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감신 문제를 돌아보는 좌담을 열었다. 학생들이 점거 중인 이사장실에서 7월 12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는 제 손으로 학교 수장을 쫓아낸 전례가 있다. 학생들 목소리를 무시한 학교 운영이 문제였다. 학생들은 1980년대 초반 박봉배 학장 퇴진 시위를, 1990년대 초반 구덕관 학장 퇴진 시위를 벌였다. 두 사람은 결국 물러났다. 2014년 시작된 학내 사태 여파로 이규학 이사장도 2015년 사퇴했으나, 2017년 복귀했다.

최근 감신대 학내 사태는 앞선 사례들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학생들은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 학교의 주인인 학생의 의사가 반영되는 시스템을 원하는 것이다. 이번 감신태 사태는 3년 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7월 11일 감신정상화를위한학생대책위원회 백인혁·이은재 학생, 조경철 교수(감신대), 전남병 목사(선한이웃교회·평화교회연구소장) 4명과 대화를 나눴다. 좌담은 학생들이 46일 동안 점거 중인 감신대 이사장실에서 진행했다. 참석자들 뒤편에는 역대 이사장들 사진이 걸려 있었다. 학생들이 학내 사태 원흉으로 지목한 이규학·김인환 이사장 사진은 빠져 있었다. 

왼쪽부터 백인혁 학생, 조경철 교수, 이은재 학생, 전남병 목사. 뉴스앤조이 최승현

- 조경철 교수는 1980년대에 재학한 동문이자 교수 입장에서, 전남병 목사는 1990년대에 재학한 동문의 입장에서, 이은재·백인혁 학생은 현재 학내 투쟁을 주도하는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체감하는 바가 다를 것 같다. 어제오늘의 학내 사태,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조경철 / 나는 2014년 학내 사태 발발 당시 교무처장이었다. 이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안다. 본질적으로 이사회가 학교를 한번 장악해 보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은 선한 의도라고 주장한다. 교수들은 연구도 안 하고, 직원들은 일도 안 하고 고액 연봉만 받으니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분들 말을 100%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사회의 시도에 대해 교수와 학생이 거세게 반발하며 들고일어났다. 사실 이사장이나 이사는 학교를 잘 모른다. 자기들이 목회하는 교회인 줄 안다. 그러나 학교와 교회와 다르다. 사립학교법에 의해 운영되는 곳인데 교회 장악하듯이 하면 안 된다.

전남병 / 나는 93학번이다. 그때에도 학내 사태가 있었는데 지금과 좀 다른 것 같다. 1990년대는 소위 부흥사 목사들이 교단 내에서 감독이 되고 감독회장이 되는 시절이었다. 그들은 '감신 신학'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진보 성향의 변선환·홍정수 교수를 재판하기까지 했다. 사상 검열 성격이 강했다.

지금 이규학 이사장은 학교를 사유화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학교법인 소유 빌딩에 자기 아들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불투명한 과정으로 법인처 직원을 뽑는 등 (이사회를) 개인 곳간처럼 사용하려 한 정황이 많다. 사회에서 일컫는 '적폐 세력'이 감신에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은재 / 이사회가 학교에서 제일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 이사회는 학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는데, 문제는 직원·동문·학생 모두 자기 말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마치 교회처럼. 특히 이규학 이사장이 제일 심했다.

2014년 이사장을 반대하는 교수들이 승진에서 탈락하거나 징계를 받았다. 반면 이사장과 친한 교수들은 승진이 됐다. 반대하는 교수들에게는 사과문을 쓰면 승진시켜 주겠다고 했다. 지금은 2017년인데 이사장은 중세 시대 마인드 아닌가.

백인혁 / 학생들은 너무 화가 났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학교는 학사 운영에서 학생들을 배제해 왔다. 2014년 이후로 그런 것들을 많이 느끼고 있다. 날치기로 이사회를 열고… 학생들은 발언권조차 얻지 못했다. 감정이 쌓이고 쌓이다 폭발해 학내 사태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 학내 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침묵하거나 이사회에 동조하기도 한다. 동문들도 일부 학번을 제외하고 상당수가 무관심해 보인다. 총학생회도 투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규학 이사장의 "교수들은 이제 다 (이사장에게) 줄 서야 한다"는 발언이 현실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유가 뭘까.

조경철 / 근본적으로 목사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것 같다. 밥벌이 수단으로 신학교수나 목사를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지금 교수 사회는 크게 세 부류인 것 같다. 철저하게 이사장 편에 서는 사람들은 과거 마이너리티들이다. 그동안 소외당하면서 설움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나 같으면 그 설움을 연구와 강의로 극복하겠다. 그런데 이들은 그럴 능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정치적 라인을 타고 아부해서 주류가 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중간 영역 교수들도 있다. 불편부당하게 하겠다고는 하는데, 말 그대로 회색분자들의 전형적인 논리라고 생각한다. 자기 지조를 세우고 이사장 측과 싸우는 부류도 있다.

