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 ㅇ 목사가 신학생 수련회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해 여성 신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ㅇ 목사는 예장통합 산하 7개 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신입생이 모이는 제15회 통합 수련회에서, 여성 전도사들이 목회 현장에서 책임을 짊어지기 싫어 목사 안수를 받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발언은 수련회 마지막 날 6월 21일 새벽 예배, ㅇ 목사가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본문으로 설교하던 중에 나왔다. 그는 학생들에게 신대원에서 십자가를 지는 훈련을 하라고 말하면서 여성 목사 안수 이야기를 꺼냈다. 설교 도중 여성 목사 안수 이야기가 나올 만한 맥락은 없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야, 다른 데 가서 이야기하지 마. 전도사 때는 다 용서해 줘. '괜찮아', '잘했어'라면서. 특별하게 잘못하지 않는 한 담임목사가 다 용서해. 안수만 딱 받아 보세요. 그래서요. 신대원 나오고 (여성) 전도사님이, 여자 목사님이 안수를 안 받는 거예요. 안수만 받으면 봐주는 게 없어요. 그거 참 희한하지."

ㅇ 목사 발언은 현장에 있던 한 여성 신학생이 6월 22일, 장로회신학대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그는 "여자들의 목사 안수가 저조한 이유를 마치 여자들의 인내심 부족이라는 식으로 언급했다. 듣는 순간 기분이 불쾌해졌다. 설교 시간에 그 이야기가 왜 나와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청하고 싶다"고 썼다. 다른 신학생도 "여성 목사가 현 교회 구조 안에서 인내하지 못해, 목사 안수를 받는데도 일찍 포기하게 된다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수련회에 참석했던 여성 신학생들이 동의하는 댓글을 달았다. ㅇ 목사 발언이 불쾌했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한 학생은 "연합을 위해 모인 수련회에서 여성 사역자가 가지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몰이해와 성차별적 편협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설교를 들어야 하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현장에 있던 여성 신학생 역시 "목사 안수 받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데도 그렇게 농담식으로 이야기하면서 마치 여자 전도사들이 목사 안수 받지 않는 것이 목사로서 책임을 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발언하는 게 매우 불쾌하고 마음이 어려웠다"고 했다.

학생들은 ㅇ 목사 설교가 불편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뉴스앤조이 현선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과 여학우회와 학우회는 6월 23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교회 안에 있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를 지적하며 ㅇ 목사 발언을 반박했다.

"전도사의 직분으로 다양한 교회 현장에서 훈련을 받는 수많은 목회자 후보생들의 일부 미흡한 태도와 성품을 단지 여자 전도사의 문제로 일반화한 오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예장통합 교단 소속 여자 전도사들은 개인의 선택으로 목사 안수를 '안' 받는 것이 아니라 여교역자가 설 자리가 없는 가부장적인 교회 구조와 문화 때문에 목사 안수를 '못' 받고 있다. 여교육자들의 사역 범위가 학령기 전 또는 저학년 위주의 교회학교 교육으로 대부분 한정되어 있다는 점, 출산과 육아로 권고사직과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무수한 사례들, 신대원 졸업생의 절반이 안 되는 비율만이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한 필수 단계인 전임 사역자로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여자 전도사의 입지는 더욱 작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여자 전도사들의 목사 안수를 가로막고 있는 실제적인 이유다.

이러한 가부장적 장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여성 전도사의 목사 안수 문제를 개인적 결단의 여부로 사사화한 ㅇ 목사 발언은 신학 교육을 담당하는 총장으로서 오히려 책임성과 대표성이 결여된 언사라 할 것이다."

여학우회와 학우회는 ㅇ 목사 발언에 대해 "이 사안은 수련회에서 일어난 문제이므로, 주최 측의 분명한 입장 표명과 ㅇ 목사의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는 ㅇ 목사와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해외 출타 중이라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수련회를 총괄하는 예장통합 총회 신학교육부 관계자는 6월 28일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요일(28일)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고,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사과문은 29일 총회 신학교육부·교육자원부 총무 명의로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당시 설교하신 분도 자신이 한 설교의 본질은 영성 훈련과 성품 교육에 관한 것이었지만 자신의 의도와 달리 이러한 사태가 전개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계신다. 총회 신학교육부 총무로서 앞으로 신학교육부에서 진행될 각종 세미나에서 강의 및 설교하실 분들에게 양성평등에 관해 각별히 신경 쓰시기를 강력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드리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학우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신대원 신입생 통합 수련회를 주관하였던 총회신학교육부·교육자원부 총무 김치성 목사입니다.

먼저 지난 수련회를 주관하였던 실무 총무로서 수련회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상처받은 여러분들께 깊이 죄송스러움을 표합니다.

당시 설교하신 분께서도 자신이 한 설교의 본질은 영성 훈련과 성품 육에 관한 것이었지만 자신의 의도와 달리 이러한 사태가 전개된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명하시고 계십니다.

이에 총회신학교육부 총무로서 앞으로 신학교육부에서 진행될 각종 세미나에서 강의 및 설교하실 분들에게 양성 평등에 관하여 각별히 신경 쓰시기를 강력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드리려고 합니다.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위해 앞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진행되는 여름 행사와 사역에서 몸조심들 하시고 은혜로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총회 신학교육부·교육자원부 총무 김치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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