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은 저항이다> / 월터 브루그만 지음 / 박규태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172쪽 / 1만 원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일주일의 첫째 날인 일요일을 주일로 지킨다. 그래서 매주 일요일에 성도들은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한다. 일요일이 주일성수로 확정된 시기는 4세기이다. 그 이전에도 물론 초대교회가 일요일에 모여 예배했지만, 토요일에 모이거나 혹은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 모두에 모였던 과도기적 과정이 있었다.

오늘날 성도들에게 주일은 예배하는 날이나, 휴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물론 주일에는 예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일의 뿌리는 '안식일'에 있다. 그렇다고 안식일 법을 다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이미 고대 그리스도교의 교부들과 종교개혁자들이 강조하였듯이,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구약의 안식법은 폐기되었지만,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안식의 정신은 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안식'의 준수(안식일 준수나, 안식 규례의 준수가 아니다)를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네 가지 저항

본서 형식은 좀 애매하다. 논문인 듯, 설교인 듯 아주 독특하다. 논문처럼 논리적으로 탄탄하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설교처럼 논리의 비약적 결론이 도출되고는 한다. 그러나 각 주제들을 통합하여 책 전체를 본다면, 본서가 논리적으로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장부터 5장까지는 '안식'이 가지는 저항적 요소를 다룬다. 안식의 정신은 안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들에 대한 저항이다. 저자는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심리적 요소와 사회제도적 요소들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그것들은 바로 불안, 강요, 배타주의, 과중한 일이다. "염려하지 말라"는 주님의 음성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자들은 '불안'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결국 그들은 불안해서 쉴 수가 없다.

'강요'에서는 이스라엘이 비옥한 가나안 땅에 정착하면서 '번영이 불러온 기억상실증'에 걸려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애굽의 바로와 같이 자신의 번영을 위해 아랫사람들을 착취하는 탐욕적 강요를 자행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저항을 언급한다.

세 번째로 '배타주의'에서는 앞서 언급한 논리적 비약이 일어난 부분이다. 저자는, 신명기 율법에서 고자, 모압, 암몬 등과 같은 자를 이스라엘 공동체 안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배타적 공동체의 구절들을 언급한다. 후에 포로들의 귀환을 예언하는 이사야 본문에서 '안식일 준수'가 성립이 되면 고자, 모압, 압몬 등과 같은 과거의 역사나 혈통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이스라엘 공동체 안으로 수용한다는 구절들을 이야기하면서 '안식'은 배타주의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 부분에서 이사야 구절들에 대한 주석적 작업이 생략되어 비약적으로 느껴졌다.

네 번째로는 '과중한 일'에 저항이 나온다.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주일에 예배하는 시간조차도 몸은 예배당에 있지만, 그의 마음과 정신은 사업과 상거래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시 다중 작업'에 대한 저항을 이야기한다.

첫 계명과 마지막 계명

본서는 1장과 마지막 장인 6장에서 십계명의 첫째 계명과 마지막 계명을 언급함으로써 시작과 마무리를 구성하고 있다. 첫 번째 계명은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로, 야훼의 차별성에 초점을 맞춘다. 야훼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섬겨 왔던 애굽 신들과 애굽 통치자 바로와 차별된(불안, 강요, 배타주의, 과중한 일로부터 차별된) '안식'의 하나님이라는 말이다.

애굽의 신들과 바로는 '쉬지 않는' 자들이었다. 쉬지 않는 것은 자신들의 불안과 탐욕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을 수단화하여 하나님의 피조물들과 인간들을 압제하는, 즉 죽음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야훼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아야 하며, 그들이 섬기는 신은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제도와 경제 시스템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열 번째 계명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는 것으로 본서를 마무리하는데, 결국 멈추지 않는 탐욕과 탐욕적 불안은 하나님께서 지정해 주신 모든 경계를 파괴하고 결국 사회와 자연을 멸망으로 향하게 한다고 경고한다.

안식의 정신

저자는 소유(소비)하는 것에 자신의 정체성을 둔 상품생산과 성공 지향적 사상과 제도에 대한 저항으로서 안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무한 생산, 무한 성공, 무한 경쟁의 사회가 되어 버린 현시대에 대하여 저자는 5장부터 선지자들의 성경 본문을 수없이 나열한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하기 위해 더 많은 생산이 필요하고,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결국 우리의 이웃인 타인은 생산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성경을 제대로 읽는다면, 성경 본문의 상당 부분이 종교에 관계된 부분만이 아니라 사회와 제도와 질서에 관한 내용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본문을 문자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성경의 본문이 말씀하고 있는 안식의 의미와 본질과 정신은 분명 우리의 종교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와 제도와 정책의 부분으로 반영될 수 있다. 오늘날 예배에만 국한된 주일의 정신에서 본서는 저항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성경 전체를 통하여 안식의 의미와 정신을 말해 준다. 진지하고 바른 주일성수를 고민하고 원하는 자들에게 본서는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강도헌 /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제자삼는교회 담임목사,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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