사실 나는 학내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나이브했다. 이사장이나 감독들이 다 목사들이니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하면 바뀔 것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심하게 보면 목사가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소양과 양심도 없다. 정치적 이득과 야합을 통해 추구하려는 전형적 정치인보다 타락한 사람들이다. 이번 학내 사태에서 경험했다. 솔직히 이제 목사 말은 안 믿는다. 아무리 친해도 안 믿는다.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

전남병 / 동문들은 일단 관심이 없다. 1997년 IMF를 겪으면서부터 대학이 직업학교화되어 버렸다. 감신대 또한 모나지 않게 학교 졸업해서 목회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

제일 중요한 건 피로감이다. 1990년대 초반 학번은 학교 다니는 내내 싸웠다. 1993년에는 104일, 1994년에는 117일 동안 수업을 거부했다. 당시 선한용·이원규·김득중 교수가 해직됐다. 총학생회장과 동아리연합회장도 제적됐다. 그때 학생들이 끈질기게 싸워 승리를 이뤘다. 해직 교수는 복귀하고, 학생들 제적도 철회됐다. 학장은 퇴진했다. 이후 총장을 선출할 때는 학생 대표가 참석하는 등 의사가 반영됐다.

그런데 우리가 살려 준 교수들이 집권하면서 학생들을 많이 탄압했다. 우리가 싸워서 쟁취했던 게 하나둘씩 도로 돌아갔다. 그래서 "교수들이 밥그릇 싸움하는 데 왜 이용만 당하느냐"고 전화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학생들은 팽당한다는 것이다. 그런 정서가 1990년대 학번에 팽배해 있다.

- 전남병 목사가 말한 정서가, 지금 학생들 사이에서는 '투쟁하는 학생들이 특정 교수를 편들고 있다'는 생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백인혁 / 그 프레임이 2014년부터 계속 우리들에게 씌워져 있다. 사실 학생들 중에는 2015년도에 교수님들이 전부 사표 낼 각오로 싸웠다면 학교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교수 집단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번에 총장 직선제를 주장하는 것은, 반드시 학생들의 권리를 획득하자는 차원에서 하는 일이다. 그런데 특정 교수를 지지한다는 프레임은 어떻게 해도 벗겨지지 않더라. 직선제를 주장하면 (최근 총장 후보에서 탈락한) 왕대일 교수를 뽑으려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 총장 직선제를 도입해도 그렇게 되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도 별 관심도 없고 보수화되고 있다. 인기투표라는 비판도 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해서 총장이 된 사람은 학생들 목소리를 더 신경 쓰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조경철 / 프레임은 반대쪽에서 거는 것이어서 우리가 어떻게 해도 풀리지 않는다. 얼마 전 아무개 이사가 나에게 "교수들이 왕대일 교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사들이 왕대일 교수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겠다. 그런 정서에서 프레임을 거는 것이다.

1990년대 학번의 정서를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러나 그분들이 그만큼 싸웠기에 이렇게나마 감신이 존재한다는 생각도 한다. 우리는 2~3년 이후 은퇴하는 사람들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신앙의 모태가 되는 감신을 위해 싸우자는 것이지, 학생들이나 교수들이나 특정인을 위해 그러는 건 아니다.

이은재 / 이렇게 싸워서 총장 직선제를 이룬다고 해도 학생들이 박근혜 같은 사람을 총장으로 뽑을 수도 있다. 사실 뽑을 만한 교수가 없기도 하다. 그러나 학생들의 의견 주권을 위해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 만일 권력투쟁 정도의 시각으로 본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정치인 밥그릇 싸움으로 볼 수 있다.

왜 우리가 매주 촛불 들고 싸웠는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 나간 것 아닌가. 우리가 진짜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겠다는 것이다. 감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사회는 무조건 왕대일 교수를 막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

1985년 박봉배 학장 퇴진을 요구하는 학내 시위. 사진 제공 감신대 신학과 학생회

- 감신대는 1980~1990년대에 학생들이 학장을 퇴진시킨 전례가 있다. 그때 학생들 명분은 무엇이었나. 지금과 비교할 점이 있다면.

조경철 / 박봉배 학장 때는 학교 규모를 키우면서 발생한 문제다. 1981학번 입학 정원을 50명에서 180명으로 늘리고, 1982학번은 200명 이상 늘렸다. 그 과정에서 여론 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다. 좋은 교수도 많이 들어왔지만, 1979~1980학번은 학교가 비대해지는 과정에 대한 반발감과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을 추진한 점 등을 이유로 시위를 벌였다.

