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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한' 기독교인 여기 있어요

퀴어 문화 축제 찾은 개신교인들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07.15  20: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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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문화 축제를 전후로 보수 개신교는 동성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보수 개신교는 '동성애', '성소수자'를 향한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그들의 주장으로 그려 보면, 동성애자는 이성애를 '선택'할 수 있는데도 동성과의 성 중독에 빠진 문란한 사람들입니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은 있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실일까요. 보수 개신교인들이 아무리 반대한다 해도, 우리 주위에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이 살고 있습니다.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그들을 직접 만난 뒤 인식이 바뀐 신앙인도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2017 퀴어 문화 축제 전후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과 그들을 지지하는 신앙인들 인터뷰를 차례로 소개할 계획입니다. 지금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의 진솔한 신앙담부터, 퀴어 문화 축제를 찾은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고민, 또 그들 곁에 있는 목회자 이야기를 차례로 싣습니다.

이번 기획은 신학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지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상상 속의 성소수자가 아닌 현재 우리 옆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이번 기사는 2017 퀴어 문화 축제를 찾은 개신교인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편집자 주

로뎀나무그늘교회(박진영 목사)는 '나, 예수 무엇을 원하느냐' 보드판을 준비했다. 사람들은 포스트잇에 글을 적어 붙였다. "대적 기도 없는 교회, 통성기도 안 하는 교회", "서로 사랑하세요", "동성애를 죄로 몰고 가는 기독교인들을 혼내 주세요"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18회 퀴어 문화 축제가 7월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퀴어 문화 축제는 성소수자들 사이에서 '퀴어 명절'로 통한다. 성소수자가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1년에 딱 하루, 마음껏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날이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 중에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평소 교회에서 듣는 온갖 혐오 발언에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는 자유롭다. '성소수자'와 '그리스도인' 어느 한 가지 정체성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당신의 존재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축제가 열린 7월 15일, 서울도서관 앞쪽에 마련한 기독교 부스 근처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로뎀나무그늘교회, 열린문공동체교회,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차세기연), 무지개예수 부스가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뉴스앤조이>는 축제에서 만난 다양한 성소수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그리스도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죄 없는 자 돌 던지라 했는데
회개 없이 돌만 던진다"

부스를 찾은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은 다양했다. 현재 교회를 출석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가나안 교인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성가대 가운을 입고 나타났다. 23세 A는 모태신앙인이면서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이다. 그는 가슴에 '교회 다니는 성소수자'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A는 모태신앙 동성애자다. 그는 "반동성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회개도 없이 무조건 (성소수자를 향해) 돌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독교 가정에서 나고 자란 A는 교회학교 다닐 때만 해도 자기혐오가 심했다. 교회학교, 라이즈업무브먼트에서 신앙생활을 했는데, 늘 동성애 혐오 발언에 노출돼 있었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어느 정체성 하나만 선택할 수 없었다. 성소수자로서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으로 살면서 더 이상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성가대복을 입고 나온 것도 "하나님을 믿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이 알리려는 이유에서다. 눈앞에 있는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흔히 말하는 '가나안 교인'이다. 동성애자라서 교회를 떠난 것은 아니다. A는 "다니던 교회가 무너져서 더 이상 못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다니던 교회는 담임목사의 국적, 횡령 문제로 분쟁을 겪고 결국 쪼개지는 아픔을 겪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알고 지내던 교인들이 서로 나뉘어 욕하고 싸우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쭉 봐 왔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에는 별다른 말을 안 하고 성소수자만 공격한다. 구약성경에 보면 여러 율법이 있는데, 굳이 동성애만 콕 집어서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 모순적으로 들린다. 신약에 보면 예수님은 죄 없는 자만 돌 던지라고 하셨는데, 자기 회개도 없이 무조건 (성소수자를 향해) 돌 던지고 있어서 보기 그렇다. 그냥 성소수자가 보기 싫으니까 자꾸 종교를 엮는 것 같다."

성소수자를 배척하지 않고 그대로 품어 주는 교회를 찾고 있다는 A. 나란히 자리 잡은 기독교 단체들이 고마울 뿐이다. A는 "정말 소수의 움직임이지만 분명 작은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다. 계속 움직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기독교 내 성소수자 지지 운동
극소수지만 변화 일으킬 것"

차세기연 부스를 지키고 있는 회원 B는 머리가 크고 나서 예수님을 만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귀던 여자 친구가 B를 전도했다. B는 여성 동성애자다. 모태신앙 여자 친구를 만나기 전, B는 기독교와 교회를 싫어 했다. 동성애 혐오 발언을 쏟아 내는 교회를 보며 자기 존재가 부정당한 기분이 들었다.

