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향린교회·강남향린교회·들꽃향린교회·섬돌향린교회(향린공동체) 교인들이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타깃이 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7월 7일 명동 향린교회에서 "무분별한 마녀사냥과 이단 정죄를 멈추라. 혐오는 하나님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기자회견은 각 교회 사회선교부(사회부)가 함께 준비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을 비롯한 한국교회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회가 힘을 합쳐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 운운하는 것을 본 교인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기자회견에는 임 목사를 지지하는 목사·교인 30여 명이 참석했다.

향린공동체 목회자 및 교인들은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향한 이단 시비를 즉각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는 '이단'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이들을 향해 "무엇이 이단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그들 논리대로라면 구약성서에 언급한 율법을 어긴 모든 교회를 이단으로 정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땅은 하나님의 것이니 사고팔지 말라는 말씀을 지키지 않은 교회도 이단으로 정죄하라. 7년에 한 번 빚을 면죄하지 않는 행위도 이단으로 규정하라. 구약의 율법을 열거하자면 수십, 수백 가지가 이단이 된다"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를 '이단'이라고 하는 교회들이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경호 목사는 "차별에 맞서 인권을 옹호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손을 잡아 준 임보라 목사는 그리스도의 길을 보여 준 목회자다. 용감하게 사랑의 길을 걸어가는 목회자를 끌어내리고 비난하는 시선은 먼저 자기 자신을 향해야 한다. 자신이 있는 교회가 사랑을 전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가 담임하는 섬돌향린교회 서병서 목회운영위원장은 한국교회가 내부의 추함을 감추기 위해 임보라 목사에게 이단 혐의를 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촛불 정국에서 적폐 세력을 옹호했던 한국교회가 혐오할 또 다른 대상을 찾고 있다. 비본질을 내세워 장사해 온 교회들이 많다. 교회는 그런 곳이 아니다. 혐오를 조장하고 맘몬에게 구걸하는 건 교회 몫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섬돌향린교회 서병서 목회운영위원장은 "적폐 세력을 옹호해 온 한국교회가 또 다른 혐오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서병서 위원장은 임보라 목사를 향한 이단 시비가 멈추지 않을 경우, 교회 차원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번 이단 시비를 가만히 보고는 있지 않을 것이다. 기자 회견이 시작이다. 더 이상 우리의 대응이 진전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교계에서 성소수자 편에 서서 활동하는 목회자들도 힘을 합했다. 상야 목사(감리교퀴어함께)는 25년 전 변선환 학장(감리교신학대학교)을 둘러싼 이단 논쟁을 언급했다. 그는 "25년 전 변선환 선생은 '흑백논리 횡행하는 감리회 현실이 안타깝다. 기독교는 전체 인류 구원을 위해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한국교회는 무분별한 이단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야 목사 역시 임보라 목사를 향한 이단 시비가 한국교회 내부 위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단 교조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연합체를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너지는 교계 권위, 줄어드는 성도 등 명백한 한국교회 위기 앞에 희생양을 만들어 어려움을 모면하려는 처사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현대판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며 감리회 소속이지만 임보라 목사 편에 설 것임을 밝혔다.

임보라 목사 지지 발언이 끝난 뒤, 향린공동체 교인들이 나와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 최초 성소수자 교회 로뎀나무그늘교회 박진영 목사는, 임보라 목사가 상처받은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목사라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성소수자를 제대로 만나 보지도 않고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그들을 정죄하고 있다. 성소수자가 얼마나 교회 안에서 신음하고 고통받고 있는지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을 돕는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있다며 예수님을 정죄한 대제사장과 바리새인을 닮았다"고 말했다.

향린공동체 교인들은 한 마음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조사를 즉각 중지하고, 마녀사냥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 한국교회가 교단 내 산적해 있는 문제를 먼저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목회자들의 성범죄, 횡령과 배임, 교회 세습 등을 먼저 돌아볼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 이하 예장합동)의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사상 조사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지난 6월 15일 예장합동은 총회장 김선규, 이단대책위원장 진용식, 서기 원철 명의로 소위 '이단 사상 조사 연구에 대한 자료 요청의 건'이라는 공문을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에게 보냈습니다. 공문에는 "제101회기 총회의 헌의를 수임받아 이단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니 "귀 단체(개인)에서 이단 사상으로 문제 제기되었던", "지금까지 발행된 책이나 내용 일체(설교문, 신문, 음성 및 비디오 녹화 등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 회신이 없을 경우 "그동안 확보한 자료에 의해 이단대책위에서 결정"하겠다는 사항도 적시하였습니다. 예장합동은 지난 총회에서 남부산동노회장 이춘경 목사가 헌의한 '퀴어 성서 주석 번역 발간과 관련한 이단성 조사의 건' 이단대책위원회 상설을 총회 임원회에 맡기기로 결의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향린공동체(강남향린교회, 들꽃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 향린교회)는 예장합동의 이단성 조사가 아무런 정당성을 담보하지 않으며, 신학적 준거도 희박할 뿐 아니라 단지 동성애 혐오에 근거한 교세의 횡포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명백히 밝히고자 합니다.

