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점심이 되자 카페에 손님이 몰렸다. 사람들은 더위에 지쳐 보였다. 저마다 찬 음료를 주문했고, 곳곳에서 수다 꽃을 피웠다. 한 젊은 남성은 구석진 자리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책을 한 권 펼쳤다. 경기도 일산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카페글렌플러스' 풍경이다.

카페글렌플러스는 새로운교회(최혁기 목사)가 낸 3호점 카페다. 새로운교회 교인이 운영하고 있다. 교회는 교인들의 카페 창업을 지원한다. 최혁기 목사는 "현재 교회가 8호점까지 오픈했다. 앞으로도 계속 늘려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목회자인지 성공한 카페 경영자인지 헷갈리는 최혁기 목사를 7월 18일 일산 카페글렌플러스에서 만났다.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됐는지, 교회가 생존이 쉽지 않은 카페 창업을 돕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최 목사의 목회 철학이 무엇인지 들었다.

최혁기 목사는 청년들이 편하게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회로 '카페 교회'를 생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청년을 위한 카페 교회
15분 설교, 2시간 나눔

최혁기 목사는 2013년 1월 새로운교회를 개척했다. 신촌에 있는 한 카페를 빌려 예배하기 시작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부담 없이 찾아오는 교회, 교인들이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회를 소망했다. 그 결과로 카페 목회를 떠올렸다"고 최 목사는 말했다.

그는 신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교회 개척을 꿈꿨다. 여러 교회에서 사역을 경험했다. 목회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다. 그동안 거친 교회가 14곳이나 된다. 작은 교회 부목사부터 대형 교회 주일학교 총괄 교육목사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었다. 많은 청년이 교회를 등진다는 사실이었다.

"교회를 이탈하는 청년이 많았다. 한국교회 전체가 겪는 현상이었다. 이유가 뭘까 고민했다. 청년들은 교회에 오면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돌아간다. 설교가 이들에게 영향력이 있을까. 목사가 과연 개개인을 잘 알까. 자기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요즘 고민이 무엇인지 얘기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대형 교회일수록 상황은 심각했다. 목사는 조직 관리, 행정 업무에 바빴다."

카페가 먼저 떠올랐다. 최신 음악이 나오는 카페에서 은은한 조명 아래 푹신한 의자에 앉으면,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 것 같았다. 가나안 교인, 비기독교인에게도 "교회 가자"는 말보다 "카페 가자"고 하는 게 부담이 덜해 보였다.

새로운교회 3호점 카페글렌플러스 실내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 형식도 바꿨다. 기성 교회 예배 순서를 뒤집었다. 공동 기도 제목을 소개하고 중보 기도하는 것으로 예배를 시작한다. 이어서 찬송 1곡 부르고 설교 15분 후 축도다. 예배 시간이 30분밖에 안 된다.

"하드웨어를 바꾸면 소프트웨어도 바꿔야 한다. 불필요해 보이는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공동 기도 제목은 매주 바뀐다. 예배 시작부터 북한 이재민을 위해 기도하자는 등 이슈를 던지면 청년들 눈빛이 달라진다. 진지한 자세로 예배에 임한다. 15분 설교도 짧지 않다. 평소 목사들이 설교 시간에 주로 하는 정치·경제·예화·애완동물·자녀 이야기 빼면 딱 15분이다."

예배 시간은 줄이고 나눔 시간은 두 배로 늘렸다. 예배가 끝나면 교인이 모두 모여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세 시간 동안 삶을 나눈다. 지난 일주일을 어떻게 지냈는지, 최근 고민과 기도 제목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최 목사도 나눔에 참여한다. 그는 "목사의 역할은 조직 관리나 행정 업무가 아니다. 매주 교인들 이야기를 경청하며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교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나안 교인, 비기독교인, 이단에 빠졌다가 돌아온 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예배에 참석했다. 청년들은 최 목사에게 말했다고 한다. 어디에서도 이렇게 질문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새로운교회는 현재 9개 공동체 연합이 됐다. 나눔을 깊이 하려면 공동체를 나눠야 했다. 서울 모임에는 미혼 청년이 나오고, 일산·인천 모임에는 30대 중반 부부가 참석한다. 업무 특성상 주일예배에 나오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평일 병원·공장 등 근무처에 모여서 예배한다. 최 목사는 모든 공동체 예배와 나눔에 참석한다. 매주 교인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카페·출판·목공·디자인 등
청년들 창업 지원

