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사사기 19-21장은 '레위인의 첩' 이야기다. 한 레위인이 가출한 첩을 친정에서 데려온다. 이 여정 중, 기브아 땅에 있는 베냐민 지파 한 노인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 베냐민 지파 청년들이 몰려온다. 이들은 "네 집에 들어온 사람을 끌어내라 우리가 그를 상관(相關)하리라"(삿 19:21)고 말한다.

'상관하다'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남자와 여자가 육체관계를 맺다"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창세기 19장 소돔 이야기나 사사기 19장 레위인의 첩 이야기에서 '상관'을 요구하는 주체는 남성이고, 이들이 요구하는 상대도 남성인 탓에, 이 표현은 '동성애'를 암시하는 구절로 인식돼 왔다. 소돔은 타락의 대명사로 유황불 심판을 받았고, 사사기 19장의 베냐민 지파도 결국 전멸당했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심판으로 해석되고는 했다.

'레위인 첩의 죽음'(Death of the Levite's Concubine). 1638년 빌렘 발티위스(Willem Bartius)작. 에르미타주미술관.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6월 18일부터 매주 일요일 '한백 신학 교실'을 열고 있다. 성서 속 동성애를 암시한다고 해석해 온 구절들을 성서 비평 관점에서 해석한다. 6월 25일 두 번째 시간에는 사사기 19장 '상관' 구절을 동성애로 볼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 이날 모임도 서대문구 카페 카멜로에서 열렸다.

김진호 실장은 이 구절은 이스라엘 12지파가 서로 평등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던 '부족 동맹' 시대의 긴장과 갈등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사사 시대 이스라엘은 열두 지파가 서로 평등한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부족 동맹' 관계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어떻게 부족 동맹 사회를 구성하게 됐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있다. 성서 기록에 토대를 두는 '고전 가설'로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등 타지에서 들어와 원주민을 내쫓고 가나안 땅을 차지했다는 '정복 모델'(올브라이트 학파)과 성서 곳곳에 모든 원주민을 다 내쫓지는 못했다는 기록이 나오는 데 근거해 이들과 뒤섞여 살았다는 '이주 모델'(알트-노트 학파)이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고전 가설에서 한발 더 나아간 '수정 가설'로는 노먼 갓월드(Norman K. Gottwald)의 분석으로 알려진 '사회·정치적 혁명 모델'이 있다고 했다. 갓월드는 탈출한 이들이 기존 군주제 체제에서 벗어나 팔레스타인 땅에 모여 재부족화하고, 이들이 가나안 지역에 모여 살면서 부족 연합이 되었다고 본다. 확실한 것은 이스라엘은 부족(지파)별로 나뉘어 살았으며, 이 지역에 살던 다른 부족과 달리 '왕'을 원하지 않은 공동체였다는 점이다.

부족들은 서로 평등을 유지하며 지내 왔으나 필연적으로 긴장이 상존했다. 누군가가 부족들을 이끌거나 주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진호 실장은 이스라엘 동맹을 이끈 부족이 '에브라임'이라고 했다. 마치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처럼, 에브라임이 '경찰 부족'으로서 다른 동맹을 이끌어 왔다는 것이다. 김진호 실장은 사사기 19장 당시가 에브라임이 여전히 수위권을 쥐고 있지만 점점 타 부족에게 위협받는 시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브라임이 경찰 행세를 하는 데 불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부족 동맹은 모압 같은 타 민족과 전쟁을 위해 이스라엘 족속을 한데 소집하고는 했는데, 가끔 비(非)에브라임 출신 사사 기드온이나 입다 같은 전쟁 영웅이 등장했다. 그럴 때마다 에브라임과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사사기 19장 시대적 배경은, 베냐민 지파가 에브라임 지파에 대항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르던 시점이었다. 사사 시대를 끝낸 이스라엘 초대 왕 사울이 베냐민 출신이라는 점과도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에브라임에 살던 레위인이 베냐민 땅에 들어왔을 때, 베냐민인들은 레위인을 가만두지 않았다. 에브라임 사람이 못마땅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진호 실장은 사사기에서 베냐민 사람들이 요구한 '상관'은 그 목적이 성관계가 아니라, 베냐민 사람들이 당대 경찰 부족이었던 에브라임 지파의 일원을 모욕하려 했다는 데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레위인이 '이성'인 첩을 대신 내어 줬는데도 그들이 순순히 물러갔다는 것이다. 이는 동성이나 이성을 떠나, '레위인' 자체를 모욕하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레위인의 첩 또한 레위인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김진호 실장은 이 사건으로 에브라임이 베냐민을 칠 수 있는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봤다. 사사기 20장 10절은 "베냐민의 기브아에 가서 그 무리가 이스라엘 중에서 망령된 일을 행한 대로 징계하게 하리라 하니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에브라임은 베냐민이 다른 부족을 이끌 만한 도덕성이 없음을 보여 줘야 했을 것이다. 베냐민도 불리한 싸움임을 알면서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평소 고까워했던 에브라임에 맞서는 길을 택했다.

이 텍스트가 쓰인 의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진호 실장은 왕정 시대에 쓰인 사사기는 아마 왕이 없을 때 발발하는 혼란과 그 폐해를 알릴 목적, 즉 군주제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봤다. 사사기 유명한 마지막 구절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도 이런 맥락이다. 마치 "봐, 왕이 없으면 저렇게 내분이 일어나고 치고받고 싸우게 되는 거야. 그러니 강력한 왕이 중앙에서 백성들을 통제해야만 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김진호 실장은 사사기 텍스트를 '부족 동맹'의 갈등과 긴장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진호 실장은 사사기 텍스트에서 정말 주목해야 할 대상이 '레위인의 첩'이라고 했다. 그는 "이 텍스트는 부족 동맹을 지탱하는 '숭고한' 이데올로기, 평등과 정의의 가치를 부르짖는 강렬한 소리들로 뒤덮여 있는데, 그 소리가 한 비극적 여인의 비명을 먹어 버렸다"고 했다.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 첩에 대한 이야기는 묻히고, 이데올로기의 주체들이 강간당하고 난도질되어 죽임당한 그 여인의 몸을 도구화해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첩은 자기 살겠다는 남편에 의해 밖에 내던져졌고 능욕당했다. 밤새 욕보인 첩은 가까스로 숙소에 되돌아왔으나 결국 죽었다. 이런 상황을 다 아는 남편은 태연하게 "일어나 집에 가자"고 말한다. 이후 텍스트에서도 여성은 계속 피해자로 묘사된다. 남편은 첩 시체를 토막 내 다른 부족들에 보내 전쟁을 촉구하고, 이후 발발한 전쟁에서 베냐민 사람들이 멸족할 위기에 놓이자, 다른 부족의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온다. 에브라임을 포함한 이스라엘 부족 동맹들은 여성의 존재 가치에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김진호 실장은 성서를 읽을 때 희생당한 자의 소리를 복원해야 하고, 말하지 않은 자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사실 이 텍스트에서 수치스러운 것은, 사회에서 여인을 이용하는 가학적인 역사"라고 말했다.

다음 시간에는 로마서 1장 26장 "이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부끄러운 욕심에 내버려 두셨으니 곧 그들의 여자들도 순리대로 쓸 것을 바꾸어 역리로 쓰며" 구절이 동성애 반대를 뜻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7월 2일 오후 2시 충정로 카페 카멜로에서 열린다. 강의 전체 내용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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