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뉴스앤조이>가 7월 초 <크리스천의 성 토크>(두란노)와 관련한 기사를 내보낸 후 저자 박수웅 장로(74)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기사를 접한 독자들은 박 장로의 성 인식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의 성 토크>를 펴낸 출판사와 책을 추천한 목사들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7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감안한다면, 박 장로가 몇 년 사이 일어난 여성 담론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으로 책을 펴냈다는 것과 이를 추천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문제다.

7월 초 박수웅 장로 인터뷰가 나간 후, 사람들은 책을 펴낸 출판사와 추천사를 쓴 목회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박수웅 장로는 2004년 <우리 사랑할까요?>를 시작으로 연애와 결혼, 가정을 주제로 두란노에서만 총 9권을 출간했다. 게다가 박 장로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다음 책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크리스천의 성 토크>를 펴낸 두란노는 출판 전 비판받을 지점을 인지하지 못했을까. 기자는 7월 11일, 서울 용산에 있는 두란노를 찾았다. 그곳에서 <크리스천의 성 토크> 출판을 담당한 팀장과 편집자를 10분가량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원고를 받았을 당시 책 내용이 논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물었다. 두란노 편집팀장은 "미혼인 크리스천 자매들 중 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 면에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박수웅 장로를 만나 왔지만, 전혀 그런 분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 비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논란이 되는 여러 예시에 대해서도  "남성 중심적인 텍스트라고는 생각했지만, 대체적으로 남성들이 여성보다 성 욕구가 높으니 남성의 본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여성이었지만, 박수웅 장로가 쓴 글에 불쾌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던 담당자들은 "개인 자격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게 어렵다. 서면으로 인터뷰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뉴스앤조이>는 두란노에 △발간 목적 △저자에게 제시한 편집 방향 △책에 나온 예시에 대한 문제 인식 △책 내용을 검수하는 과정 유무 △추천자 선정 이유 등을 물었다. 질문을 보내고 이틀 뒤인 7월 13일, 두란노 저작권팀은 답변서를 보내 왔다. 저작권팀 담당 목사는 "질문한 내용은 이미 저자로부터 충분한 답변을 얻은 것으로 사료되어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 내용 중 언급되었던 저자의 답변으로 갈음토록 하겠다"고만 했다.

그는 명확한 답변 대신, 기자가 약속 없이 두란노 사옥을 찾아온 점을 지적했다. 편집자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는 편집자보다는 주로 팀장과 이야기했다. 편집자는 기자를 만나 "박수웅 장로님이 인터뷰에서 (의도를) 잘 설명한 거 같다"는 말 외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두란노는 제대로 된 답변보다 기자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는 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크리스천의 성 토크>(두란노)는 남성 목회자를 비롯한 기독교인 10명에게 추천사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크리스천의 성 토크>는 김병삼(만나교회)·유기성(선한목자교회)·이동원(지구촌교회 원로) 목사 등 10명이 추천했다. 이동원 목사는 "이 책을 성을 고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그리고 이 문제를 상담해야 하는 모든 사역자의 필수 도서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라고 썼다. 유기성 목사 역시 "성 문제로 고민하는 크리스천 청년들과 부부들에게는 필독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목회자들도 꼭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라고 추천했다. 출판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묶어 '모두 입을 모아 극찬하는 책!'이라며 신간을 홍보했다.

<뉴스앤조이>는 추천사를 쓴 인사 중 송인규 교수와 연락이 닿았다. 송인규 교수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성장에만 몰두해 온 한국교회가 놓친 이슈를 되짚어 보고 이를 연구하는 곳이다. 최근 한국교회탐구센터는 과학과 신앙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IVP에서 무크지 스펙트럼 시리즈를 내고 있다. 가나안 신자, 평신도, 청춘의 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송인규 교수는 추천사에서 "저자는 젊은이들의 성과 관련해 깊은 고뇌와 혼란을 겪는 것을 보면서 견디지 못하는 심정으로 책을 썼다. 대부분의 성 관련 경건 서적은 외국 책의 번역이라서 내용이 좋아도 우리의 처지와 엇갈리는 느낌이 있는데,이 책은 한국의 실정을 감안한 책이다. 저자는 에두르지 않고 실제로 '먹혀들어가는'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고 적었다. 박수웅 장로는 기자와 인터뷰할 때, 송 교수의 코멘트가 마음에 든다며 기자 앞에서 직접 추천사를 읽기도 했다.

송인규 교수는 7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천사는 주로 친분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부탁한다. 나는 박 장로를 미주 코스타에서 2번 정도 봤다. 자세히 말을 나눠 보지는 않았지만 나쁜 인상은 아니었다. 성에 대한 이야기를 투박하게 전달하던 사람이었다. 하루는 박수웅 장로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쓴 <고립된 성>을 인용하겠다는 말을 꺼내면서 추천사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출판사는 별다른 디렉션 없이 원고만 보내 줬다. 일주일 만에 원고를 읽고 쓰게 됐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추천사를 비판적으로 쓰지 않고, 저자가 요청해 왔을 때 거절하기도 어렵다"며 추천사를 적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크리스천의 성 토크>가 비판받는 지점을 질문하자, 그는 "내가 딸에게 책을 보여 줬을 때, 딸 역시 책 내용을 우려했다. 나는 책을 읽기는 했지만 솔직히 예시가 기억나지 않는다. 내년이면 내가 70세다. 이 책이 남성 중심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내가 그 부분에서는 센서티브하지 못했다. 누군가 (송인규 교수도) 성 담론에 있어서 민감성이 떨어진다고 말하면, 그 비판에서 나 역시 벗어나기 어렵다. 그 지점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해명했다.

송인규 교수는 "<뉴스앤조이> 기사로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성 담론이 많이 나오게 되면, 이제 목회자나 교회에서 성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다. 청년들의 인식에 동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함부로 말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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