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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동성애자, 그래도 괜찮아

[인터뷰] 성소수자 자녀 둔 개신교인 엄마 박세영 씨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07.19  1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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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문화 축제를 전후로 보수 개신교는 동성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보수 개신교는 '동성애', '성소수자'를 향한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그들의 주장으로 그려 보면, 동성애자는 이성애를 '선택'할 수 있는데도 동성과의 성 중독에 빠진 문란한 사람들입니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은 있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실일까요. 보수 개신교인들이 아무리 반대한다 해도, 우리 주위에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이 살고 있습니다.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그들을 직접 만난 뒤 인식이 바뀐 신앙인도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2017 퀴어 문화 축제 전후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과 그들을 지지하는 신앙인들 인터뷰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지금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의 진솔한 신앙담부터, 퀴어 문화 축제를 찾은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고민, 또 그들 곁에 있는 목회자 이야기를 차례로 싣습니다.

이번 기획은 신학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지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상상 속의 성소수자가 아닌 현재 우리 옆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이번 기사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엄마 박세영 씨(가명) 이야기입니다. 박세영 씨가 가상의 상대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안녕 J. 갑자기 편지를 써서 놀라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어. 우리가 같이 교회에서 봉사한 지 8년이 되어 가고 있지만, 정작 깊은 속마음을 나누지는 못한 것 같아. 함께 성가대에서, 식당에서 봉사했지만 정작 우리 이야기는 많이 하지 못했네. 오늘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쉽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 최근 2년 동안 우리 집에 꽤 큰 변화가 있었거든.

갑작스런 딸의 커밍아웃
그래도 난 내 딸을 사랑해

내가 갑자기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야. 우리 딸 승연이(가명) 알지? 공부하는 양에 비해 성적도 잘 나오고, 말썽 한번 안 피운다고 네가 늘 부러워했잖아. 내가 아무리 "우리 딸은 성격이 지랄 맞아"라고 해도 건강하고 공부 잘 하면 된다고 네가 많이 응원해 주던 내 딸 승연이.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던 날 아침에 만나 박세영 씨는 손목에 무지개 팔찌를 차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벌써 2년 전 일이야. 어느 날 딸이 날 찾아왔어. 뭔가 중요한 말이 있다고 한 것 같은데,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정확하게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 고백을 듣고 나서 너무 충격을 받아 소위 '멘붕'에 빠졌거든. 승연이는 여성을 좋아하는 여성 동성애자(레즈비언)라고 했어.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냥 "그래 알았어"라고 대답한 것 같아.

갑작스러운 딸의 커밍아웃. 그 뒤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 이틀 뒤 승연이가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내더라. "오랜만에 편안하게 푹 잤다"는 말이 적힌 편지. 승연이는 엄마인 나한테 커밍아웃하기 위해 4년을 준비하고 기다렸대. 그 4년 동안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어떤 날은 울면서 밤을 지새웠다 하더라고. 내가 승연이는 맨날 늦게 일어나서 차로 학교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고 너한테 푸념했던 것 기억하니? 알고 보니까 고민하느라, 속앓이하느라 잠을 못 잔 거였어.

딸은 나에게 비밀을 털어놓아 속 시원할지 몰라도 나는 아니었어. 남편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어. 어떻게 반응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거든. 철저히 혼자였지. 혼자 울다 정신차리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는 행위를 반복했어. 집에서도 일하러 가서도 그 생각이 떠나지 않는 거야. 우리 딸이 동성애자라고 하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사실 잘 몰랐거든.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고 누가 볼까 무서워 얼른 검색 기록을 삭제했어. 그걸 반복하고 있었는데, 문득 딸이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가는 거야. 승연이도 자기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누구한테 털어놓을 수 없어 계속 인터넷에서 검색했대. 혹시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는지 찾으려고. 우리 집은 온 가족이 컴퓨터 한 대를 쓰니까 다른 사람이 볼까 봐 얼른 삭제했다 하더라고. 그 아픔과 외로움이 이해가 가더라.

