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4년 전만 해도 한국교회 '가나안 성도' 수는 약 100만 명이라고 예측했다. 2013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조사한 설문 조사에서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힌 사람 중 10%가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4년이 지난 지금 그 수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한다. 가나안 성도 200만 명 시대라고도 한다.

200만이라는 숫자만큼 가나안 성도의 모습은 다양할 것이다. 박원홍 목사(서문교회)는 지금은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주일만 되면 해야 할 뭔가를 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리라고 봤다. 박 목사는 주변 가나안 성도들을 하나둘씩 만나면서 마음에 부담이 생겼다. 이들이 마음 편하게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박원홍 목사는 9월 첫 주부터 가나안 성도 교회를 시작하기로 했다. 장소를 물색하고 도움을 줄 사람들을 섭외했다. 주일 오전에는 서문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저녁에는 가나안 성도 모임을 하려고 한다. 아직 모임 이름도 없고 정해진 순서도 없다. 일단 기성 교회 행태에 염증을 느끼고 떠난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으면 하는 생각에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가나안 성도 모임을 준비하는 기성 교회 목사. <뉴스앤조이>는 박원홍 목사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원홍 목사는 "가나안 성도도 주일에 예배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교회를 시작할 예정이다.

- 왜 가나안 성도 모임을 시작하려고 하시나요.

과거에는 교회 잘 가다가 안 나가면 누가 물어볼까 조심스러워했습니다. 대체로 자신의 믿음이 약하거나 이런저런 일로 시험 들어 쉬고 있었다는 생각에 누가 알까 쑥스러워했습니다만, 요즘은 교회가 잘못해서 예배 자리를 떠난 교인이 많습니다. 이런 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게 기성 교회 목사로서 안타까웠습니다.

비록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지만 어떻게든 예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이 있는 분도 있습니다. 누가 내게 숙제를 낸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부담감을 가지고 묘안을 생각하고 기도했는데, 마침 좋은 장소가 생겨서 모임을 시작하려 합니다.

- 어떤 사람이 이 모임에 오면 좋을까요.

가나안 성도라고 해서, 모두 무교회주의를 상상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성 교회처럼 틀에 박힌 예배는 아니어도 '주일에는 예배하고 싶다'는 부담감을 가진 분들이 함께 만나자는 겁니다. 교회 출석은 안 하면서 기성 교회를 욕하고 탓하기만 하지 말자는 겁니다. 어떻게든 예배 회복을 꿈꾸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 평일이 아닌 주일 저녁에 모이는 이유가 있나요. 

교회를 떠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주일에는 예배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는 가나안 성도들을 위해서입니다. 기성 교회를 떠났지만, 다시 돌아가기 힘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상상했습니다. 기성 교회의 예배 형식을 답습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군더더기는 빼고 서로 어떤 예배를 꿈꾸는지 미리 나눌 예정입니다.

-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9월 첫째 주(3일)와 둘째 주(10일)에 예비 모임을 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모임을 어떻게 이끌면 좋을지 미리 논의하는 대화의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 후 정식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소는 일단 기성 교회는 피했습니다. 교통 좋고 시설도 편리한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인근 '솔한식'(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서로 133 업무빌딩 305호)이라는 식당입니다. 어느 권사님께서 편한 마음으로 와서 사용하고 식사도 마음껏 하라고 배려해 주셨습니다.

일단 주일 오후 5시쯤 모여서 7~8시까지 식사 교제 후 예배하면 어떨까 합니다.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구체적인 것은 예비 모임에서 함께 논의해 정하면 좋겠습니다. 부담 없이 편하게 대화하자는 마음으로 오시면 좋겠습니다.

문의: 010-3285-3001(박원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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