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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이웃이었나

세월호 엄마들이 연기하는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07.09  13: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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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참사 앞에서 시민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들은 피해 가족을 위로하며 함께 애도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피켓 시위와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어떤 이들은 보상금 운운하며 악의적인 루머를 퍼뜨리고 가족들에게 상처를 줬다. 이들 중에는 참사 이전까지만 해도 세월호 가족들과 한동네에서 일상을 함께했던 '이웃'도 있었다.

세월호 가족 극단 '노란리본'은 지난해 선보인 '그와 그녀의 옷장'에 이어 두 번째 작품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준비했다. 이번 연극은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웃'이라는 존재를 조명했다. 가족들에게 '이웃'은 커다란 상처를 안겨 준 존재이면서 아픔을 이기고 살아갈 힘을 전해 준 존재이기도 하다. 극을 연출한 김태현 감독이 극단 '걸판'의 작품을 세월호 가족 엄마들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7월 9일, 서울 대학로에 있는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세월호 엄마들의 연극을 관람했다.

가족들에게 이웃은 커다란 상처를 안겨 준 존재이면서, 아픔을 이기고 살아갈 힘을 전해 준 존재이기도 하다. 사진 제공 노란리본

작품 배경은 안산의 어느 연립 주택.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104호 신순애 씨(동혁 엄마 김성실 분)는 이웃 주민들에게 소리 없는 공격과 따돌림을 받는다.

아침마다 이웃 엄마들과 운동을 하고 가끔 저녁에는 주택 앞 평상에 앉아 딸과 대화를 나누던 순애 씨 일상은 하루아침에 깨져 버렸다.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은 순애 씨를 멀리하고, 직장과 동네에는 순애 씨가 보상금을 많이 받았다는 소문이 퍼졌다. 활기차고 밝은 사람이었던 순애 씨는 회사를 관두고 집에만 틀어박힌 채 시간을 보낸다.

참사가 낳은 저주가 깨지기 시작한 건, 전라도에서 한 할아버지(예진 엄마 박유신 분)가 이사오면서부터다. 그는 "딱한 사정 다 알면서, 어째 다들 외면만 하고 있어!"라며 주민들을 나무란다. 동네는 할아버지를 통해 조금씩 이전 모습으로 회복한다.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코믹 소동극'이다. 예진 엄마 박유신 씨, 동혁 엄마 김성실 씨, 수인 엄마 김명임 씨, 영만 엄마 이미경 씨, 동수 엄마 김도현 씨, 준영 엄마 임영애 씨, 순범 엄마 최지영 씨, 애진 엄마 김순덕 씨가 무대에 올랐다. 엄마들은 시종 유쾌하고 재기 발랄했다.

할아버지로 분장한 예진 엄마가 선보이는 구수한 말투와 애드리브, 20대 청년을 연기한 영만 엄마가 부르는 어설픈 랩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애진 엄마는 무대와 무대 뒤를 바쁘게 뛰어다니며 주민, 택배기사, 단원고 학생 등 1인 5역을 소화했다.

관객들은 웃다 울기를 반복했다. 엄마들은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주민을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럽게 연기했다. 하지만 그들이 세월호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면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쌀밥 한 공기 딱 먹이고 싶은데, 김치찌개에 돼지고기만 쏙쏙 골라 먹어도 좋고, 펄펄 끓는 닭죽 퍼먹다가 입천장 다 까져도 좋으니 제대로 밥 한 끼 먹일 수만 있었으면…" 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한숨이 나왔다. 엄마들은 무대에서 끝까지 웃는 모습을 잃지 않으려 했다.

신순애 씨를 연기한 동혁 엄마(사진 왼쪽)와 시골에서 올라온 할아버지를 연기한 예진 엄마 박유신 씨. 사진 제공 노란리본
세월호 엄마들은 연극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사진 제공 노란리본

동혁 엄마는 연극이 끝난 후 기자와의 만남에서 "첫 번째 작품은 엄마들이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세월호 가족들이 정말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참사 이후 우리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어떤 이웃이었는가'라는 질문이다.

연출가 김태현 감독은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중 하나로 우리는 4·16 이후의 '이웃'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픔에 자연스레 공감하는 문화,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당연히 힘을 모으는 공동체 문화가 만들어져야, 세월호를 겪은 사회다운 면모가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 이 공연이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세월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7월 6일부터 8월 13일까지 연극 8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플레이티켓 홈페이지에서 '세월호'를 검색하면 공연 내용을 확인하고 표를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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