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소속 목회자와 교인들이 '세월호를기억하는감리교인모임'(가칭)을 만들기로 했다. 목회자·교인 30여 명은 7월 17일,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 앞 기독교예배실에 모여 기도회를 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모임에 함께했다.

모임을 주최한 이는 박인환 목사(화정교회).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예은 양이 다녔던 교회 담임으로, 참사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세월호를 알려 왔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서명 용지를 돌리고, '기억 독서대' 306개를 제작하기도 했다. 감리회 목회자인 그는, 무엇보다 감리회가 교단 차원에서 세월호 가족을 도울 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해 왔다. 416희망목공방도 박 목사가 주도해 교단 참여를 이끌었다.

박인환 목사는 "한국교회가 세월호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족들 곁을 떠나지 않고 같이 있는 것도 교회다. 오늘날 세월호 엄마·아빠들을 위해 교회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참사를 기억하며 기도해 온 감리회 평신도·목회자가 모여 소회를 나누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하기 위해 이 모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감리회 목회자·평신도가 '세월호를기억하는감리교인모임(가칭)'을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모임에는 서울·파주·인천·수원·강원·대전 등에서 온 평신도·목회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가족들 중에는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 예진 엄마 박유신 씨, 창현 엄마 최순화 씨, 창현 아빠 이남석 씨, 지성 엄마 안명미 씨, 아라 엄마가 자리했다. 이들은 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친 뒤 예배실에 모여 기도회를 했다.

남재영 목사(대전빈들교회)는 기도회에서 설교 시간에 세월호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세월호 가족을 가장 아프게 한 이는 한국교회다. 가족들이 아픔을 겪을 때 함께 눈물 흘린 교회도 있었지만, 그분들 가슴에 가장 큰 못을 박은 이도 한국교회다. 같은 한국교회 구성원으로서 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남 목사는 "한국교회가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때 우리는 무엇을 했나. 반성한다.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며 나섰어야 했다. 이제는 우리가 한국교회를 향해 할 말을 하자. 끝까지 세월호 가족을 품고 응원하며 지지하자. 오늘 이 시간 우리의 이 소망을 좀 더 구체화했으면 좋겠다"고 설교했다.

미수습자 수습
제2의 특별법 제정
416안전공원 설립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가족들

세월호 가족들과 참석자들이 대화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엄마·아빠들은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최근 어떤 문제와 싸우고 있는지 전했다.

"요새는 세월호 이슈가 잠잠해진 것 같아요. 가족들은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목포에도 매주 내려가고 있어요. 시민들 마음을 모아 미수습자 수습, 제2의 특별법 제정, 참사 진상 규명에 조금이라도 힘을 더 싣기 위해서죠.

여기 모인 분 대다수가 목사님이에요. 대다수 교인이 목사님 입만 쳐다보고 있잖아요. 목사님들께서 진실을 알렸으면 좋겠어요. 강단에서 사람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하나님 눈치를 보고 바른 목소리를 내 주시길 부탁드려요."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

"제가 여기 나온 이유는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예요. 정말 감사해요. 3년 동안 지금까지 버티며 살 수 있었던 건, 제 딸이 왜 그렇게 갔는지 밝히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되는 걸 막기 위해서예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우리 아이가 못다 이룬 꿈을 조금이라도 이루기 위해서예요.

지금 저는 가족들과 연극을 하고 있어요. 최근 작품 이름이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다'예요. 정치인들이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줬지만, 이웃들도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어요. 옆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던 엄마·아빠가, 지금은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껴져요.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안산에 계속 사는 건, 우리 아이가 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이에요. 정말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어요. 연극을 통해 이웃들 입장을 이해하고 그분들에게 다가가려고 해요." (예진 엄마 박유신 씨)

세월호 정국이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가족들은 지금도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난주 오토캠핑장에서 목요 기도회를 열었어요. 오토캠핑장은 가족들이 416안전공원으로 조성하길 바라는 곳이에요. 하지만 일부 재건축 조합 반대로 부지 선정이 미뤄졌어요. 416안전공원은 추모관이 아니에요.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배울 수 있는 장이에요. 저희는 정말 간절해요. 하지만 땅값·집값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커요.

