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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 만드는 하루

2017 퀴어 문화 축제 참여하는 기독교 부스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07.08  13: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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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퀴어 문화 축제'는 이제 한국에서도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동성애 반대 세력은 '동성애 축제', '동성애 조장 축제'라 명명하며 매번 길 건너에서 맞불 집회를 개최한다. 축제가 끝난 후 교계 언론도 한국교회 반동성애 세력의 주장과 결을 같이하는 기사를 쏟아 낸다. 퀴어 문화 축제의 선정적인 면을 부각하면서 이런 행사가 내년에 또 열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올해로 18회를 맞는 퀴어 문화 축제는 1년 중 성소수자가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고 다닐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과거에는 소규모로 진행됐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행사 규모가 커졌다. 2015년, 2016년에는 서울광장에서 행사가 열리면서 참여 단체도 늘어났다.

퀴어 문화 축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오후에 서울 도심을 행진하는 '퀴어 퍼레이드'가 행사의 꽃이지만, 서울광장 가장자리 줄지어 자리 잡은 각종 단체 부스에도 구경거리가 많다. 다양한 단체가 부스에 참여한다. 올해는 국가인권위원회, 한국 주재 독일·아일랜드·영국·캐나다 등 대사관, 기업, 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성소수자 인권 단체, 법률 단체 등 여러 곳이 부스를 열고 방문객을 맞을 예정이다.

서울광장 밖에서는 반동성애 집회를 개최하는 개신교인들이 한가득이지만, 내부에서 축제를 돕고 즐기는 개신교인들도 있다. 18회 퀴어 문화 축제에는 로뎀나무그늘교회, 열린문공동체교회,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무지개예수가 부스로 참여한다.

로뎀나무그늘교회는 올해도 부스를 열고 방문객을 맞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성소수자 환영합니다"
로뎀나무그늘교회·열린문공동체교회

로뎀나무그늘교회 앞에는 늘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들이 모여 교회를 이룬 곳이다. 로뎀나무그늘교회는 6년째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길 건너 반대 집회에서 들려오는 혐오 발언에 상처받을 법도 한데 꾸준히 자리를 지킨다. 로뎀나무그늘교회 박진영 목사는 "우리 교회 교인들은 이미 다니던 교회에서 가까운 이들에게 상처받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부 발언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에서 로뎀나무그늘교회는 기독교인들이 가진 편견을 바로잡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부스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인가"를 물으면, 그들이 직접 답을 적어 붙일 수 있는 판을 준비하고 있다. 기독교인이 가장 궁금해할 법한 질문을 FAQ 형식으로 적어 소개하는 일도 함께한다.

이런저런 활동을 준비하고 있지만 부스를 운영하는 교인들이 퀴어 문화 축제를 기다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박진영 목사는 "성소수자 모임에 가면 '게이는 교회 가면 안 된다'는 말을 쉽게 듣는다. 게이로 살든지 그리스도인으로 살든지 하나만 택해야 한다고 배운 사람들이 많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날이기에 교인들이 이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크레이그 바틀렛 목사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역시 매일매일 신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신앙인"이라고 말했다. 2016년 육우당 추모 기도회에서 발언하는 바틀렛 목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열린문공동체교회(Open Doors Metropolitan Community Church·ODMCC)는 영어권 교회다. 열린문공동체교회 역시 매해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이곳은 한국에 살고 있는 영어권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이 모이는 교회다. 크레이그 바틀렛(Craig Bartlett) 담임목사는 ODMCC가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영어권 교회라고 소개했다.

ODMCC 역시 여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방문자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면 포스트잇에 답을 적어 보드에 붙이거나, '무지개 마지막 만찬'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바틀렛 목사와 대화할 수 있다.