B는 성인이 되고 나서야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성소수자 차별 없는 교회를 찾고 싶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동성애자도 있는 그대로 품어 주는 교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B는 그때부터 하나님을 믿기 시작했다. 벌써 5년 전이다. 지금은 지방에 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기성 교회'를 다닌다. 지금 다니는 교회도 동성애 정죄에 앞장서는 교회다. 동성애 혐오 발언을 계속 듣고 있으면 교회를 떠나고 싶지는 않을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들 만나러 교회 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예배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예배할 곳이 필요하다. 성소수자를 핍박하지 않는 교회가 있으면 당연히 그곳으로 가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B와 대화하는 도중에 길 건너 반동성애 운동 진영에서 "동성애 안 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올해 처음 퀴어 문화 축제에 참가했다는 B는 하던 말을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저분들도 자신들 신앙심 때문에, 열심으로 하시는 건데…주님이 마음을 바꿔 주셔야지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B는 차세기연을 비롯한 기독교 부스 활동에 힘을 얻는다. 한국교회에서는 지극히 작은 목소리지만, 전면에 나선 이들의 활동이 한국교회 이미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차세기연 부스에 오셔서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다양했다. 나이 지긋하신 부부가 손잡고 오셔서 후원하고 가셨다. 지금은 교회 내 성소수자 지지 운동이 극소수일지 모르지만, 이런식으로 꾸준히 가면 사람들 생각도 조금씩 바뀔 것 같다. 지금은 교회에서 받는 핍박 때문에 교회 떠나는 동성애자가 많은데, 그런 것도 조금 개선되지 않을까."

열린문공동체교회는 예수님처럼 옷을 입은 담임목사와 사진 찍는 행사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소수자'만의 축제?
'앨라이'도 있다!

성소수자만 퀴어 문화 축제를 찾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비성소수자도 퀴어 문화 축제를 찾는다. '무지개예수' 부스 안에서 기도받고 나오는 20대 C와 D는 둘 다 비성소수자였다. 다만 성소수자도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비성소수자와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앨라이'(지지자, Ally)다.

C와 D는 교회 친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퀴어 문화 축제가 뭔지 큰 관심이 없었다. 지인이 퀴어 문화 축제를 알려 줬고 뭐라도 배우고 싶어서 서울광장을 방문했다. 교회에서도 동성애 이야기를 하지만, 늘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만 전달하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현장을 찾았다.

"평소에 보지 못한 모습들이 있기는 한데 거부감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다. 오히려 이렇게 열심히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감동적이어서, 힘이 돼 주고 응원하고 싶다."

D 역시 교회에서 반동성애 이야기만 질리게 들었다. D는 "성경에서는 늘 약자들 목소리를 들으라고 하는데, 교회에서는 전혀 그런 게 안 보였다. 제 삶과 성소수자 사이 접점이 전혀 없는 현실 속에서 퀴어 문화 축제가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광장이라 한 번 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찾은 C와 D. 누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명확히 알겠다고 말한다.

"반동성애 운동하는 개신교인들이 성경을 오독하고 있지 않나 싶다. 자기 자신을 의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그 사람들이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혐오할 수는 없다."

C와 D는 무지개예수 같은,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기독 부스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성소수자가 기성 교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헌신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어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또한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40대 중반 이성애자 E는 "광장에 나온 교회들이 진짜 교회"라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아이 셋을 둔 40대 중반 여성 E 또한 다른 교인들처럼, 기독교 부스를 찾아 둘러봤다. 담임목사가 예수님 분장을 하고 나타난 열린문공동체교회(크레이그 바틀렛 목사)에서 사진도 찍었다. 로뎀나무그늘교회(박진영 목사)에 들러 설문 조사에도 응하고, 무지개예수 부스에서 무지개 물고기 배지도 구입했다.

"어찌됐건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서 축제를 즐기려고 마련한 자리인데, 신념이나 종교적 이유로 그 축제를 억압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영화 '런던 프라이드'를 보고 한국에서도 이런 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다. 소수자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그 축제를 조금 더 즐기기 위해서는 연대하는 누군가가 같이 축제를 즐겨 줄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나왔다. 사랑은 누가 정죄할 수 없는 것 아닌가."

E는 '가나안 교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회가 보여 준 반응에 교회를 떠났다. 그는 "세월호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교회는 소수자를 핍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성서가 아닌 교단이 내세우는 교리적인 이유로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거나, 이성애 가족 중심의 사랑을 강요한다. 이 역시 '반성서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퀴어 문화 축제를 찾은 E는 기독교 부스를 돌며 뭉클했다.  E는 퀴어 문화 축제를 지키고 있는 기독교 부스들을 보며 '교회'라는 말의 뜻을 되새겼다.

"세월호 이후 현대의 광야는 광장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광야를 찾아 광장으로 나오는 교회, 길 위의 교회가 있기 때문에 그래도 한국교회가 아직 '교회'라는 이름의 명을 잇고 있다. '교회'라는 말 자체가 부름받은 사람들인데, 지금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사람들의 모임이 됐다. 부름받은 사람들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진짜 교회를 보니 뭉클하다."

기독교 부스 앞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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