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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욱 사건 처리 안 하면 영원히 부끄러울 것"

삼일교회, 예장합동에 재조사 촉구…"독립된 교계 성범죄 상담 센터 만들 것"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7.06.29  16: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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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교회와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전병욱 목사 사건 재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와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박종운·방인성·백종국·윤경아)가 6월 29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에 전병욱 목사 성범죄 재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에 서울고등법원이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성희롱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삼일교회 관계자들은 예장합동이 회피해 온 전병욱 목사 사건을 법원이 인정했다며 교단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했다. 강병희 목사는 그 동안 전 목사를 치리하기 위해 해 온 노력들을 소개했다. 평양노회는 2010년 사건 발생 후 4년이 지나서야 겨우 재판국을 설치했지만, 판결 직전 재판국 서기가 사퇴하고 재판국원들이 결석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재판국이 아예 해산되기도 했다.

삼일교회는 2015년 9월 총회에서 긴급동의안을 상정해 평양노회가 다시 재판하도록 결의를 이끌었다. 그러나 평양노회는 재판을 이유로 전병욱 목사가 시무하는 홍대새교회를 노회에 가입시켰다. 당시 노회장 김진하 목사는 "홍대새교회는 평양노회가 지킨다"고 발언했다. 결국 평양노회는 전 목사에게 '2개월 설교 중지 및 2년 공직 금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2016년 9월 총회에서 다시 이 문제를 다루려 했으나, 총대들의 반대로 기각됐다.

강병희 목사는 "법원의 판결은 그간 무책임으로 일관해 온 평양노회와 총회를 향한 강력한 권고이자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삼일교회는 예장합동 총회와 평양노회에 재조사를 계속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나원주 장로는 "당사자 전병욱은 자숙의 모습은 커녕 대법원에 상고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회와 평양노회가 제대로 조사해 전병욱을 면직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회는 전병욱 목사 사임 과정에서의 미숙함도 다시 한 번 인정하고 사과했다. 당시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미숙하게 대응했고 성급히 처리한 점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삼일교회가 주장한 △성 중독 치료비 지급 △수도권 개척 금지 조항은 인정하지 않았다. 나원주 장로는 "전별금 지급 당시 여러 전문가에게 '전 목사 문제는 치료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1억 원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병욱 목사 본인도 직접 몇 차례씩 '내가 이런 상황에서 목회를 할 수 있겠느냐'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전 목사는) 증거가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일교회는 전병욱 목사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개신교 성범죄 상담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박동선 집사는 "전병욱 목사 사건을 비롯한 교회 내 성범죄는 개인 일탈이 아니라 견제되지 않는 권력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며 한국교회 내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받는지 알게 되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줄 전문 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도 절감했다. 심지어 타 교회에서 벌어진 목회자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가 삼일교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집사는 "이에 독립적이고 전문화한 개신교 성폭력 상담 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지난해부터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구체적인 설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백 억, 수천 억 원의 교회 건물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한국교회에 이런 전문 사역 기관 하나 없다는 것은, 번영주의 신앙에 매몰돼 그 안에서 곪아 터져 가는 여러 문제를 외면해 왔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일교회는 향후 이 센터를 통해 성범죄 상담뿐 아니라 성평등 교육, 목회자 맹신 개선, 여성 혐오와 성차별이 일상화한 교회 문화 개선 등의 예방적 대안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2016년 2월 예장합동 평양노회 판결문(좌)과 2017년 6월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우).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예장합동, 피해자 언급 없이 
성도 2만, 현금 253억 운운
"정말 미쳤다"

개혁연대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교계 단체도 재조사를 촉구했다. 개혁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교회 법정은 전병욱 목사를 두둔하는데, 세상 법정이 목회자는 성도와 적절한 관계를 맺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주었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세상이 교회를 개혁해 나가고 있다. 이런 영적인 상태를 한국교회는 깨닫지 못한다는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지난해 평양노회 재판국은 판결문에 "전 목사는 이 사건에 대해 윤리적·도덕적 책임을 지고 17여 년 동안 청년 목회를 통해 부흥시킨 2만여 명의 성도와 253억 원의 현금을 남겨 놓은 채 2010년 12월 경 삼일교회를 떠나 사임했다"고 썼다.

박득훈 목사는 이를 두고 "정말 미쳤다. 피해자에 대한 구절은 어디를 읽어 보아도 찾을 수 없고, 253억과 2만 명을 버렸다는 이야기만 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정말 한국교회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우상을 섬기고 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벌과 영생이 갈린다. 하나님이 통탄할 노릇이다. 삼일교회의 눈물 겨운 기도와 외침과 부르짖음에 우리 교계와 교단이 정말 응답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병욱 목사와 같은 예장합동 평양노회 출신으로 전 목사 면직 운동을 했던 신동식 목사(기윤실 정직윤리운동본부장)는 "목사의 권위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사건을 무마하려 회유와 협박까지 한 것은 시정잡배나 하는 일이다. 전병욱 목사에게 회개의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본인에게도 불행이다. 피멍 든 피해자들 앞에서 회개하고 권징을 받아들이고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부끄러움이 영원할 것이다. 이뿐 아니라 노회와 교단도 전병욱 목사 사건을 분명하게 해야 교회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노회와 교단은 영원한 부끄러움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단 내부 자정 운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특검' 제도처럼 독립된 외부 수사 기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박득훈 목사는 "교단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도 개혁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잘못된 것을 치리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교단 헌법 개정 운동을 통해 이러한 사건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일교회는 이날 예장합동 교단에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 재조사를 촉구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는 진리를 보호하며 그리스도의 권병과 존영을 견고하게 하며 악행을 제거하고 교회를 정결하게 하고 덕을 세우고 범죄한 자의 신령한 유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총회 헌법 '권징의 목적'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목회자의 입에 담기 힘든 사건에 대해 명확한 진상 조사를 해야 할 책임이 막중한 총회는 그간 전병욱 목사 사건에 대한 무책임한 행보와 솜방망이 처벌로 한국 사회에 기독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이 사건의 진상에 대한 혼선을 가중시켜 왔습니다. 수년 여에 걸친 면직 청원서를 비신앙적이고, 비상식적인 이유로 반려했고, 어렵게 차려진 재판국을 해체하며 모두에게 상처와 오욕을 남겨 주었습니다. 이는 더 나아가 전병욱 개인이 자숙하고 회개할 기회마저 박탈한 납득하기 힘든 입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라도 이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합당한 권징을 시행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 기독교 안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목회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근본적인 징계 원칙이 마련되고 도덕성을 회복하는 당당한 첫걸음으로 새롭게 시작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병욱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재조사 없이는 공교회로서의 회복은 있을 수 없으며 우리 모두는 여전히 공범일 뿐입니다. 더 이상 한국교회 전체를 부끄럽게 하는 처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제2, 제3의 전병욱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회의 재조사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2017년 6월 29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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