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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벌 발견 못하면 평생 후회하며 살 것 같다"

[인터뷰] 스텔라호 실종 선원 가족 공동대표 허영주·허경주 씨

유영   기사승인 2017.07.29  13: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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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초기에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요."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4월 1일. 지금은 실종 선원 가족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허영주·허경주 씨는 동생 허재용 씨(이등항해사)를 기다리는 시간이 130일을 넘길 줄 몰랐다.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허재용 씨 둘째 누나 허경주 공동대표는 침몰 소식을 들었던 날을 긴박하지만 마음에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산에 있는 폴라리스쉬핑 상황실로 내려가는 길에 라디오 뉴스를 계속 들었어요. 구명정을 찾았다는 소식 등 무언가 계속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금방 찾겠구나 했지요. 그래서 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온다는 아버지에게 연락해 차표 취소하라고 말했어요. 금방 찾을 텐데, 내려올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표를 취소한 아버지가 새벽 1시에 다시 내려오겠다고 했어요. 그럼 내려와서 회나 한 접시 먹고 올라가자고 했어요. 침몰 당일에 동생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 거예요."

허재용 씨 큰누나 허영주 공동대표는 사건 첫날 외교부를 먼저 찾았다. 실종 선원 수색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허영주 공동대표는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실망했던 날이었다. 당시 외교부는 스텔라데이지호에 구명벌과 구명정, 생존을 위한 도구 등이 얼마나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5월 25일, 농성장을 찾은 신학생들에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수색에 대해 설명하는 허영주 대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그래도 처음에는 정부를 믿었다. 실종 후 일주일이 지난 4월 7일, 가족들은 답답한 마음에 외교부를 찾아 서울로 왔다. 외교부 차관은 매일 브리핑을 진행하겠다고 가족들과 약속했다. 가족을 위해 서울에 상황실을 마련하라고 선사에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은 며칠 지나지 않아 깨졌다. 정부가 약속한 브리핑 횟수를 줄이고, 마음대로 브리핑 시간을 바꾸거나 일정을 취소했던 것이다. 담당 국장들과 전화 연결이 안 되고, 담당자들은 가족들에게 문자로만 답하기 시작했다. 정부를 향한 신뢰는 점차 줄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만나러 갔던 날 모든 신뢰가 무너졌어요. 국무총리를 찾아가기 전, 일주일 내내 외교부에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했어요. 요청에 대해 아무런 진척이 없어 가족들이 직접 만나러 갔습니다. 국무총리공관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이라고 밝히자 경찰이 폭력적으로 대응했어요. 전 정권이 가족들을 어떠한 태도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가족들은 4월 27일과 28일 작성한 국민안전처 공문을 발견했다. 공문에는 당시 정부의 태도를 짐작하게 할 단서가 남아 있다. 27일 작성한 공문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수색과 관련한 보고가 가장 위에 등장한다. 그런데 28일 작성한 공문에는 스텔라데이지호 관련 보고가 모두 사라졌다. 허경주 공동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정부에서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몰라도 스텔라데이지호와 관련한 보고는 모두 빠졌어요.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니, 실종 선원을 수색하던 남대서양에 저기압이 올라오고 있어서 수색선이 빠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선사에서 나오던 시기였어요. 해수부 한 국장이 '보통 2주 수색하고 나면 끝나니까, 이제는 보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정부도 선원들이 모두 죽었을 것으로 여기고 그만하자고 결정한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정부와 선사는 집중 수색에서 통항 수색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는데, 수색 보고가 없다는 건 사실상 수색이 종료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두 명의 공동대표는 정부를 여전히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담당 부처 실무진이 한 명도 바뀌지 않았다. 허영주 공동대표는 "이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보고서를 부처 장관들에게 올릴 것으로 본다. 외교부와 해수부장관을 만나도 예산 부족과 주무 부처가 아니라 권한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정부 들어서 계속된 희망 고문에 가족들은 더욱 지쳤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인수인계 기간이 없었기에 수색 재개를 결정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 때문에 가족들은 아무런 행동도 못 했어요. 청와대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관련해 이야기 중이다', '회의하고 있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었어요.

기자회견이나 대국민 호소를 하려고 하면 다음 날 연락이 옵니다. 만나면 논의 중이니 3일 정도 더 기다려 달라고 해요. 그러면 우리는 또 아무런 행동도 못 하고 기다립니다. 정부를 거스르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달 정도를 끌었어요. 지금은 정부가 가족들이 행동하지 못하게 가둬 둔 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현재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수색은 사실상 종료된 상태다. 집중 수색은 통항 수색으로 변경됐고, 가족들이 외교부에 요청했던 섬 수색도 묵묵부답이다. 정부 브리핑도 7월 18일 이후 이뤄지지 않는다. 가족들 힘만으로 후속 대책을 세울 수도 없다. 이대로 모든 상황이 끝날까 가족들은 우려하고 있다.

4월 중순, 스텔라데이지호 취재를 위해 상황실을 방문한 기자에게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에 대해 설명하는 허경주 대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을 위해 나선 건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세월호 가족들이다.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과 함께 '스텔라데이지호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했다. 416연대, 416가족협의회, 가톨릭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참여연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준), 감리교시국대책위,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옥바라지선교센터 등 종교·시민 단체도 참여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실종 선원 수색을 재개하도록 대책 회의를 이어 가고 있다. 허영주 공동대표는 "청와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거나 국무총리실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수색과 관련한 사안을 이관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대책위에서도 가족들 요청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대책위는 7월 28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외교통일위원회 간사)와 만났다. 대책위는 이 의원에게 "하승창 사회혁신수석비서관이 아직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들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허영주 공동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는 청와대 내 안보 라인이 담당해야 한다. 하 수석에게 배정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인사를 마치기 전의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하승창 사회혁신수석비서관은 세월호 참사와 함께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과 관련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들은 현재 생존 가능성이 남아 있어요.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되려면 안보 라인이 담당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니면 대통령령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이관해야 합니다. 국무총리가 정부 부처와 조정해 실종 선원 수색이 진행되도록 하면 됩니다. 지금 청와대에서는 수색과 관련해 진전도 후퇴도 없어요."

5월 10일 청와대 1호 민원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 중인 허영주(오른쪽), 허경주(왼쪽) 공동대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허영주·허경주 공동대표와 70대 부모는 모두 생업을 포기했다. 가족 전체가 허재용 씨 찾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허재용 씨 가족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구명벌을 찾는 것이다. 허영주 공동대표는 "발견되지 않은 구명벌 한 척을 찾아야 이 사건이 종결된다. 모든 실종 선원 가족이 동의하는 점이다. 해수면이든 해저든 무조건 찾아서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수색을 더 할지, 수습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지점에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혹시, 구명벌이 침몰하는 배에 걸려 가라앉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심해에서 구명벌을 찾는다면 실종 선원들의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도 결정할 수 없어요. 정부의 말에 따라 수색을 종료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러다 구명벌이 발견되면, 실종 선원들이 가족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낄까요. 평생 겪어야 할 죄책감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겠어요. 이 생각과 비교하면 생계 문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명확한 선까지 가지 않는다면 실종 선원과 가족 모두가 후회할 겁니다.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선사와 합의한 가족들도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합의를 선택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편 생사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구명벌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구명벌에 가족이 타고 있을지 모릅니다. 제가 생각한 것처럼 평생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한 분이라도 더 힘을 보태 주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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