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 동안 팔과 다리에 수많은 가벼운 수술을 했고, 눈은 레이저치료를 수백 번 받았다. 여덟 번의 대수술을 받았는데, 그중에는 장중첩증으로 인한 장 절제와 자궁 적출,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발뼈를 맞추는 수술, 암 수술 두 번이 포함된다. 망막출혈이 있은 후 눈 수술을 세 번 받았다(두 번은 실패했고, 한쪽 눈은 보이지 않는다).(중략)

내 신장은 25%밖에 기능하지 못한다. 장의 신경들이 죽었기 때문에 늘 네 종류의 약을 섞어서 복용해야만 장이 겨우 기능한다. 다리는 불구이고, 뼈는 퇴행하고 무릎 아래로는 신경이 죽었기 때문에 걷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다. 암 수술을 받을 때 신경이 손상되었고, 또 관절염이 있기 때문에 늘 고통스럽다.(하략)" (14쪽)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영성신학자 마르바 던 박사의 글 일부다. 한 가지 병을 앓는 일도 버거운데, 저게 다 무엇이란 말인가. 어디서 끊어야 할지 곤란하게 만드는 그의 '고통 목록'은 이후로도 한참 이어진다. 열여섯 살 때 그의 "작은 세상"(11쪽)은 무너져 내렸다. 홍역바이러스로 췌장이 망가져 평생 당뇨 합병증과 싸우게 된 것이다. 신앙이 싸움에 도움을 줬지만, 그에게 찾아온 것은 몸의 고통만이 아니었다.

전남편은 그를 버리고, 그들이 가르치던 청년 그룹 멤버와 결혼했다. 손톱 아래에 가시가 박혀도 종일 불편한 것이 인간이다. 아무리 존재와 질병이 떨어질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정도면 신앙에 깊은 회의를 갖거나 하나님을 저주할 법도 한데 마르바 던은 달랐다.

감당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의 고통 앞에서 그는 울부짖으며 되묻는 작업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성경을 붙잡은 것이다. 성경을 "옛 통찰과 새로운 통찰을 계속 꺼낼 수 있는 보물 상자"(243쪽)로 삼아, 계속해서 시편에 집중했다. 그가 던진 "주님 언제까지입니까?"라는 물음은 고통스러운 실존을 마주한 시편 기자들 것이기도 했다.

<마르바 던의 위로 - 혼자 애쓰는 당신을 위한 하나님의 메시지> / 마르바 던 지음 / 김병국 옮김 / 이레서원 펴냄 / 336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 현선

고통으로 얼룩진 날을 이어 가면서 했던 마르바 던의 시편 묵상은 책으로 엮어졌다. 이 오롯한 고통의 기록은 많은 이에게 위로를 줬다. <나는 언제까지 외롭습니까?>·<하나님이 눈물을 씻기실 때>(이레서원) 합본으로 4월 출간한 <마르바 던의 위로>(이레서원)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개인 묵상집이 아니다. 히브리어 본문과 여러 성경 번역본을 대조하면서 시편의 원래 의미까지 탐구하는 까닭이다.

누군가가 쓴 고통의 기록을 읽는 일이란, 그 사람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겪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하기에 그 속에서 값진 열매를 얻기도 한다. 이 책을 추천한 이들의 기록에서 이 책의 값어치를 읽는다.

"마르바 던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 쓴 이 책은, 고난당하고 외로움과 씨름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안내자가 되어 준다. (중략) 마르바 던의 삶을 읽으며, 우리는 현실에서 그 의미가 증명된 시편의 생생한 기도를 새롭게 깨닫는다." - 유진 피터슨

"예수를 믿는다고 생의 고통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그 현실에서 달아날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명에 가까운 탄식을 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붙잡기 바란다." - 김관성 목사

"누가 마르바 던만큼 시편의 마음을 잘 읽어 낼 수 있을까?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한 그녀의 삶과 시편의 격동하는 세계가 포개지기에 그러하리라. 이 책 덕분에 나는 시편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 김기현 목사

가족의 급작스러운 죽음, 상실의 고통 앞에서 '신앙적 숙고'를 하며 글을 써 내려간 이가 적지 않다. C.S. 루이스 <헤아려 본 슬픔>(홍성사),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좋은씨앗), 제럴드 싯처 <하나님 앞에서 울다>(좋은씨앗)가 대표작이다.

이 책들은 고통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끌어안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깊은 밤'은 어느 인생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이다. <마르바 던의 위로>는 깊은 고통의 시간에 있는 영혼에게 위로를 주는 앞선 책들과 같은 자리에 놓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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