낙인찍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기장 총회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동료 목회자들이 임보라 목사 편에서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총회는 여전히 조용하다. 지금까지 총회 기관 차원에서 임보라 목사를 지지한 단체는 기장여교역자협의회가 유일하다.

기장 내부에서도 총회의 안일한 대응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영미 교수(한신대 구약학)는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는 다양한 신학적 접근이 가능하다. (임보라 목사 건은) 동성애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장 총회가 동성애 옹호·반대 입장을 밝히라는 게 아니다. 기장은 타 교단 목회자에게 하는 행태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장 총회는 한국교단장회의가 7월 31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1면에 낸 광고에 이름을 올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런 와중에 기장 총회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7월 31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1면에 낸 '한국교회는 헌법 개정을 통한 동성 결혼과 동성애의 합법화에 반대한다' 광고에 이름을 올렸다. 동성애 때문에 자기 교단 목회자가 타 교단에 의해 이단자가 되게 생겼는데, 그 교단들과 연합해 동성애 반대 성명을 낸 것이다.

예장합동은 8월 7일 이단 심의 대상자들을 서울 강남구 총회 회관으로 불러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절차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장 총회 입장은 어떤지 권오륜 총회장과 이재천 총무의 의견을 들었다. 이재천 총무는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경우가 안 되는 사람들 이야기에 뭘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권오륜 총회장은 "총회 차원에서 대응하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합동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결과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 가족은 우리가 책임진다. 편을 들어도 우리가 들고, 징계를 해도 우리가 한다. 좀 기다려 달라"고 했다.

권 총회장은 "지난 100회 총회에서 향후 몇 년 동안 성소수자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결의했는데, 이것이 총회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임보라 목사 이단성 시비가 불거졌으니, 올해 틀림없이 관련 논의가 나올 것 같다고 예측했다. 그는 "서구에서 수십 년 의논한 것을 한두 해 토론하고 처리할 수는 없다. 우리는 교회와 국민의 정서적 입장을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단장협의회에서 낸 성명에 이름을 올린 것은 임보라 목사 경우와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권오륜 총회장은 "동성 결혼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우리 총회 결의와 맞지 않다. 신학교가 있는 전국 교단이 동참한 것인데, 우리가 빠지면 틀림없이 모든 언론에서 기장은 동성애 찬성했다고 할 것이다. 임보라 목사는 개인 신앙 양심에 따라 목회할 수 있지만 총회는 다르다. 이건 임 목사 건과 별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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