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이 8월 24일 임시총회를 열고 새 대표회장을 뽑는다. 대표회장에 출마하려면 등록비 1억 5,000만 원을 내야 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목사가 교계에서 한자리 차지하려면 돈은 필수다. 제아무리 덕망이 높고, 존경을 받아도 돈이 없으면 수장이 될 수 없다. 교단장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등록비 수천만 원을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표회장에 입후보하려면 1억 5,000만 원을 내야 한다.

한기총은 올해 초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해 정관을 일부 개정했다. 1억이던 후보자 등록비를 1억 5,000만 원으로 인상했다. 후보자가 낸 등록비 대부분은 한기총 운영비로 사용된다. 직원 인건비, 각종 행사 비용 등으로 지출된다.

한기총은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23대 대표회장 후보 등록을 받는다고 밝혔다. 등록비만 1억 5,000만 원이어서 누가 나올까 싶지만, 목사 4~5명이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한기총 한 관계자는 "대표회장이 되어도 부담하는 돈이 상당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서포트해 줄 수 있는 분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대표회장 후보 등록비가 처음부터 이렇게 높지는 않았다. 한때 한기총에 몸담았던 인사들은 턱없이 높은 등록비에 혀를 내둘렀다. 한기총 11대 대표회장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는 "내가 할 때는 2,000만 원 정도였다. 원래 등록비는 유지비로 쓰긴 한데, 올려도 너무 올렸다. 왜 이런 장난질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6~2009년까지 한기총 총무를 지낸 최희범 목사(CTS 상임고문)도 "내가 있을 때도 지금보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등록비를 이렇게 올린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억'대로 등록비가 뛰게 된 시기는 홍재철 목사(경서교회 원로)가 대표회장으로 재직할 때다. 한기총 관계자는 "홍 목사가 2014년 대표회장에 연임으로 나설 때 등록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렸다. 대표회장 임기를 2년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한기총은 70여 교단이 가입해 있는데, 대부분 군소 교단이다. 등록비를 올릴 경우 대표회장에 나설 수 있는 후보는 줄어들지만, 상대적으로 대형 교회 목사가 대표회장에 당선될 확률은 높아진다. 실제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4년 9월 대표회장에 단독 출마했다. 등록비 1억 원을 납부하고, 무혈 입성했다.

다른 연합 기구와 주요 교단은 어떨까. 한기총보다 액수는 적지만 한국교회연합도 대표회장 등록비로 5,000만 원을 받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장과 목사부총회장은 발전 기금 및 등록금으로 7,000만 원을 내고, 예장통합 임원 후보는 공탁금으로 5,000만 원을 낸다. 감리회 감독회장 후보 등록금도 5,000만 원이다.

아예 등록비가 없는 곳도 있다.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는 4년마다 총무 선거를 치루는데, 등록비를 받지 않는다. 1년마다 교체되는 교회협 회장 역시 등록비를 내지 않는다.

교계에서는 돈이 없으면 교단장도 대표회장도 할 수 없다. 목사가 내는 등록비 대부분은 교인들이 낸 헌금일 것이다. 낙선해도 등록비는 돌려받지 못한다. 길어야 2년짜리 자리를 얻기 위해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돈을 쓰는 목사를 바라보는 교인은 어떤 심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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