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이형숙 씨는 초등학생 시절 내내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했다. 형숙 씨가 2학년일 때 학교는 휠체어를 타는 그를 위해 1층에 교실을 마련했다. 원래 2학년 교실은 2층에 있었다. 학년이 올라가도 교실은 바뀌지 않았다. 형숙 씨는 다른 반이 된 친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고, 다른 아이들처럼 점심시간 친구 반에도 놀러 가고 싶었다. 형숙 씨는 휠체어 전용 오르막길이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 했지만, 선생님은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형숙 씨가 사회에서 겪은 첫 차별이었다. 성인이 된 형숙 씨는 장애인 권익 활동에 나섰다. 그는 현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이다.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최근 서울구치소 안에서 차별을 겪었다.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다 벌금형을 받은 그는 7월 17일 자진 노역에 나섰다가 일주일 만에 중단했다. 구치소 내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보조 기구가 없어 생활을 이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 어려웠다.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어 식사를 거를 때도 많았다. 구치소 측에 불편을 호소하자 "당신은 죄를 지어서 왔으니 반성이나 하고 있어라"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그는 24일 노역을 중단했다. 함께 노역에 나선 박옥순 사무총장(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과 이경호 활동가도 건강 악화로 노역을 멈췄다. 이날 구치소에서 나온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정문 앞에서 서울구치소 내 반인권 처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동료 장애인 인권 활동가 20여 명이 휠체어를 끌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자진 노역에 나선 장애인 인권 활동가는 일주일 만에 노역을 중단했다. 이들은 구치소 내 장애인 차별을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형숙 위원장(사진 왼쪽)과 박옥순 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는 기자회견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구치소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제공되지 않았다. 관계자는 '구치소니까 참아라'는 말만 반복했다. 왜 구치소에서는 어릴 때 학교에서 받았던 1970년대식 차별이 반복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권침해를 당하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교정이 돼 나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명숙 활동가(인권운동사랑방)는 "구치소의 반인권적 처우는 같은 시설에서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완전히 반대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건강권과 치료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구치소에서 장애인 시설 미비와 보조 기구 요청 거절로 인권침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시정하고, 구치소 관계자들이 의무적으로 인권 교육과 장애인 인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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