교회가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폈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참혹한 사건이지만, 이 사건을 제대로 기억해야 해요. 있는 그대로 기억한다면, 사회가 변화할 거라고 봐요. 교회가 이를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창현 엄마 최순화 씨)

"저는 오늘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많은 목사님이 이 자리에 참석하셨잖아요. 각 목사님께서 시무하는 교회에는 수많은 교인이 있어요. 그분들까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416가족합창단이 여러 지역을 찾아다녀요. 느끼는 점이 있어요. 한국 사회에는 아픈 사람이 참 많구나.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에게 위로를 얻는구나. 저희가 합창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저희들 노래로 위로를 얻는대요.

지칠 때면 이런 생각을 해요. 나는 과연 우리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 다시 힘을 얻거든요.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돼야겠다는 생각이요. 저뿐만 아니라 여기 모인 기독인들이 정말 부끄럽지 않은 기독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교회만 착실하게 다니는 신앙생활만 강조하지 말고, 정의와 공의를 위해 활약하는 신앙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지성 엄마 안명미 씨)

"한국 사회가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옆에 있는 사람과 경쟁해서 나 혼자 잘사는 게 아니라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사는 그런 사회요. 교회부터 이를 실천하면 어떨까요.

정권이 바뀌면서 우리 사회 안에 적폐가 청산될 거라는 기대를 해 봐요. 세월호 참사가 국민들 의식을 바꿨고, 결국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민들이 계속해서 정치에 관심을 갖고 깨어 있어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 모인 모든 분께서도 계속해서 관심 갖고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창현 아빠 이남석 씨)

남재영 목사는 한국교회가 세월호 가족들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마음은 있었지만 
광장 나오지 않았던 목사들 
"멀리서도 지지하는 사람 있다"

참석자 중에는 세월호 참사에 관심이 있었지만 막상 한 번도 안산 합동 분향소나 촛불 집회에 나오지 않은 목사도 있었다. 이들은 행동으로 함께하고 싶었지만 멀리서나마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주변에 참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백영 목사(세교교회)는 "안산에 처음 와 본다. 촛불 집회에도 못 가 봤다. 마음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가지 못했다. 변명일 수 있겠지만, 오랜 시간 강당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을 알렸다. 교인들과 함께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많은 기독교인이 멀리서 가족들을 지지하고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석자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최헌 목사(하나로중앙교회)도 한 번도 분향소나 촛불 집회에 나간 경험이 없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문제가 3년 넘게 지연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극우 세력이 가족들을 욕하고 모함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었다. 오늘 모임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이분들에게 힘을 실어드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성호 목사(영신교회)는 "그동안 안산과 팽목항에 가고 싶었는데, 올해 부활절에 처음으로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분향을 했다. 어머님들 말씀을 들으며 반성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도 이런 자리에 오는 것만으로 가족들에게 힘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헌 목사(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는 안산 합동 분향소나 촛불 집회에 나간 적이 없다. 그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어 모임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기억 주일' 만들자

이날 모임에서는 향후 활동 방향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양재성 목사(가재울녹색교회)는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세월호가 잊히는 것이다. 매달 또는 분기마다 가족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함께 기도하자"고 건의했다. 진광수 목사(고난함께)는 "최근 세월호 가족들에게 416안전공원이 가장 큰 화두다.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교회가 앞장서서 안전공원의 필요와 중요성을 전하고 가족들을 대변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정기적으로 세월호 가족들 소식을 공유해 각 교회가 활동에 참여하고, 교단 본부에 세월호 기억 주일 제정을 건의해 매년 모든 교회가 참사를 기억하고 기도하게 하자는 안도 제기됐다.

세월호를기억하는감리교인모임은 박인환 목사를 임시 대표로 세웠다. 박 목사는 교단 안에서 회원들을 추가 모집해 조직을 정비하고, 향후 활동을 구체적으로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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