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 학생들이 이사장을 찾아다니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가 7월 4일 총장 선출 이사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회의도 열지 못하고 무산됐다. 감신대는 총장 후보 정견 발표를 이사회 개최 4시간 전에야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등 '졸속 처리' 비판을 받았다.

감신대 이사회가 열리려면 이사 10명 이상이 출석해야 하지만 이날은 8명만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지방 출장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다. 안정균 이사와 송윤면 이사는 호텔 입구까지 왔다가 총장 선출 과정이 잘못됐다고 항의하는 학생들을 만나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최헌영, 최희천, 김정석, 최이우 이사 등 '9인이사회' 측도 전원 불참했다.

이사회는 이번에도 회의 장소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연회장으로만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학생·동문 50여 명은 이사들을 찾아 호텔과 코엑스 쇼핑몰 일대를 돌아다녀야 했다. 학생들은 끝내 회의 장소를 찾지 못했다. 이사들은 기자들 전화도 받지 않았다.

5시가 넘어도 성원이 되지 않자 이사들은 하나둘씩 집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도 학생들 몰래 진행됐다. 학생들은 이사회가 에스코트를 위한 경비 용역 업체 직원들을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주차장에서 한 이사가 차를 타고 나가는 것을 봤다는 학생은 "양복 입은 남성 여럿이 그를 경호했다. 차량 번호도 못 보게 가렸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지난 이사회 때 봤던 사람들이다. 경비 업체 사람들이 맞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전임 이사장 김인환 목사를 인근 현대백화점에서 찾았으나, 그는 학생들을 보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서 7층, 다시 7층에서 1층으로 이동하며 자신들을 따돌리려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김인환 이사가 호텔에 들어오지 않았고, 백화점에서 셔츠 한 벌을 사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장면까지 봤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이사회가 무산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6시 30분께 호텔 앞마당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졸속 행정 처리와 학생들을 외면하는 이사회를 비판했다.

학생들은 이사회가 밀실·졸속 행정으로 총장을 뽑는다며 비판했다. 호텔 앞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신대는 지난해 5월부터 지연돼 온 총장 선출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며 6월 새 총장 후보자 3인을 공개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이 투명하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6월 27일 후보자 3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을 뿐이고, 7월 4일 오후 1시에야 홈페이지를 통해 총장 후보자 3인의 정견 발표 영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학생은 총장 선출 과정의 어떤 내용도 알 수 없고, 학교에서 내놓는 결과만 봐야 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그는 "선출 회의 4시간 전에 온라인 영상으로 정견을 보고 판단하라니,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한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기 이사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규학 이사장 측 한 이사는 회의 무산 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이사회를 아예 못 열게 하려 하니 장소나 일정을 알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이사 임기가 8월 4일로 끝나니 그 전에 다시 모여서 총장을 선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신대총동문회 비상대책위원회(신경하 위원장)는 7월 3일 "모든 동문이 공감하는 방법으로, 공감하는 때에 총장을 선출하고 이사를 선임하라"는 성명을 냈다. 총동문회 비대위는 "모로 가도 서울만 된다는 말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총장 선출을 통해 감신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할 책임이 이사장과 이사진에 있음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감신대는 7월 4일 오후 1시에 학교 홈페이지에 총장 후보 3명의 정견 발표 영상을 업로드했다. 총장 선출 4시간 전에 올라왔고, 사실상 선출 과정에 재학생·동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감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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