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뉴스앤조이>가 2017년 첫 독자 모임을 열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2017년 하반기를 맞아 매월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그 주제를 취재해 온 기자들에게 취재 뒷이야기도 듣고, 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과 조금 더 많은 대화를 나누려 합니다.

첫 모임 주제는 '교회 내 여성 문제 X 뒷목 잡는 취재 뒷담화'로 잡았습니다. 사회는 '페미니즘' 관련 이슈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지만, 교회는 어째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보입니다. 목회자 성범죄, 성 역할 고정, 제도적 성차별 등 교회 내 다양한 여성 문제가 있는데요. 여성 독자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7월 26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카페효리에서 들어 봤습니다.

이번 모임은 '여성'이 주제인지라 여성 독자들만 신청을 받았습니다. 모임 현장에 있던 남성들은 <뉴스앤조이> 대표와 기자 5명뿐이었는데요. "여성들만 있어야 더 편한 대화가 가능할 것 같다"는 참석자 한 분의 의견을 존중해 기자들마저 현장에서 쫓아(?)냈습니다.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당한 느낌이 어땠는지, 후에 직접 들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일 저녁인데도 26명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무엇이 이분들의 발걸음을 움직였는지 궁금했습니다. 참석자 한 분 한 분에게 짧은 자기소개를 들었는데요. 평범하게 교회 다니는 교인, 기독교 여성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 교회 권력 피라미드 최하층이라고 하는 전도사, 선교 단체 학생들, 신학교에 다니지만 여성 문제에서만큼은 전혀 해답을 찾지 못한 학생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했습니다. 모두 "이런 자리가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교회 현장에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바를 털어놓고 나눌 자리가 그만큼 부족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참석자 중에는 "원래 교회에 가야 하는데 몰래 왔다", "내가 여기 왔다는 사실을 지인들이 알면 안 된다" 등 자신이 드러나는 걸 꺼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모여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것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임에는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기독교윤리학)와 정신실 작가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두 분에게 한국교회 내 여성 문제 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백소영 교수는 '여성성' 혹은 '여성의 소명'을 하나님이 부여한 '신적 질서'로 믿고 이를 21세기인 지금까지 주장하는 시대착오적 담론을, 정신실 작가는 '목회자 성범죄'를 꼽았습니다.

두 가지 모두 여성들이 나서서 바꾸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특히 '목회자 성범죄'는 취재기자인 저희가 볼 때도 뾰족한 해결 방안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목회자·선교사 성범죄를 취재해 온 최유리 기자가 뒷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최 기자가 만난 한 목사는 목회자 성범죄에 대해 "사람은 실수할 수 있으니 원스트라이크아웃은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전병욱 목사가 어떻게 지금까지 버젓이 목회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대답입니다.

패널로는 최유리 기자(왼쪽부터), 백소영 교수, 정신실 작가와 이은혜 기자가 참석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페미니즘'을 알게 된 이후 여성 교인들은 교회에서 더욱 답답해졌습니다. 사실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선으로만 생각해도, 교회에서는 고구마 100개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참석자들도 그런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꼭 남성들에게만 느끼지 않습니다. 같은 교회 여성 교인들에게도 그렇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정신실 작가는 "교회에서 여성인데도 남성 목사에게 유리한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몇 년 전에는 그랬을 수 있다. 그래서 내 가장 가까운 한 사람, 한 자매를 설득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요즘 페미니즘 관련해서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나온 좋은 책 정말 많다. 교회에서 작은 연대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백소영 교수는 "이 분야는 조직으로 연대하기 힘든 게 맞다. 자신을 외부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신앙적인 결단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각자가 하나의 작은 사건이 돼야 한다. 큰 빙벽을 뚫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는 것도 빙벽을 무너지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개교회에서 혼자 혹은 두 사람씩 작게 연대하는 사건이 많아지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야기는 두 시간을 꽉 채운 뒤에야 끝났습니다. 패널들도, 기자들도 할 말이 많았고 무엇보다 참석하신 분들이 더 하고 싶은 말씀이 많아 보였습니다. 질문 시간을 더 길게 배분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여성들의 연대'가 이래서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참석자 한 분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여전히 변하지 않는 교회 구조를 생각하면 답답하기는 하다. 그래도 이렇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교회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성차별에 맞서려면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NO'라고 말할 때는 수차례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목소리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여서 좋았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첫 독자 모임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처음이라 미숙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참석하셔서 이야기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8월 말 열리는 독자 모임 주제는 '교회 봉사하는 직장인'입니다.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추후 공지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열심히 준비해 보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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