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라 목사 '이단성 조사' 과정을 짚어 보기 위해 7월 31일 서울 서대문구 안병무홀에서 월례 포럼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교회 주요 8개 교단이 합세해 '이단' 공세를 퍼붓고 있는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권오륜 총회장)를 제외한 주요 8개 교단에서 '이단성 조사'를 받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이 '이단성 조사' 운을 띄웠고 나머지 7개 교단이 합세했다. 개교회 목사 한 명의 이단성을 조사하기 위해 8개 교단이 한목소리를 낸 셈이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김진호 연구실장)가 임보라 목사 이단성 시비 과정에서 보이는 문제점을 짚고자 7월 31일 서울 서대문 안병무홀에서 월례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는 이단성 조사에 처한 당사자 임보라 목사와 미국 스펠만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치는 김나미 교수가 패널로 나섰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임보라 목사 이단성 논의를 전체적으로 짚어 보자는 의미에서 이번 포럼을 준비했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이단'은 수치스러운 역사다. 어떻게 보면 인류에 속죄해야 할 사안인데, 너무 함부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는 그동안 성소수자를 위해 활동해 왔다는 이유로 이단성 조사 대상으로 지목됐다. 예장합동은 임보라 목사가 <퀴어 성서 주석> 번역·출판을 주도했고,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앞섰다는 이유로 이단성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이단성 시비의 원인이 된 성소수자 문제를 교리신학적·윤리신학적 측면으로 살펴보고, 한국교회가 보이는 마녀사냥식 행태를 짚었다. 

집담회는 김진호 연구실장 사회로 2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집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요약·정리했다.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함께했다는 이유로 '이단 시비'에 휘말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수님은 동성애를 뭐라고 하셨을까

김나미 /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표준 규범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화한다. 그리스도교에서 그 변화의 기준점은 '예수'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질문을 계속하지 않나. 사람들은 계속해서 예수님의 입장과 성서의 입장을 확인하려 한다. 

성서는 한 권이지만 하나의 책은 아니다. 다양한 장르와 저자가 있고, 다른 시대 쓰인 여러 책을 모은 도서관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성서에 근거해 교리를 세우려는 시도는 절대 하나일 수 없다. 성서는 다양한 읽기와 해석이 가능하다. 어떻게 읽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교리와 가르침이 존재하게 된다. 

성서는 사실 많은 이슈를 언급하지 않는다. 성서는 성에 대한 체계적 가르침이나 한 가지 윤리적 지침만을 말하지 않는다. 성서는 윤리 지침서가 아니다.

성서에서 '결혼'에 대한 율법이 나오는데, 결혼의 목적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구약 율법 시대에서, 결혼은 자유한 이스라엘 남성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다. 희년을 말할 때도 남자 종이 결혼한 뒤 종이 됐는지, 종이 된 후 결혼했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현대 결혼 개념처럼 남성과 여성이 만나 출산하고 성적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다. 예수님 시대도 마찬가지다. 남성만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예수님은 동성애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결혼이나 섹슈얼리티(sexuality)에 대한 성경적 관점은 없다.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딱 한 가지 관점만 있는 건 아니다. 성서적 결혼관에는 일부다처제가 있다. 죽은 형의 아내와 결혼하는 풍습인 '형사취수제'가 있었다. 성서적이지 않다고 반론하겠지만, 그것도 분명히 성서에 있는 이야기다.

임보라 / 어떤 분들은 나를 대변하거나 옹호하면서 "임보라 목사는 그들(성소수자)을 선교 대상으로 바라보고 현장에 가는 것이지,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건드리는 게 아니다"라고 한다. 이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분들이 말하는 '동성애'에는 '사랑 애'자가 들어간다. 동성애자·성소수자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사랑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어떻게 사랑과 사람에 대해 기독교 신앙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할까' 라는 의문이 든다. 

'교리가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교회의 믿음 요약본을 교리라 하는데, 이 교리는 만고불변인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렇게 질문하면 또 교리를 부정하느냐고 묻는 등 '이단자'라는 말이 돌아오는 게 한국교회 현실이다.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가르고, 그 안에 교리 판단이 뒤섞여 있는 교회 현실에서 '한국교회는 얼마나 본인들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고 성찰할 수 있는가'라고 되묻고 싶다.

김나미 / 미국에만 500가지가 넘는 '그리스도교'가 있다고 말한다. 교단 수가 아닌 전통을 가진 그리스도교도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고 그가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예수가 누구였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논의하지 않는다. 다 다른 입장을 지니기 때문이다. 초대 기독교부터 지금까지 기독교는 한 가지 교리만 갖지 않았다. 개신교 교단도 기독교 진리를 다양한 형태로 보여 주고 있다. 

미국 교단에서도 동성애를 이해하는 입장은 다양하다. 교단들의 교리적 입장은 다 다르다. PCUSA(미국장로교회)는 2015년 동성 간 결혼을 인정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1970년대에는 동성애가 '죄'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성소수자도 성직자가 될 수 있다고 했고, 2015년에서야 동성 결혼을 허용한 것이다. 

