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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교회 개혁하려면 '희년' 주목해야

미리 듣는 희년 학교 -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희년함께   기사승인 2017.07.06  00: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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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을 넘어 개벽으로 - 희년의 새 하늘 새 땅'이라는 주제로 2017년 예수원 희년 학교가 열립니다. '미리 듣는 희년 학교'에서는 오랫동안 '희년'을 고민하면서 몸소 실천한 강사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미리 듣는 희년 학교'의 주인공은 '모두를 위한 일용할 양식, 기본 소득'이라는 주제로 강의할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입니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이성영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남기업 / 정치학을 전공했고, 헨리 조지, 희년, 한국 사회, 사회정의론에 관심 있습니다. 그들의 나라에 저항하고, 나아가 우리 모두의 나라를 형성하기 위해서 날마다 즐겁게 노력하는 남기업입니다.(웃음)

이 / '그들'은 누구인가요?

남 / 특권층이죠. 정치적 특권, 경제적 특권을 누리고 있는 그들의 나라, 그들의 나라에 저항하고, 나아가 우리 모두의 나라를 형성하기 위해서 날마다 즐겁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 희년 학교에서 맡은 주제가 '모두를 위한 일용할 양식, 기본 소득'입니다. 기본 소득과 희년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남 / 희년의 모토는 자유와 해방이거든요. 추상적인, 흔히 말하는 영적인 의미의 자유와 해방이 아니라, 실질적인 의미의 자유와 해방입니다. 기본 소득의 정신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자기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 소득은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구체적인 실현 수단이 됩니다.

예를 들어, 1인당 모든 사람에게 소득과 자산과 관계없이 50만 원씩 매월 주어진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200만 원을 받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실질적 자유와 해방을 얻을 수 있어요. 관계의 풍성함을 누릴 수 있고, 성장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됩니다. 기본 소득이 가져오는 실질적 자유와 해방이 희년과 맞닿아 있고, 희년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희년과 기본 소득은 연결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 지향은 좋은데 관건은 재원 마련인 것 같습니다. 재원 마련 방안이 어떻게 되나요.

남 / 희년 학교 강의 때도 얘기하겠지만, 넓게 말하면 특권 이익이고 연구소에서 구체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토지 특권 이익이죠.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해서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나누는 것입니다. 토지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천부적인 자원입니다. 따라서 토지 사용에서 발생하는 지대에 대한 권리는 모든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특권이란 것은 토지에만 있지 않습니다. 노동, 기업, 학벌, 지역(수도권) 등 다양한 영역에 있습니다. 거기서도 환수해 나눌 수 있구요. 또, 환경 자체를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오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게 맞거든요. 그렇게 하면 환경에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서 기본 소득 재원으로 쓸 수도 있구요. 자세한 이야기는 희년 학교에서….(웃음)

이 / 기본 소득 정책이 제도적으로 안착되기 위해 개인들과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뭐가 있을까요.

남 / 일단 기본 소득이 하나님나라를 이루는 데 중요한 제도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잘 이해하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줘야겠지요.

교회에서 기본 소득을 실현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전주 화평교회에서 그것을 실시했습니다. 교회는 상호 돌봄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기본 소득은 국가 단위의 상호 돌봄 공동체를 실현하자는 것이거든요.

국가 단위, 혹은 지역 단위의 실험이 있기 전에 교회가 먼저 실현하여 하나님나라가 무엇인지 보여 주어야 합니다. 교회 구성원들도 하나님나라를 실제적으로 맛보아야 합니다.

3월 18일 일산은혜교회 희년 실천 특강 자리에서 남기업 소장이 강의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 / 희년과 기본 소득 이야기는 희년 학교 강의 때 더 자세히 듣겠습니다. 연구소 활동 외에도 아파트 입주자대표도 맡고 있으신데, 아파트 입주자대표를 맡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입주자대표를 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느끼신 바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남 /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이렇게 힘든 걸 알았다면 안 했을 것 같아요. 지인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저에게 "당신은 사회정의는 이야기하면서 당신이 살고 있는 마을 안의 문제는 왜 간과하느냐"는 찔리는 말을 해서 "그럼 뭐 해 보죠" 하면서 시작했어요. 시간이나 에너지가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해서 했는데 지난해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였어요.

우리 사회의 바닥 현실을 경험했다고 할까요. 무지와 탐욕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니다. 우리 아파트는 연간 40여 억 원을 운영하거든요. 청소비, 전기세 등으로 상당 부분 나가지만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하고 벌일 수 있는 사업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이전에 동대표 했던 사람들은 제가 보기엔 불필요한 공사를 많이 했어요. 아파트 내에 그냥 써도 되는 걸 굳이 뜯어서 다시 공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리베이트가 오가는 그런 구조로 보입니다. 아무도 감시를 안 하니까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무지한 사람들을 구워삶아 계속해서 아파트 관리비를 사실상 횡령하는 곳이었어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정말 대한민국 축소판 같아요. 사람들은 무관심하고,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나는 별로 하고 싶지 않고, 누군가는 해결해 줬으면 좋겠고. 권력을 잡은 이들은 무례하고 탐욕스럽고. 이런 사람들하고 싸우려면 성실하고 겸손한 건 물론이거니와, 아주 악착 같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뱀같이 지혜로워야하고요. 악과 싸우려면 정말 뱀같이 지혜로워야 됩니다. 비둘기 같은 순결만 가지고는 안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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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협박도 해야 되고, 때로는 공격도 해야 되고, 물론 합법적인 범위에서 하겠지만. 저희 아파트는 지금 거의 문제가 잡혀 가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사람들을 그냥 용서해야 되느냐, 이것도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용서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냥 용서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재발이 일어나지 않고, 피해자가 다시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응당한 처벌이 필요하겠다 싶어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 버린다는 말처럼, 악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살아가다 보면 내가 당한 것보다 더 복수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인데요. 정의를 세워야 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어떻게 악에 동화되지 않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남 / 그렇죠. 살의를 느끼죠. 회의 끝날 때마다, 지금까지 회의를 30번 넘게 한 것 같은데, 끝날 때마다 잠을 잘 못자고…많이 울었죠. 많이 힘들어서 집사람 끌어안고 울고, 혼자 울고 그랬어요. 시편을 많이 봤어요. 시편을 보면서 내 마음과 감정을 하나님께 토로하고.

