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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에 발칵 뒤집힌 '루터회'

일부 회원 "김철환 총회장 독단으로 파행"…총회장 "정치적 목적 위한 흠집 내기"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7.07.10  15: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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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마르틴 루터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독교한국루터회(루터회). 1958년 교단의 모습을 갖춘 루터회는 전국 51개 교회가 소속한 작은 교단이다. 규모는 작아도 내실 있다. 만인제사장을 설파한 루터의 후예들답게, 교회나 총회 운영에 평신도가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총회는 책임질 수 있을 만큼만 목회자 후보생을 선발해 끝까지 책임지는 전통이 있다.

규모를 중요시하는 한국 대형 교단들과 다르게, 루터회는 작지만 비교적 건강한 교단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루터회는 현 김철환 총회장 문제로 교단 소속 목회자끼리 법정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종교개혁 500주년, 뜻깊은 해에 루터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심층 취재했다.

후암동에 있는 루터회 총회 회관.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회 회관 용역 업체 선정 과정
'리베이트' 의혹
문제 제기 목사들 불기소처분

김철환 총회장은 2013년 정기총회에서 당선됐다. 당선 당시부터 김 총회장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다.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교단 내 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되고 조사가 시작됐지만, 구체적 증거가 없어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김 총회장은 선거 8개월 전 한 장로로부터 밥값으로 30만 원과 40만 원, 총 70만 원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평신도들을 중심으로, 과연 총회장 선거에서 오간 돈이 70만 원뿐이었겠느냐며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루터회 장로연합회·남전도연합회는 2015년 12월, 총회 건물 앞에 김철환 총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김철환 총회장은 의혹을 부인했고 자리를 지켰다.

김철환 총회장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루터회 목사 4명은 김철환 총회장이 독단적으로 특정 회사에 루터회관 부동산 중개 권한을 넘겼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루터회관은 2010년 완공된 건물로 지하 5층, 지상 24층 규모다. 연 임대 수익이 80억 원대에 달하는 교단의 주요 수입원이다. 문제를 제기한 목사들은 루터회관 계약 같은 중대한 사안은 실행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김철환 총회장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고 문제 제기했다.

김 총회장은 부동산 임대를 중개받는 대가로 P 회사에 임대 금액 1.5%를 수수료로 주는 계약을 맺었다. 문제 제기한 목사 4명은 특정 부동산 중개 회사에 법정 수수료인 0.9%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주기로 계약한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고 했다. 기존 계약보다 수천만 원이 더 지출되는 계약을 총회장 독단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교단 내부에서는, 업계 관행을 생각했을 때 총회장이 리베이트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철환 총회장은 리베이트 의혹이 터무니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2016년 6월 30일, 루터회 총대들에게 보낸 목회 서신에서 "루터회관 앞 제2롯데월드 완공으로 공실률이 높아지는 등 건물 임대에 위기가 오고 있다. 임대율 100%를 달성하기 위해 전속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다 채우면 13~15억 원의 임대 수익을 거둬들이게 된다"고 했다.

소송까지 불사했다. 김 총회장은 최초 문제를 제기한 목사 4명을 지난해 8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고소장에 "피고소인들은 고소인이 루터회관의 공실률을 어떻게든 낮추어 보고자 체결한 부동산 임대 용역 계약을 문제 삼아 '무언가 부당한 이득을 취할 흑심이 있는 행위'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썼다.

작년 10월 루터회 총회는 이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총회가 열리는 이틀간 이 문제로 대부분 시간을 썼다.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루터회 목사들은 "김철환 총회장이 2016년 10월 정기총회를 비롯해 여러 회의 자리에서 '아직 사회 법에서 결론 나지 않은 상황이니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김 총회장은 정기총회 때 "돈을 받은 것이 밝혀지면 옷을 벗겠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검찰은 사건을 불기소처분했다. 사유는 무혐의가 아닌 '공소권 없음'이었다. 김 총회장이 올해 2월 13일, 고소를 전격 취하했기 때문이다. 피소됐던 목사들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소권 없음'이 나왔다며 반발했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던 총회장이 기소되지 않을 것 같으니 고소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판단은 알 수 없지만, 불기소 결정서에 있는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피의자들의 주장을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려우며,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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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환 총회장은 2013년 정기총회에서 당선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루터회 실행위, 총회장 정직
김철환 "총회장은 목사 아냐…치리 못 해"
실행위,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검찰 처분 이후, 교단 내에서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는 총회장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총회 때는 사회 법의 처분을 기다리자고 하더니, 돌연 고소를 취소한 것은 스스로 불법을 자인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실행위원 11명 중 3분의 2 이상이 김철환 총회장 징계에 동의한 상태였다. 실행위원들은 2017년 3월, 김 총회장을 제척한 상태에서 그를 '정직'에 처했다.