미국연합감리교회 입장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직자가 동성 결혼을 주례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가장 보수 성향을 보이는 남침례회에서는 "동성애가 적절한 라이프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는 아니다"라며 불확실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임보라 / 퀴어 문화 축제가 시작한 지 18년이 됐는데 최근 4년에만 본격적으로 반대 집회를 열었다. 교리와 관련해 한 번쯤 다시 보면 좋겠다고 한 구절은 누가복음 6장 9절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물어보신다. 

"율법에 어떻게 하라고 하였느냐. (중략) 사람을 살리라고 하였느냐. 죽이라고 하였느냐." 

나는 이 질문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깊이와 무게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교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 말이 율법 시대로 회귀하자는 이야기인지 은총과 진리로 끊임없이 갱신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는 것인지(가 의문이다).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나미 교수는 "그리스도인 한 명 한 명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진호 / 동성애 논쟁이 나올 때마다 따라오는 게 '인권법' 문제다. 보수 개신교는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인권법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동성애가 잘못된 성정체성이라고 하는 것과 또 하나는 동성애가 전염된다고 보는 시각이다. 

임보라 /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된 이후, 차별금지법이나 지자체 인권 조례를 제정한다고 할 때마다 늘 반대에 부딪힌다. 보수 개신교는 인권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을 거꾸로 틀어서 말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임신과 출산으로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말하면,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을 조장하는 법"이라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반대할 때는 참 경악스러웠다. 보수 개신교는 "가난한 제3세계 사람들이 몰려온다. 동남아 무슬림이 몰려온다. 제3세계에 속한 13세 미만 여자아이가 한국의 소아성애자들과 결혼하려 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등 사회를 타락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온갖 혐오를 조장하는 말이었다. 원색적인 말로 이주민 혐오를 조장했다. 반윤리적이고 인류애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어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각종 토론회에서 '윤리'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한다.

윤리라고 하는 것은 '살리는 것'이고 그것을 떠난 윤리는 윤리라고 할 수 없다. 저들은 끊임없이 '건강하다', '정상적이다'는 말을 하고, 특히나 '이성애 가족' 제도를 벗어나면 다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취급한다. 이런 프레임은 꼭 성소수자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한 정상 규범을 벗어난 사람들을 다 대상화한다. 

김나미 / 성소수자 문제가 교리를 떠나서 윤리 문제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윤리신학이라는 건 생각과 행동을 분명하게 분리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진행하는 학문이다. 사회 속 이슈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 사회윤리적·신학적 범주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다. 

동성애를 잘못된 섹슈얼리티, 나쁜 섹슈얼리티라고 말하는 것은 좋은 성이 따로 존재한다고 여기는 성 규범, 성 윤리에 관한 것이다. 규범은 시간이 흐르면 바뀐다. 사회적으로 어떤 섹슈얼리티가 규범적이고 아닌가 하는 건 사회와 역사에 따라 바뀐다. 동성애를 나쁜 섹슈얼리티라고 말하는 데는 전통 가정을 해체하거나 종족을 번식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번식 불가를 이유로 동성애자를 비난하려면 독신자, 비혼자, 아이 없는 이성애 커플까지 다 같이 지적해야 한다.

권력 약해질 때 강화되는 마녀사냥 원리 

김나미 / 이단이라는 단어는 쉽게 쓰면 안 된다. 임보라 목사를 소환한다고 할 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단'이라는 단어는 초대 그리스도교에서 교회 일치성을 위협할 때 쓰는 단어였다. 마녀사냥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났다. 15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 일어난 대량 학살 사건이다. 역사적으로 교회 영향력이 약해질 때, 가톨릭과 개신교 싸움이 극에 치달을 때 마녀사냥이 일어났다. 세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을 악마로 지정하고, 그 사람들을 적대자로 만들어서 새로운 적을 양산했다. 

가부장 가톨릭교회가 여성을 마녀로 몰아 박해하던 게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인데, 최근에는 조금 다른 스토리가 있다. 꼭 가톨릭교회만 마녀사냥을 주도한 건 아니라더라. 마녀사냥이 몇 세기에 걸쳐 가능했던 이유는 '동네 사람들'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마녀로 고발한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들어서 그 다름을 강조하고, 나와 다르기 때문에 비정상정적이며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는 논리를 펼쳤다.

마녀사냥의 책임이 마을 공동체에 있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마을 공동체의 힘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마녀사냥을 중단할 힘도 공동체에 있다. 그리스도인 한 명 한 명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들이 "나는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개신교 지도층의 폭력과 혐오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임보라 / 지금은 성소수자만 정죄의 대상이 되지만, 여성 혐오 사회에서 그 범위가 여성으로 충분히 확장될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단 하나만이 옳다고 말하는 게 이단이다. 현대사에서 보면 '다름'의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가. 사상의 다름으로 인해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가 있다. 

두 사람이 발표를 마친 후, 무지개예수에서 임보라 목사와 함께 활동하는 자캐오 신부도 의견을 보탰다. 자캐오 신부는 임보라 목사를 공격하는 것은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타 교단 소속 목사를 이단이라고 공격해 실리가 얼마나 있겠느냐. 각 교단 내부에서 침묵하던 사람들이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파열음이 들리는 것을 통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가 이단 시비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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