바틀렛 목사는 한국교회가 동성애 혐오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반동성애 운동을 하는 기독교인들에게 "두려움과 증오를 한발 넘어서서 제발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 보라.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교회와 교인들을 만나 대화하면 (대신 구호는 외치지 말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역시 당신과 똑같이 예수를 따르는 사람이고, 매일매일 신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더 나은 미래를 살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 말이다"라고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말했다.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예수님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무지개예수

차세기연은 올해도 무지개 물고기 배지를 준비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차세기연)은 역사가 있는 단체다. 2007년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할 때,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기독교인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결성했다. 퀴어 문화 축제에는 2010년부터 참여했다. 예수님 사랑을 실천하고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기독인도 있다는 사실을 비기독교 성소수자에게 알리는 데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차세기연은 주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개신교인과 성소수자, 두 가지 정체성을 온전히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날이기 때문에 회원들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자신을 억누르고 살던 이들이 부스 활동을 하면서 자긍심을 느끼고 온전히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타내는 것을 그동안 경험으로 체득해 왔다.

차세기연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준비하고 있다. 부스 방문객을 즉석 사진기로 찍어 커다란 예수님 모형 주변을 채울 계획이다. 차세기연은 "예수님이 교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와 함께 퀴어 문화 축제에도 계신다는 것을 보여 주는 퍼포먼스"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혐오하면 못 가요 하나님나라', '회개하라 퀴어가 가까이 왔느니라' 등 문구가 적힌 스티커도 무료 배포한다.

소책자 <성소수자 기독교인 사례집>도 현장에서 사 볼 수 있다. 적극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한국교회 덕분에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은 스스로를 혐오하거나 교회를 떠난다. 이 책에서는 어디서도 듣지 못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무지개예수'는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환영하는 교회를 소개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016년 퀴어 문화 축제 때 부스에서 성찬례를 진행했던 '무지개예수'도 올해 부스를 연다. 무지개예수는 가장 최근 시작된 초교파 연대 모임이다. 여러 단체로 흩어져 활동하던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및 지지자 모임이 육우당 추모 기도회, 전환치료근절네트워크, 퀴어 문화 축제를 계기로 하나의 이름으로 활동하기로 하고 지금의 '무지개예수'가 탄행했다.

2015년부터는 퀴어 문화 축제 현장에 반동성애 세력의 찬양과 기도 소리도 함께 울려 퍼진다. 무지개예수는 "종교의 이름으로 차별과 혐오가 하루 종일 선포되는 그 공간에서 성소수자 및 지지자 그리스도인이 반대로 예수님의 공평하신 사랑을 들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참여 취지를 밝혔다.

올해도 무지개예수 부스는 예배로 시작한다. 이후 부스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축복 기도를 상시 진행할 계획이다. 무지개예수가 선정한 성경 말씀이 담긴 책갈피도 무료로 받아 갈 수 있다. 무지개예수가 무엇보다 집중하는 활동은 '무지개교회 찾기 프로젝트'다. 성소수자도 혐오 발언을 듣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교회 목록을 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기독교인이라면 동성애를 적극 반대해야 한다"는 말이 당연한 듯 오간다. 이런 환경에서 무지개예수는 개신교인들에게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거부하고 저항해 달라"고 부탁한다.

"지금까지 교회는 사회에 넘쳐나는 차별과 혐오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옹호하고 강화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예수님의 뜻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예수님은 당대의 약자요 배척받는 이들이었던 어린아이, 여성, 병든 이, 가난한 이, 사마리아인, 세리, 성노동자와 함께하기를 주저하지 않으셨다. 교회와 사회의 잘못된 구조와 권력 구도를 비판하고 뒤집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셨다.

무지개예수는 그러한 예수님을 닮아 사회 차별에 맞서고 혐오를 사랑으로 이기는 일에 적극 함께하겠다. 이 땅의 많은 교회가 저희와 같은 마음으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도 동등한 구성원으로 함께 교회를 이루어 가는 주체임을 인정해 달라. 교회 안팎의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교회, 즉 '무지개교회'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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