새로운교회는 청년들 창업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서울 모임이 예배 공간으로 사용하는 숙명여대 앞 카페몽루는 새로운교회 1호점이다. 2년 전 매주 임대하던 신촌 카페가 폐업하면서, 교회는 새 공간을 물색해야 했다. 비슷한 시기, 한 교인이 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교회는 보증금 일부를 지원하며 카페 개설을 도왔다.

2호점 커피상자, 3호점 카페글렌플러스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교회는 카페를 창업하려는 교인이 있으면 보증금 일부를 지원한다. 초기 비용과 운영 비용도 낮출 수 있다. 그동안 교회가 카페 창업을 지원하면서 알게 된 머신·생두·블렌딩·부자재 업체가 도매가로 납품하기 때문이다.

교회 사역팀이 창업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출판사 '새로운길'이다. 매달 교회 소식지를 제작하던 문서팀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출판사를 설립했다. 인테리어 소품을 주문 제작해 주는 '좋은나무',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는 '조은디자인'도 교회 사역팀에서 출발했다.

최혁기 목사는 재능이 있는 청년을 각 사역팀에 연결해 주고 있다. 기업 대표, 중직자들로 기획팀을 구성해, 각 사역팀이 추진하는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코칭하는 역할을 맡겼다. 현재 교회에는 19개 사역팀이 있다.

새로운길 출판사에서 낸 책들. 새로운길 출판사는 교회 청년들이 창업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존 체제 한계 있다
새로운 모델에 도전하라

최혁기 목사는 목사 말고도 여러 직함을 갖고 있다. 한국커피바리스타협회 대외협력위원장, 새로운카페 대표, 커피상자 쇼핑몰 대표 등. 목회 하나만 해도 쉽지 않은데 여러 사업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 목사에게 물었다.

"교회를 개척하기 전 2년 동안 안 해 본 일이 없다. 화물차 운전, 택배 기사, 막노동,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 컴퓨터 조립기사, 웹디자이너 등. 충분하진 않겠지만 이 경험이 목회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청년들과 대화할 때 조금이나마 그들을 공감할 수 있었다."

이중직, 카페 목회가 아닌 '비즈니스 목회'에 방점을 두었으면 좋겠다고 최 목사는 당부했다. 미자립 교회가 70%인 오늘날 목회자가 목회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최 목사가 현재 여러 사업을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회를 개척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교인이 1~2명인 교회가 많다. 재정이 불안정하면 결국 목회를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 목회를 계속할지, 지속적으로 목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기존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이미 드러나지 않았나.

10년 전만 해도 선교사가 사업을 하면 몰매를 맞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BAM(Bussiness As Mission)이 각광 받고 있다. 지난달 IBA 리더스 포럼에 참석했다. 지속적인 사역을 위해 사업 모델을 고민하는 선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자립 교회 목회자도 결국 이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목회를 안정적으로 지속하려면 비즈니스는 필수다."

5~6년 전 붐이었던 카페 목회를 시작한 몇몇 교회가 업종을 바꾸고 기존 체제에 편입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 목사는 카페 목회가 여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나이가 지긋한 목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업종은 많지 않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면 카페 목회는 가능하다. 우리 교회는 현재 미자립 교회 목회자에게 무상으로 카페 창업을 돕고 있다. 창업·운영 비용를 절감하도록 거래처를 연결해 주고 경영 노하우를 알려 준다. 

목회 모델을 고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척을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목회자가 있다면,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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