나는 답답한 마음에 목사님도 찾아갔어. 평소에 목사님이 동성애를 정죄하거나 그러시는 분은 아니었잖아. 내가 정말 신앙적으로, 인격적으로 존경하는 분이기도 했고. 그런데 목사님도 잘 모르는 영역이었던 거야. 목사님은 "힘드시겠다. 힘내시라"는 정도로만 위로해 주셨어. 그쯤만 해도 나는 감사했지. 목사님한테라도 털어놓으니까 얼마나 마음이 시원하던지. 말하면 죽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내 딸이 동성애자"라는 말을 하기 힘들던지….

세영 씨는 담임목사에게 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승연이의 고백을 듣고 그 아이의 성장 과정을 곱씹어 봤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승연이는 한 번도 남자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었어. 언젠가는 학교 다녀오면서 "어떤 남학생이 전화번호 좀 달라고 하는데 불편해서 혼났다"고 하더라고. 나는 그냥 웃으면서 그 상황을 즐기라고 얘기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는 그런 상황 자체가 싫은 거였어. 조금 이상하다 싶었던 점들이 기왓장 아귀 맞는 것처럼 딱 맞아 떨어지더라고.

동성애 '선택' 가능한 것이라면
누가 이 삶을 선택할까

너도 알다시피 대부분 한국교회에서 여전히 동성애자는 혐오스럽고 돌이켜야 할 존재야.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안 보이는 어느 곳에 머물고 있는 '누구'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아. 사실 나도 내 딸이 고백하기 전에는 '성소수자'가 뭔지 제대로 알지 못했어. 신학적으로도 아직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기도 했고. 그럼에도 내가 딸에게 뭐라 하지 않고 "그래 알았어"라고 얘기할 수 있었던 건 내 신앙 여정이 한몫한 것 같아.

지금 교회에 정착하기 전, 나는 시부모님이 다니시는 순복음교회를 다녔어. 결혼 전에는 성결교회를 다녔지. 교회 안과 밖을 나누고, 교회가 가르치는 선과 악의 이분법에만 머물러 있던 내가 눈을 뜬 건 대학생 때야. 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배우면서 내 신앙도 조금 달라졌어. 예수님의 눈으로 봐야곘다고 결심했지. 누구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야. '예수님'이라는 렌즈가 세상을 보는 주된 관점이 됐다고 해야 하나.

나는 동성애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해. <예수, 성경, 동성애>(한국기독교연구소)를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모르던 개념이 명확해졌지. 나는 △동성애 △동성 행위 △동성 폭행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이해하기로 성경에서 금하는 행위는 '동성 폭행'이야. 성경이 쓰인 당시 상황은 가부장적인 시대였고 동성 폭행은 남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였어. '동성 폭행'이라는 것은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였던 것이지.

'동성 행위' 같은 경우는 사랑 같은 정서적 교감이 없이 그냥 행위만 남은 경우야. 행위만 남은 경우는 지금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맞아. 하지만 '동성애'는 정서적 교감이 있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성인이 합의하에 하는 사랑이야. 성경은 '동성애'까지는 언급하지 않은 것 같아. 성경은 하나님 구원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동성끼리의 사랑까지 옳으냐 그르냐를 설명하지는 않아.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정리가 됐어.

세영 씨는 <예수, 성경, 동성애>(한국기독교연구소)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보수 개신교인들은 동성애자들이 그 삶을 '선택'했다고 말해. 2015년 김조광수 감독이 우리 동네에 와서 강연한 적이 있었어. 그때 한번 듣고 싶어서 가 봤거든. 그때 김조 감독이 "동성애가 선택 가능한 부분이라면 누가 이렇게 혐오받는 삶을 선택하겠느냐"고 말하는 거야. 지금 나는 그 말의 많은 부분이 공감돼. 선택 가능한 것이라면 동성애자로 사는 게 좋을 일이 하나도 없어.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해.

얼마 전 나도 승연이 아빠와 함께 퀴어 문화 축제에 다녀왔어. 반대 집회에 개신교인 수천 명이 몰렸더라고. 기억나니? 2년 전인가 우리 교회에서 세월호 행사로 진도 가려고 준비할 때, 길 건너 대형 교회는 버스 다섯 대 빌려서 '동성애 반대 집회'에 갔잖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아.