진용식 목사(예장합동 이단대책위원장)는 기독교 언론 뉴스앤조이(예장합동, 성소수자 인권 증진 목사 이단성 조사, 이용필 기자, 2017. 6. 16)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가 우리 교단(예장합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동성애를 반대한다. 성경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는 (임보라 목사의) "동성애 활동을 문제 삼는 거다"며 타 교단 소속 목사를 조사하는 건 정당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성 시비는 예장합동이 동성애를 죄악시하고 반성서적인 것으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동성애를 죄로 보는 성서 구절들이 실상은 동성애와 아무 관련성이 없다는 다각적인 신학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성애자를 배제해 온 역사를 돌이켜 해외의 주요 교단들은 성소수자를 성직자로 안수하고 동성 커플에 대한 결혼 주례를 집례하며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교단 헌법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신학자들은 가부장적인 성서 해석이야말로 성서를 왜곡하는 오류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우리는 성서를 근원으로 오랜 세월 폭력과 인권유린을 방조해 온 기독교의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창세기 9장 20-27절을 근거로 노예제도를 옹호했고 백인종 우월주의를 정당화 했습니다. 남성 중심적인 성서해석 때문에 성소수자나 여성은 목사와 장로 안수가 불가능한 성차별 관행에 매어 있습니다.

퀴어 신학은 이단사상이 아닙니다. 퀴어 관점의 성서 해석은 차별을 반대하고 하나님의 공의를 구현하기 위한 학문적이고 실천적인 시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서를 기반으로 성차별, 성적 지향 차별을 성서적인 것으로 호도하고 가부장제에 기대어 남성 중심적 교단을 유지해 온 잘못에 대해 회개해야 합니다.

사람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차별이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다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갈 3:28)

마틴 루터의 500주년 기독교 개혁을 기념하는 지금, 세상이 교회를 걱정할 정도로 한국교회는 퇴보하고 있습니다. 성찰과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때, 과거의 획일적 성서 해석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약자, 배제된 소수자들과 낮아지는 자리에 함께 계신 하느님을 성서에서 발견해야 합니다.

편협한 이분법적 선악 구도에 사로잡혀 있는 교권주의자들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고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임보라 목사에 대한 마녀 몰이 책동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예장합동만으로도 모자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한국침례회 마저 이 야만에 가담하는 행태를 개탄치 않을 수 없습니다. 이단 사상 조사를 공조하겠다는 각 교단은 산적해 있는 내부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십시오.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 횡령과 배임, 폭행, 목회자에 의한 살인미수 및 살인 사건의 범죄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교회를 세습하는 과정에서 용역을 동원해 총회 출입을 막고 가스총까지 겨누는 교단은 자정에 힘쓸 것을 권면합니다.

스스로 경계하고 엄격한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대 정죄하십시오. 교회 내의 수많은 문제들을 썩도록 내버려 둔 채 시선을 외부로 돌리지 마십시오. 사랑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드러내야 할 교회가 앞장서서 차별을 옹호하고 편협한 신학적 논리로 하나님의 사역을 실천하는 동료 목회자를 심판하여 이단으로 낙인찍으려는 행태를 즉각 멈추십시오.

새 인간으로 갈아입으십시오. 새 인간은 자기 창조주의 형상을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면서 참된 지식을 가지게 됩니다. (골 3:10)

차별은 하나님의 언어가 아닙니다. 혐오로 담합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차별에 맞서서 깨지고 약한 자와 함께하는 교회가 참교회요, 이를 실천하는 자가 참목회자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는 임보라 목사에 대한 시비 망동을 회개하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히 촉구합니다.

2017년 7월 7일 향린공동체(강남향린교회, 들꽃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 향린교회) 교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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