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같이 남자들도 순리대로 여자 쓰기를 버리고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일 듯하매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 그들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들 자신이 받았느니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로마서 1장 27절은 남자가 남자와 관계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고, '그릇됨'이라고 하며, 그 대가를 치렀다고 하고 있다. 사도 바울의 말이다. 비교적 분명하게 동성애에 관해 언급하는 이 구절은 "동성애는 반성경적이다"라는 논리의 근거가 돼 왔다.

김진호 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은 로마서 1장을 주제로 한백 신학 교실 세 번째 시간을 열었다. 7월 2일 서대문구 카페 카멜로에서 열린 신학 교실은, 로마서를 쓴 바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추적해 보는 시간이었다.

네로의 횃불(Nero's Torches). Henryk Siemiradzki 작.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공용

김진호 실장은 로마서 1장 26~27절 두 구절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1장 전체 구성을 봐야 한다고 했다. 본문의 '사람들(ανηρ)'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일반명사(a man)로 썼을 수도 있고, 특정인(the man)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다. 전자라면 당시 동성애자들을 비판한다고 볼 수 있지만, 후자라면 그 특정인이 누군지를 알아야 한다.

김 실장은 바울이 쓴 로마서의 여러 구절에서 그 단서를 찾았다. 김 실장에 따르면, 그리스도교가 구체적인 종교의 모습을 띠기 시작한 시기는 서기 90년대다. 로마서는 종교화되기 이전인 서기 50년대 중반에 쓰였다. 김진호 실장은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러 파가 있었는데 그중 예수를 섬기는 '그리스도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예수를 메시아로 모이는 비교적 느슨한 형태의 공동체였다.

그런데 바울은 로마서 곳곳에서 이 '그리스도파'에게 여러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김진호 실장은 로마서 11·13·14장을 언급했다. 14장 20절에는 "음식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업을 무너지게 하지 말라. 만물이 다 깨끗하되 거리낌으로 먹는 사람에게는 악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먹는 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지만, 먹는 것으로 누군가를 시험에 들게 하면 그 행동은 악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파 사람들은 '먹는 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뜻한다. 당시에는 우상에게 바친 제사 음식을 먹느냐 마느냐가 주요 논쟁거리였다.

로마서 11장에는 "그러므로 내가 말하노니 그들이 넘어지기까지 실족하였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 그들이 넘어짐으로 구원이 이방인에게 이르러 이스라엘로 시기 나게 함이니라"고 나온다. 구원이 이방인에게 이르면 이스라엘이 시기한다는 구절에서, 당시 그리스도파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 로마를 중심으로 한 이방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로마서 13장에는 그 유명한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말이 있다. 13장 7절에서 바울은 "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바치고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바치고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며 존경할 자를 존경하라"고 말한다. 김진호 실장은, 13장의 정황은 로마 내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 '납세 거부 운동'이 벌어졌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세 텍스트를 종합하면, 로마에 사는 그리스도파는 현재 권력에 대항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바울은 '대항하지 말라'고 말한다. 당시 황제는 네로였다. 그렇다면 왜 바울은 네로에게 대항하지 말라고 한 것일까.

네로는 폭군인가
사람들(ανηρ)은 누구인가
바울은 누구 편을 드는가

흔히 네로는 소년애를 하는 동성애자였으며, 친모와 아내를 죽인 패륜 범죄를 저질렀고, 로마에 불을 지르고 그 책임을 기독교에 덮어씌운 희대의 '폭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진호 실장은 네로의 일대기가 후대에 왜곡되었다고 말한다. 네로는 당시 기득권 세력이던 원로원과 대립했고, 친서민적 정치를 편 황제였다는 것이다. 그는 원로원 의원 300명 중 42명을 속주 출신 신흥 귀족으로 교체했다.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제전과 검투를 늘렸으며, 대중에 무상 식량을 공급하는 등 '황제 중심의 대중주의'를 퍼뜨린 사람이라고 했다.

바울이 그리스도파 사람들에게 '주적'은 네로가 아니라 소농과 소시민을 착취하는 '귀족 계층'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로마서 1장의 '사람들(ανηρ)'은 원로원을 중심으로 한 귀족 계층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동안 개신교인이 알고 있던 역사와 정반대되는 이야기다. 근거는 무엇일까. 김진호 실장은 안희돈의 <네로 황제 연구> 등 수정주의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네로에 관한 이야기들은 상당수가 왜곡된 것이라고 했다. 김진호 실장은 "후대 원로원 귀족들이 도미티아누스 황제를 공격하기 위해 그와 네로를 동일시하고, <네로전>을 만들었다. 네로 시대에 쓰인 문서가 다 불태워져 직접 사료가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김진호 실장은 "도미티아누스 시대의 시인 유베날리스는 네로를 가리켜 '빵과 서커스, 두 가지만을 열망한다'고 했고, 소 플리니우스는 네로를 가리켜 '딴따라 황제'라고 조롱했다. 이는 귀족이 아닌 대중과 함께 여흥을 즐기던 네로의 모습을 가리킨다"고 했다. 네로 사후 오토와 비텔리우스 황제가 네로의 무덤에 참배한 기록도 네로의 인기를 가리킨다고 했다.

김 실장은 네로가 기독교인들을 박해했다는 주장도, 기독교가 종교화하기 30여 년 전 이야기이기 때문에 후대에 만들어진 이야기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동성애자였을까. 김진호 실장은 당시 귀족 계층에서는 '소년애' 현상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가장 용맹스럽고 성숙한 남성 성인은 소년을 사랑함으로써 그 성숙함이 완성되고, 소년은 성숙한 남자와 교합함으로 완전한 어른에 다가가는 관문을 통과한다는 통념이 있었다는 것이다. 로마는 시민 간 소년애는 금지했지만, 노예 소년이나 매춘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소년애는 허용했다.

김진호 실장은 로마의 그리스도파 사람들에게 '네로가 아니라 귀족 계층이 적이다'라고 주지하면서, 이들의 관행이었던 소년애를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짓'이며, 귀족층의 권력 남용이고 폭력이었다고 했다.

바울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꿨다. 김 실장은 "그리스도 안에서는 부자나 가난한 자나 귀족이나 노예에 대한 구분이 없다는 게 바울의 정신이다. 바울은 의도적으로 차별 없음을 강조했다. 바울의 커뮤니티에서는 '방출 노예'라고 하는 낙오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바울은 권력 없는 자들을 위한 신학을 했지, 권력자들을 위한 싸움을 하지는 않았다. 낙오자들을 받아들이니 그 반동적 성격으로 이들을 배척하려는 '바리사이' 운동이 태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진호 실장은 "바울은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바울은 동성애뿐 아니라 성애 자체를 부정적으로 봤다. 임박한 종말을 기다리던 바울은 성애 같은 데 빠져 있을 틈이 없다고 생각했다. 바울의 이런 생각은 후대에 교리화해, 가톨릭 사제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서 1장은 바울이 동성애를 비판했다기보다는 권력을 비판한 것으로 봐야 타당하다"고 말했다.

3주간 김진호 실장과 함께 레위기, 사사기, 로마서 텍스트를 살펴본 '한백 신학 교실'은, 4주차에 결론을 내린다. 반동성애 구절로 인식해 왔던 성서 텍스트를 어떻게 봐야 하고, 나아가 성서 자체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방법으로 읽어야 하는지 논의할 것이다. 7월 9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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