그런데 정말 제가 기도했다고 그 사람들이 고꾸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 기도가 뭘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거예요. 그런 혼란스러움이 많이 있었어요. 나는 이렇게 기도하는데, 나를 이렇게 방치하십니까. 언제까지입니까. 시편 기자들 마음이 절절히 느껴져요. 그런데 하나님은 나에게 버티는 것을 가르치시는 것이 아닐까. 버티고, 순간순간 하나님께 의지하는 법을 가르쳐 주신 것 같아요. 아직은 쉽지 않지만, 그게 뭔지를 조금 맛본 것 같아요.

순간순간 뭐가 나에게 닥쳐올지 모르지만, 그냥 하나님을 믿고 하루하루 지내면서, 오늘 하루 감사하게 지내자, 이렇게 많이 생각했어요. 힘들지만 버티면서 가니까 조금씩 일이 해결되어 가더라고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사람이 나타나서 갑작스레 도움을 주면서 조금씩 풀려 가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더라고요.

그냥 꾸준히 버티면서 가니까, 도움의 손길이 어딘가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우리 대신 너무 고생이 많다"고 위로해 주는 전화도 오고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게,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것처럼 극적이고 다이나믹한 게 아니에요.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님이 '늪을 기어가는 기쁨'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했던 게 기억이 많이 나네요.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시는구나. 그런 어떤 기쁨이 있었죠. 그렇다고 늘 싱글벙글한 건 아니고, 힘들지만 그 가운데서도 역경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잔잔한 기쁨이 있는….

이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부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1,000일 넘게 세월호 피켓을 걸고 다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피켓을 걸게 된 계기와 1,000일 넘게 피켓을 걸고 다닐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요.

남 / 기본적으로 분노죠. 근데 분노는 그분들 고통이 내 고통으로 다가왔을 때 드는 감정이에요. 그냥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저의 신앙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예수님이라면 적어도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걸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유언비어가 너무 많이 퍼져 있었어요.

유언비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내가 걸고 다녀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비장한 결단이라기보다는 슬픔이 밀려오고, 유언비어는 퍼져 있고, 무언가는 해야겠고, 가장 효과적인 게 뭘까 싶어서 피켓을 걸고 다녔는데 그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죠.

남기업 소장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피켓을 걸고 다녔다. 사진 제공 희년함께

이 / 문재인 정부 당선되고 피켓을 내리셨는데 만약 안 됐으면 계속 하셨겠네요.

남 / 네. 내리고 싶었죠. 그러니까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문재인 당선 안 되면, 나 계속 하고 다녀야 되는데. 힘든데….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하고 다녔겠죠. 세월호 유가족들 상황이 더 어려워졌을 테니까요.

이 / '희년'이라는 주제를 잡고 평생 씨름해 오셨습니다. 아파트 문제와 세월호 문제는 '희년'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남 / 희년에 대한 갈망은 사실 주위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민감함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토지권을 못 누리는 사람들, 부채에 찌든 사람들,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긍휼이 희년을 갈망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성경에서는 체데크, 정의, 마음을 같이한다는 말로 쓰죠.

세월호 문제가 대표적이에요. 고통받는 사람들 마음을 헤아리는 것, 그분들과 마음을 같이하는 것이죠. 아파트의 구조적인 비리는 반드시 피해자들을 양산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피해자 입장에서 서 보면 그냥 있을 수가 없지요.

이 / 10여 년 넘게 희년 운동을 해 오셨습니다. 운동을 하시면서 교회에 기대했던 바나 제안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요.

남 / 2005년부터 시작했으니 10년이 넘었네요. 한국 사회와 교회를 동시에 개혁하고 싶다면 희년에 주목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에 대한 통찰을 얻고 싶으면 희년을 연구해야 합니다. 교회가 하나님나라가 무엇인지 보여 주고 싶다면 희년을 묵상하면 됩니다.

그리고 교회는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되겠습니다. 그것은 부채 탕감이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희년함께가 추진하고 있는 희년은행과 협력하는 것입니다.

이 / 희년 학교에 오실 분들께 초청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남 / 음…. 대천덕 신부님이 많이 말씀하신 거죠. 하나님의 말씀이 얼마나 실제적이고 구체적인지를 알 수 있는 그런 학교입니다. 쉼과 회복이 있습니다. 말씀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 쉼과 회복이 있는 학교입니다. 정말 선택을 잘하셨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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