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소득세법이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종교인들의 소득세 징수를 강제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목회자도 근로소득이든 기타소득이든 한 가지를 택해 세금 신고를 해야 합니다. 6개월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인데요. 보수 교계를 중심으로는 아직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반대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종교인 과세 시행에 대한 교계 내외의 반응은 어떤지 △과세가 실제 목회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다가올 종교인 과세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수용해야 할지 차례로 짚어 봅니다. - 기자 주

"교회가 재정 관리에 대한 책은 없고, 투자론이나 재무 관리 책들만 즐비하게 쌓아 둬요. 말이 안 되는 거죠. 투자하는 것 이상으로 하나님이 맡겨 주신 재정을 잘 관리해야 하는 게… 크리스천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게 마음이 너무…."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회계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벌써 10년 넘게 교회의 청지기적 재산 관리를 외치며 교회 재정 건강성을 회복하자는 운동을 해 왔다. 변화는 쉽지 않았다. 오래도록 봐 온 교회의 재정 관념은 '주먹구구'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본 현실은 기껏해야 워드프로세서로 표 만들고 수기로 장부 입력하는 수준이다.

<뉴스앤조이> 이번 종교인 과세 기획의 마지막 기사는 최호윤 회계사 인터뷰다. 종교인 과세를 앞두고 최호윤 회계사는 전국 각지를 돌며 강연을 한다. 최 회계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절세하는 팁'이 아니다. "세금을 '얼마 내야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야 하느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관점'에 대한 것이다.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종교인 과세 논쟁에서 한국교회는 무엇을 얻어야 할까. 최호윤 회계사를 7월 21일 만났다.

- 평소 "목회자들이 세금 납부를 사랑과 공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해 왔다. 구체적으로 사랑과 공의의 관점이란 무엇인가.

사랑과 공의까지 가기 전에, 세금은 대한민국의 실정법상 의무다. 목회자라고 세금 낼 의무가 없다고 얘기할 근거는 하나도 없다. 정부가 종교를 탄압한다는 프레임의 부담 때문에 혜택을 주고 넘어가니까 망정이지, 만일 누군가 어떤 목사가 소득세 안 낸다고 고발하면 실정법상 과세할 수밖에 없다.

사랑과 공의 차원 이전에, 당연하게 해야 하는 걸 목회자가 안 해 왔던 것이다. 세금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세금이 뭔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이 빠져나가는 걸 더 무서워하는 거다.

의무를 부담하는 데 앞서, 신앙인이라면 공의와 사랑을 가져야 한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세금을 내야 한다. 누구에게 세금을 많이 매길 것인지는 달라질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세금이 있지만 어쨌든 비용을 분담해서 반드시 내야 한다.

그걸 안 하면, 즉 내가 세금을 안 내면 누군가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 자체가 공의롭지 못하다. 소극적인 사랑이라는 것은, 사랑을 실천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 이웃에게 불편은 주지 말자는 얘기다. 내가 세금을 내면 최소한 다른 사람이 추가 부담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세금을 공의와 사랑의 정신으로 내야 한다는 말이었다.

교회 내에서 "국민연금·건강보험 부담되니 세금 내지 말자"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돈 절약해서 선교비 쓴다고 한다. 이건 이웃을 사랑하지 말자는 얘기다. 지금 선교비 비중이 몇 퍼센트나 되나. 정말 얼마 안 된다. 통계상 교회 전체 예산의 3%도 안 나온다. 번지르르한 말의 본질이 "경제적 부담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면, 하나님이 예수님을 통해 알려 주셨던 본질적 사랑은 완전히 없어져 버리는 것 아닌가.

최호윤 회계사는 오랜 기간 교회 재정 건강성 운동을 해 왔다. 교회가 세금 납부에 대해 사랑과 공의의 관점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회가 세무조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교회를 사업장처럼 취급하는 게 불편하다는 논리다.

세무조사가 뭐가 부담되나. 왜 무서워하나. 고액 헌금자 들여다보는 용도로 쓸 거라 우려하는데, 반대로 일반 비영리법인은 그 사람에 대한 기부금 정보를 세무서에 다 제출한다. 교회는 왜 못 하겠다는 건가. 같은 조건이다.

물론 교회와 사업장은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성과 속을 구분해서 보는 개념이다. 그런데 교회와 일반 직장, 목회자와 일반 직업, 두 가지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분명히 목회자가 하는 일이 있다. 한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것은 분명 의미가 크다. 그러면 식당에서 일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모든 사람의 직업이 하나님 앞에서 의미가 있는 직업이고 소명이다. 목회자가 교인들에게 "당신의 현장 하루하루가 성직이다"는 얘기를 하지 않으면, 여전히 500년 전과 똑같을 뿐이다. 모든 사람의 일이 성직이라는 얘기가 나올 때 종교개혁의 정신이 살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종교개혁의 정신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 택하신 족속, 제사장으로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 아닌가. 목회자들은 우리 삶 속에서 하나님나라가 만들어지도록 인도해야 한다. 굳이 목회자와 일반직을 다르다고 하면, 다 신학교 가야 하나. 교회를 운영하는 것만 바른 일이라고 한다면 일반 사업장은 다 문 닫아야 한다.

자꾸만 교회 바깥은 사탄의 영역, 공중 권세 잡은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구분한다. 어떻게든지 교회는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결국 뭘 지키자는 건가. 교회라는 인간의 집단을 지키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교회라는 것은 하나님나라 백성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한 명의 목회자가 개척해서 오래 교회를 맡는다. 그러면 '내 교회' 같을 수 있겠지만, 그건 기본적인 청지기 의무를 상실한 것이다. 이 땅에서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하나님이 맡겨 주신 것이다. 나도 회사를 이끌어 가지만, 때가 되어 하나님이 누구에게 넘겨 주라고 하면 넘겨야 한다. 내 교회라고 하는 것은 '교회=목사'라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교인들 헌금은 곧 목회자 돈이 된다.