전남병 / 1993년 구덕관 학장 퇴진 시위는 1991년~1992년 변선환 교수와 홍정수 교수 출교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홍정수 교수 지지 학생에 대한 부당한 징계 때문에 학교 법인실을 점거했는데, 그때 '충북 음성 이전 마스터플랜'을 발견했다. 서대문 캠퍼스를 처분하고 학교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학생들 몰래 추진하다가 발견된 것이다.

집단 수업 거부가 이어져 구덕관 학장은 퇴진했는데, 이때 수업 거부를 이유로 전부 다 유급시켜 버렸다. 1995년 2월, 졸업식 당일 200여 명 중 20명을 빼놓고 전부 졸업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난리가 났다. 부모와 교인들이 시골에서 다 참석한 상태였는데… 그때 이종수 총장대행 차에 학생 두 명이 올라탔는데 기사가 그 상태에서 차를 끌고 서대문경찰서까지 (약 0.8km를) S자로 주행했다. 올라탄 사람을 떨어뜨리려고. 그리고 바로 서대문경찰서로 들어갔다. 보닛에 올라탄 선배는 그때 얻은 공황장애로 지금까지 목회를 못 한다.

- 차기 총장 선출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고, 앞으로 계속 충돌이 있을 것 같다. 이사회는 교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 꾸려져 있어, 저항하기 만만치 않다.

전남병 / 감신의 학연은 아마도 육사 다음으로 끈끈함을 자랑할 것이다. 이규학 이사장은 중부연회 감독으로 있다가 공석이 되면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임시감독회장이 됐다. 모든 직무와 권한을 다 행사하고 나왔다. 그 다음으로 관심을 가진 게 감신이다. 이규학 이사장이 한 30년 정도 중부연회에 있었는데, 안 도와준 사람이 없다고 한다. 실제 목회해 보면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제일 고마울 수밖에 없다. 돈 주고 쌀 주면서 도와주면 예수님급이다. 1980~1990년대 학번 중에서는 이규학 이사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많은데, 아마 그런 관계 때문일 것이다.

이은재 /  많은 학생들이 이번 사태를 보수와 진보 싸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보수적 친구들은 발언하지 않거나 관심을 안 두면서, '이 문제는 운동권만 하는 거야. 진보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하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규학 이사장이 나가도 학생들은 계속 싸울 것이다. 학생들 목소리가 반영되는 학교가 목표니까. 어떤 사람이 총장이 되고 이사장이 되든 학생들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다른 의도를 가지지 않고 싸우는 당사자다. 어떤 유학 자리나 안정된 직장을 약속받고 싸우는 게 아니다. 그런 걸 생각해 주면 좋겠다. 누가 형사 고소를 당하면서까지 싸우고 싶겠나. 양심상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일이다.

전남병 / 교수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 학교 문제에 관심 갖지 않으려는 동문들에게도 부탁하고 싶다. (이들은) 문제 제기하는 동문들이 어떤 유익이 추구하기 위해 시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규학 이사장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도 당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삶이 불편해지고, 다른 동문과의 관계가 끊어지는 게 '유익'인지 묻고 싶다.

학생들 따라 국회도 가고 이사회가 열리는 호텔도 가 봤다. 울컥했다. 이 친구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모든 것을 걸고 싸울까, 우리가 정말 '어머니 감신'이라고 하면서 사랑했던 것 이상으로 더 비교 안 되게 간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싸울 때 중립을 지키는 게 제일 쉽고, 어려운 사람 돕는 게 제일 용기 있는 일이다. 학생들이 이용당한다는 말은 학생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학생 목소리를 들어 주면 좋겠다.

선배 세대들은 학생 권리를 위해 싸우는 후배들이야말로 '어머니 감신'을 위한 이들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백인혁 / 총학생회도 의견이 다르다고 하고, 문제 제기하는 학생들이 극소수라고 얘기한다. 극소수도 아닐 뿐더러, 설령 그렇다 쳐도 의미가 없다고 치부하는 것이야말로 권력 있는 사람들 이야기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예수님은 12명 데리고 사역하지 않았나. 우리는 정말 간절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때때로 다들 많이 지쳐서 다들 뭘 더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종종 오기도 하는데, 학생 주권, 최소한 총장을 뽑을 수 있는 권리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사장 사퇴와 같은 작은 승리도 필요하지만, 그런 결과물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설문 결과 보면 소수가 아니라 총장 직선제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학생들 중에서도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고 교단 권력이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극소수'라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이은재 / 세월호 참사 이후 문제의식이 있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박근혜를 몰아낸 경험도 그렇고. 민주주의적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감신 학생들이 원하는 최종적이고 기본적인 모습 또한 민주주의적 의사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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