그러나 김 총회장은 지금도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직인 인계 등 실질적인 정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교단을 운영해야 하는 실행위원회는 파행했다. 결국 부총회장이 총회장직무대행 자격으로 5월 2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김철환 총회장의 직무 집행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한 목사는 "징계에 불복한다고 책상을 들어낼 수는 없지 않느냐. 가처분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철환 총회장은 실행위원회 결의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회장 징계는 규정에 없다"는 것이다. 김 총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서면을 보면 "실행위원회의 징계 대상은 목회자로 명시돼 있고, 교단 규정에 보면 목회자는 '소속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 부목사, 담임준목'을 의미하는 바, 개교회에 소속되지 않은 목사들은 해당 규정에서 말하는 피징계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총회장은 '목회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이 '권력 다툼'이라고도 주장했다. 법원에 낸 서면에 "이 사건 배경에는 차기 선거의 패권 장악, 유력 후보자 흠집 내기 등 반대파 세력의 정치적 목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썼다. 일부 목사가 올해 10월에 있을 차기 총회장 선거에서도 당선이 유력한 자신을 흠집 내고, 다른 사람을 추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한 실행위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한 실행위원은 "총회장 또한 교단 소속 목사임은 두말할 나위 없고, 만인제사장직 정신에 입각한 루터회에서는 총회장이라고 해서 어떤 점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루터회 목사는 "총회장 한 명 때문에 교단이 박살이 났다. 그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2명이서 임원회, '취재 거부' 결의
7월 말 총회장 정직 여부 결정 전망

<뉴스앤조이>는 김철환 총회장의 입장을 자세히 들어 보려 했으나 그는 말하기를 거부했다. 기자는 7월 6일 김철환 총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교단 내부 문제라 기사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자가 수차례 문자를 보내고 총회장실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총회장은 "만날 물리적 시간이 없다.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 것은 무례하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김철환 총회장은 그날 저녁, 본인과 남 아무개 영문서기(英文書記)서기 두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6차 15회 임원회'를 열었다. 두 사람은 임원회 이름으로 "총회의 내부적인 상황을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은 시기적절하지 않고, 조만간 총회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나올 것이기에 취재에 응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이를 7일 아침 전국 루터회 총대들에게 발송했다.

실행위원회 한 목사는 "임원회는 총회장, 부총회장, 서기, 영문서기, 회계 등 5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2명이서 회의하고 이를 결의했다고 통보했다. 실행위원회에서는 이미 이런 식의 임원회는 불법이라고 규정한 바 있지만, 총회장은 막무가내로 일을 처리한다. 취재에 응할지 말지를 안건으로 올리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루터회 목사는 "마르틴 루터는 '만인제사장' 정신을 가르쳤다. 평신도와 목회자는 직분이 다른 것뿐이지 서열은 없다. (지금의 총회장은) 마르틴 루터가 공격하던 교황의 모습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김 총회장에게 문제 제기하는 데 제일 먼저 나선 것이 루터회 평신도들이었다. 종교개혁 500주년, 우리가 루터 정신을 계승한다면 이번 사건을 반드시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터회는 앞으로 다시 한 번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총회장 직무 정지 가처분 결과가 7월 말 정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0월에는 루터회 총회가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4년 임기가 끝나는 김철환 총회장을 대신할 새 총회장을 선출한다. 루터회 총회장은 중임 가능해, 김 총회장이 다시 선거에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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