- 개정 세법에서는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게 했다. 관행적으로 목회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아 왔는데, 내년부터는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 중 하나를 골라서 납부할 수 있게 했다.

심하게 말하면, 좀도둑이 관행적으로 도둑질을 하는데 경찰이 사소하다고 안 잡는 꼴이다. 경찰이 잡지 않으면 도둑질이 합법적인 것인가. 목회자들은 "그동안 종교계 과세 안 한 게 관습이다, 국가가 배려해 줬다"며 유예를 말할 수도 있다. 좀 심할 수 있지만, 좀도둑이 경찰 보고 "당신 여태 나 잡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잡으면 안 된다"고 할 수 있는가.

악습도 관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종교계가 워낙 좋은 일도 많이 해 왔고, '종교 탄압' 소리 들어 가면서 마찰을 빚기 싫어서 기다려 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직무 유기를 한 것일 수도 있다. 종교계는 국가가 기다려 준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 개정 세법은 종교계 편의를 봐 주기 위해 만든 것 아닌가.

교회가 세상에서 좋은 모델이 돼야 하는데, 거꾸로 세상이 교회더러 바른 길 가라고 하고 있다. 목회자가 성직이라고 인정받으려면, 바깥에서 먼저 "이분들은 성직을 수행하는 분들이다. 좋은 일 하는 분들이니 세금 매기지 말자"고 해야지. 세상이 먼저 인정해야 진짜 성직인데 지금은 "우리는 성직이다. 그러니 과세를 미루자"고 하는 것 아닌가.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상황이다. 법을 바꾸면서까지 세금 내라고 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까.

'성직'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말은, 교회가 먼저 할 게 아니라 세상이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회계사님은 기타소득 방식의 부과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세금은 과세 대상, 기간, 귀속자, 세목을 먼저 결정하는 게 기본이다. 누군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법에 나와 있어야 한다. 그게 조세법률주의다. 근데 지금 종교인 과세는 그 세목을 납세자가 근로소득이든 기타소득이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가변성을 줬다. 세법상 유례가 없다.

- 목회 현장에서는 경제적인 얘기가 많이 나온다. 목회자 과세가 세수는 얼마 안 되고, EITC(Earned Income Tax Credit·근로장려세제) 등을 고려하면 마이너스가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는 왜 그런 관점으로 분석해야 하는지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세금을 기본 혜택이 있으면 내는 건가. 없으면 안 낼 것인가. 권리는 의무를 다했을 때 생기는 것이다. EITC와 같은 '혜택'부터 추구하는 자세는 깨져야 한다.

- 목회자에게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교회가 채워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사업장은 임금을 정하고 세금은 그 안에서 해결한다. 그로스(Gross) 방식이다. 그런데 세후 연봉을 먼저 계산하는 넷(NET) 방식도 있다. 보통 고용자가 더 을의 위치에 있는, 고급 기술자라든지 예전 고액 변호사들, 스포츠 스타들 계약 방식이다.

목회자 사례비 책정 방식은 어떻게 가야 할까. 물론 세후 개념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교회가 추가 부담을 지어야 한다. 교회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상관없겠지만, 목회자가 교회에서 갑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고민해 볼 문제다. 목회자는 교회 공동체를 섬긴다고 하는데, NET 방식을 할 필요가 있을까.

- 내년부터는 세금을 내야 한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아직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같다. 국세청 접속조차 해 보지 않은 목회자가 많을 것이다. 교회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소득 신고는 어렵지 않다. 30분~1시간이면 끝난다. 한 번 배우면 따라 할 수 있다. 막연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방법보다는 먼저 교회 내에서 가치관을 공유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세금 내라고 하면 기분 좋은 사람 없다. 지금의 세무회계는 기술적인 방식이다. 절세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는다. 거기서 하나님나라의 공의와 사랑을 찾아볼 수 없다. 일반 기업에 "당신이 내는 세금이 공의와 사랑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교회가 "세금 신고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부터 묻는데, 나는 세금 납부의 '의미'부터 생각했으면 좋겠다. 절세하는 방법? 이익을 많이 남기려는 기업이라면 말이 된다. 그러나 교회라면, 목회자라면, 하나님나라를 생각하는 성직이라면, 그 의미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가 내는 세금이 뜯기는 게 아니라 나로 인해 부담이 나눠진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얘기하면, 더 내도 아깝지 않다는 관점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교회 내에서 그런 가치가 만들어지고 공동체가 이해해야 한다.

'금융자본주의'가 교회 안까지 들어와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자동차 보험료 만기됐을 때 돌려받는 돈은 없다. 그럼 아깝다고 생각한다. 혜택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먼저는 사고 안 나서 감사하고, 다음으로는 내가 낸 보험료가 공적 부조로서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 줬음에 감사하면 안 되나. '당신은 얼마 내면 이만큼 혜택 받는다'라는 것에서는 사랑을 발견할 수 없다. 세금도 내면 손해 본다고만 생각한다. 절세 관점에서만 보니까 그런 것이다.

나는 거꾸로 이번 종교인 과세 시행이 한국교회에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교인들과 재물에 대한 관점을 논의하면서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만약 얼마라도 적게 내 보자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교인들이 '교회도 경제적 관점에서 의사 결정하는구나' 하면서 삶 속에서도 그렇게 살 것이다. 하나님나라 가치와 맘몬적 가치 중에 선택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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