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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영성이다

[서평] 피에르 아도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열린책들)

이원석   기사승인 2017.07.20  10: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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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 피에르 아도 지음 / 이세진 옮김 / 열린책들 펴냄 / 552쪽 / 2만 5,000원

최근 스벤 브링크만(Svend Brinkmann, 1975~)의 <스탠드펌>(다산초당)이나 장-바티스트 구리나(Jean-Baptiste Gourinat, 1964~)의 <스토아주의>(글항아리) 등 스토아 사상을 소개하는 저작이 여러 권 출간되었다. 이는 스토아 사상을 과거의 전통에 속한 지적 교양으로 소개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현재의 맥락에 닿아 있는 삶의 기예로 소개하는 것이다. 스토아학파의 가르침이 현대인의 삶에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게다.

스토아 사상의 현대적 유용성은 미 해군 장교였던 제임스 스톡데일(James Bond Stockdale, 1923~2005)의 이야기가 가장 잘 증명해 줄 것이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하기 전에 배웠던 스토아학파 사상가인 에픽테토스(Epictetos, 55~135)의 가르침 덕분에 그는 7년간의 베트남 포로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한 철학 덕을 제대로 봤다고 하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어쩐지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 공부와는 다르게 들린다.

하지만 고대에는 철학 공부가 삶에 대한 통찰과 삶을 바르게 살아갈 힘을 주는 게 당연했다. 동서를 막론하고 고대 철학은 심신을 수련하는 지침으로 활용되었지만, 현대인에게는 잊혀진 지식이 되고 말았다. 이게 고대철학 연구자 피에르 아도(Pierre Hadot, 1922~2010)의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a philosophie antique?)>(열린책들)가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는 교양서적의 본령에 충실하게 고대 철학의 역사를 개설하지만, 이를 통해서 그는 고대 철학(과 이를 넘어서 철학 자체)에 대한 시각을 뒤흔들어 놓는다. 교양서로서의 외관과 달리 강력한 문제 제기가 돋보이는 도발적인 저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독자층이 얇아 일찍 절판되었다가 오랜 기다림 끝에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재간이 이루어졌다.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

피에르 아도에 따르면, 철학은 (지적 담론 이전에) 삶의 방식이며, 철학 공부는 (지적 추구 이전에) 영성 훈련이다. "고대 철학은 생활양식이면서도 확고하게 담론인 것이다. 그것은 담론이자, 결코 닿지 못하면서도 지혜에게로 향하는 생활양식이다."(24쪽) 또한 전통적 철학 공부는 고독한 개인의 지적 탐구가 아니라 학파 공동체 안에서의 공동생활을 통해 이루어졌다.

"따라서 철학적 담론은 생의 선택, 실존적 선택으로부터 기원하며, 그 역(逆)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차적으로, 이 선택, 이 결정은 결코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단이나 공동체, 한마디로 철학 '학파'로부터 벗어난 철학이나 철학자는 있을 수 없다. 정확히 말해, 철학 학파는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특정 선택과 부합한다." (22쪽)

피에르 아도의 연구는 내가 예전 동아시아 학당과 고대의 희랍 학파와 중세의 수도원을 망라하여 고전적 공부 개념을 재구성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공부란 무엇인가>(책담)의 2장("고대 그리스의 '철학'"), 특히 '소크라테스와 필로소피아'(60~63쪽)에서 아도의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여기에서 나는 아도의 관점에 비추어 플라톤(Plato, BC 427~BC 347)의 <향연>(숲)을 읽었다.

"플라톤의 <향연> 덕분에 소크라테스는 인물은 철학자로서 – 다시 말해 담론과 생활양식 모두를 통하여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도 지혜라고 하는 초월적이고 존재론적인 상태, 이 같은 존재 방식에 다가가고자, 그리고 다가가게끔 애쓰는 인간의 모습으로서 –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 (103쪽)

'삶의 기예'의 보고(寶庫)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는 고대 희랍에서 중세 유럽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와 학파들을 차례대로 소개한다. 하지만 지식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지혜의 풍성한 소개이다. 다양한 학파의 다양한 담론들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제시하기 때문이다(애초에 이 담론들은 특정한 삶의 맥락 속에서 실존적으로 형성되고, 또한 전수되는 것이다).

피에르 아도가 소개하는 것들 모두가 삶에 대한 통찰을 주고 있지만, 특별히 각자 자기에게 어울리는 사상가들을 찾아서 삶의 인도를 위한 지침을 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의 서두에 실린 추천의 글을 통해 안광복 또한 "아도의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는 삶에 대한 다양한 해법과 대안을 달려 주는 '명작'이다."(17쪽)라고 말하고 있다. 동의한다.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는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이런 우아하고 품격 있는 책자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아니, 최소한 공공 도서관에서 이런 작품의 초판 전량 정도는 소화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책은 도서관에도 구매 요청하는 동시에 여러분의 개인 서가에도 구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교양의 척도는 어디에 돈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

[번역에 대하여]

이번 개역본은 기존에 지적되던 여러 사항들을 잘 반영하였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가령 "심리 인도적"이라는 어색한 표현을 "영혼을 끌어당기는"(47쪽)으로 옮기고, <소크라테스의 변론>(숲)에서 배심원이나 고발인을 향한 소크라테스의 어법도 맥락에 맞게 수정했다.

단지 exercice spirituel을 "영성 훈련"에서 "정신 수련"(가령 120쪽)으로 고쳤는데, 그건 외려 그래도 두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고대 희랍의 영성 훈련 항목에는 신체 단련도 포함된다.

또한 28쪽의 자기 계발은 자기 수양(culture de soi)이라고 옮기는 게 좋겠다[푸코(Michel Paul Foucault, 1926~1984)의 <비판이란 무엇인가? 자기 수양>(동녘)을 참고하라]. 자기 계발은 원래 self-help(自助)의 일본식 번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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