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피터슨이 "목회하고 있다면 동성 커플의 결혼식 주례를 맡겠다"고 한 발언을 철회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베스트셀러 <메시지>(복있는사람) 저자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이 동성애·동성 결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좀 더 명확하게 밝혔다. 피터슨은 7월 12일 종교 매체 <릴리전뉴스서비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금 목회하고 있다면 동성 결혼 주례를 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슨의 발언에 미국 교계는 술렁였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기독교 서점 체인 '라이프웨이'(Lifeway)는 서점에서 피터슨의 모든 저서를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계속되자 피터슨은 좀 더 명확한 입장을 전하겠다며 7월 13일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피터슨은 입장문에서, 먼저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는 성경적 관점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앞서 "동성 결혼 주례를 맡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기자가 '만약에'라는 가정을 붙여 질문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피터슨은 새로 낸 입장문에서 "지금 목회한다면 동성 결혼 주례를 맡겠다"고 한 발언을 뒤집었다. 피터슨은 "더 생각해 보고 기도해 본 결과, 그 말을 철회하고 싶다"며 동성 결혼 문제는 목회적으로 접근할 사안이라고 했다. 목사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만날 수 있는 동성애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독자들 이해를 돕기 위해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유진 피터슨 입장문 전문(바로 가기)을 소개한다.

얼마 전, 한 기자가 최근 몇 년 동안 동성애와 동성 결혼에 대한 나의 의견이 바뀌었느냐고 물었다.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수십 년간 PCUSA(미국장로교회)에서 목회했기 때문에 물었다고 생각했다. PCUSA는 최근 동성애를 인정하고, 성직자가 동성 결혼 주례를 맡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 목회 현장에서 은퇴한 지 25년이나 됐기 때문에, 나는 기자에게 "그것과 관련해 경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일"이라고 말한 성경적 관점을 지지한다. 나는 모든 사안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지지한다.

29년간 목회하면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동성 결혼 주례를 선 적이 한 차례도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단 한 번도 부탁받은 적이 없고, 솔직히 앞으로도 부탁받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이 기자는 가정해서 질문했다. 만약 내가 지금 목회하고 있다면, 만약 좋은 믿음을 지닌 크리스천 게이 커플이 만약 그들의 결혼식 주례를 부탁한다면,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다. 목사들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고민할 만큼 사치를 부리지 못한다. 또 솔직하게 'NO'는 내가 즐겨 쓰는 단어가 아니다. 곤란한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84세인 나는 최근 거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강의를 위해 여행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응한 대부분의 인터뷰는 사전 질문을 받고 서면으로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방법이다. 나를 인터뷰했던 기자가 현장에서 바로 물어봤을 때, 그 자리에서는 'YES'라고 답했다. 하지만 더 생각해 보고 기도해 본 결과, 그 말을 철회하고 싶다.

그것(동성 결혼 찬성)은 교인들, 교회 공동체, 역사적으로 인정되는 성경적 가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내가 할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동성애 커플을 목사로서 사랑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 식탁에서 환영받을 것이다.

내가 그 기자에게 "내가 누리는 것 같은 좋은 영적인 삶"을 누리는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있다고 한 말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좋은 영적 삶을 영위하는 것은 어떤 큰 설계와는 무관하다.

우리는 믿음을 통해 구원받는다. 우리 결심이나 선한 행위와 상관없이 작동하는 은혜를 통해서다. 우리가 은혜와 진리 가운데 살기 원하시고, 우리를 은혜와 진리로 계속해서 돌아서게 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이 당신의 손으로 운행하신다.

동성애자들은 내가 섬겼던 다양한 교회, 대학 캠퍼스, 공동체에 있었다. 목사로서 내가 그들에게 해야 할 일은, 그들을 방문하고, 영혼을 보살피고, 함께 기도하고, 설교하는 일이었다.

목양이라는 일은 극히 본질적으로 지역성을 띤다. 목회자는 각각에게 주어진 특정한 사람, 특정한 회중을 책임진다. 논쟁과 시끄러운 주장들에 가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놓쳐 버린다. 성도들은 관념적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다. 목사가 자신의 목양을 받아야 할 사람들을 추상적인 존재로 취급할 때 그들은 해를 입는다.

나는 이 인터뷰가 만들어 낸 혼란과 과장을 후회한다. 빛은 없고 열기만 가득한 추상적이고 가설적인 논쟁에 참여하거나 코멘트하는 것은 내 의도가 아니었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이것이 내가 (말보다) 문자를 선호하고, 내 마지막 날들을 공적인 글쓰기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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