불편해도 괜찮아

그래서 J 너에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거야. 언젠가 네가 성소수자 기사를 보며 지나가는 말로 "불편해요"라고 그랬지. "싫은 건 아닌데 불편하다"고.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어. 그런데 생각해 보면 '불편하다'는 건 이미 감정적인 동요가 있다는 것 아닐까? <불편해도 괜찮아>(창비)라는 책 제목처럼 정말 불편해도 괜찮아. 다만 '내가 불편하니까 사회에서 사라져 달라'는 건 이기적인 부탁 같아.

차별의 역사는 언제나 있었대.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이 결혼할 수 있게 된 건 불과 몇 십 년 전 일이야. 여성·장애인 등 약자들이 사회적 위치를 회복하기에도 계속 시간이 걸려. 약자가 아닌 동등한 역사 주체로 인정되기까지 몇 백 년이 걸렸어. 나는 네가 내 딸이 불편하게 느껴져도 괜찮아. 다만 불편하다고 가만히 있지 말고, 더 알려고 노력하고 찾아보면 좋겠어.

성소수자 당사자를 더 많이 만나 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 동성애 반대 운동에 힘쓰는 개신교인은, 성소수자가 몸을 판다는 식으로 극단적인 예를 일반화해. 만나 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거야. 정말 만나 봤으면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없겠지. 분명 성소수자가 주변에 있었을 테지만, 그들에게 커밍아웃한 일이 없었을 거야. 하지만 내가 매월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만나고 있는 성소수자들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건강한 청년들이야. 어떻게 하면 이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열심히 고민하는 친구들이야.

J, 승연이 같은 성소수자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나도 앞으로 그 사실을 더 주위에 알리려고 해. 얼마 전 한 성소수자 청년이 "나 여기 있어요"라는 글귀를 적어 들고 있더라고. 그 말이 맞아. 그들은 우리 옆에 있어. 이상하고 괴물같이 생긴 사람들이 아니고 평범한 누군가의 평범한 자녀라는 점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세영 씨는 매달 '성소수자부모모임'을 찾는다.  2016년 퀴어 퍼레이드에서 행진하는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 뉴스앤조이 이은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거야

삶은 예상하지 못한 일의 연속 같아. 가끔 '승연이가 그때 커밍아웃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더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우리 주변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계속 일어나잖아. 나이 드신 부모님이 수술대에 오르거나, 남편 직장이 안정적이지 못할 때가 있어. 그때마다 좌절하면 어떻게 다시 일어나겠니. 어른으로 산다는 건 정말 많은 일을 겪는 것 같아. 이 세상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일이 정말 많더라고. 그래서 나는 '행복했을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이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바꾸려고 노력할 거야.

나는 요즘 청소년들이 동반 자살했다는 기사를 접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혹시나 그 친구들 중에 성소수자라서 죽은 친구가 있는지 하나님께 여쭤 봐. 성소수자 청소년이 자기혐오에 빠져 괴로워하다 죽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 그래서 자꾸 기도할 수밖에 없어. 그 전에는 잘 몰랐는데 내가 겪어 보니까 알겠더라고. 이 친구들은 주변에 지지해 주는 사람 단 한 명만 있어도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그런 면에서 부모와 이성애자가 이 운동을 지지하는 게 정말 중요해. 성소수자 자녀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혐오 발언을 수없이 듣는대. 소수가 아닌 우리들이, 조금이라도 힘이 더 있는 사람들이 편을 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 사회가 바뀌지. 평소 성소수자에 관심 없던 사람도 주변 사람이 지지 운동을 하거나 성소수자를 인정한다고 말하면 그 자체로도 인식은 조금씩 바뀐다고 하더라고.

아무리 좋은 일도 혼자 하면 지치지만 지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요즘은 힘이 나. 지난 퀴어 문화 축제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성소수자 부모님이 오셨어. 혼자서 괴롭고 지칠 때는 그냥 안아 주면 되는 것 같아. 우리 아이들이 이상한 거 아니니까, 우리가 지지하고 편들면 좋은 세상이 올 거라고 나는 믿어. 그런 희망도 없이 어떻게 세상을 살겠어. 이것도 겪어 내면 언젠가는 세상이 바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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