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 사역을 하는 여성의 삶은 녹록지 않다. '하나님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고 말하지만, 여성들은 늘 차별을 경험한다. 비전을 따라 신학교에 입학해도 '사모상'(목사 아내가 될 만한 외모·성품)이라든지, 품평을 듣는 게 현실이다. 남성과 똑같이 비싼 등록금 내고 공부하는데 "여자가 왜 목사 안수 받으려고 하느냐"는 이상한(?) 질문을 받는다.

서울 근교에 있는 신학교에서 공부 중인 여성 신학생 3명을 6월 22일 만났다. 추은지 씨(감리교신학대학교), 임주은 씨(장로회신학대학교), A는 모두 신학교 학부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3명 다 전도사로 사역 중이다. 이들에게 신학교·교회 안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들어 봤다.

세 사람은 2시간 가까이 여성 신학생으로서 겪은 고초를 털어놓았다. 이번 인터뷰는 다른 인터뷰보다 유독 '오프더레코드'가 많았다. 자유롭게 이야기하던 여성 신학생들은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라며 여러 차례 되물었다.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보다, 혼자만 속앓이하고 넘긴 이야기가 더 많았다. 한 사람이 경험담을 꺼내면 두 사람이 "맞아, 맞아. 우리도 그래요"라며 공감했다.

여성 신학생 3명을 만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현재 어디서 공부하고 있는가. 처음 신학교 간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추은지 / 감신대 신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신대원에서 공부 중이다. 사역은 학부부터 했고, 지금은 장애인 부서 전담 전도사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가 감리회 목사다. 간다고 했을 때 큰 반응은 없었다.

임주은 / 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와 신대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신학석사(Th.M.) 과정을 밟고 있다. 교회에서는 4년 정도 유아부를 담당했다. 처음에는 부모님 권유로 신학대에 진학했다. 내가 목사 안수 받고 목회의 길로 간다니까 처음에는 당황해 하셨다. 오히려 학교에서 좋은 사람 만나서 빨리 결혼하기를 원하셨다.

A / 목회자의 길을 가고 싶어서 신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신학을 배우고 있다. 유초등부 파트 전도사로 사역한 지 반년 정도 됐다. 신학교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으셨는데, 친구 어머니가 "여자가 뭐하려고 신학과에 가느냐"고 물으셨다.

- 신학교 안에서 여성을 '잠재적 사모'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에서 동기들이 여성 신학생을 보는 시선은 어땠나.

추은지 / 감신대는 2학년부터 기독교교육학, 신학, 종교철학으로 전공이 나뉜다. 사람들 안에서 똑똑하고 학구적인 여성은 신학과, 예쁘장하면 기독교교육과라는 이미지가 있다. 나 역시 이런 말을 들었다. 한 선배가 학과 정했냐고 물어보더니 "너는 신학과 같다"고 말했다. 입학했을 때, 한 남성 신학생이 "학교에 사모감 찾으러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을 듣고 당시에 충격을 먹었다.

임주은 / "신학하는 여학생은 드세다"는 말이 교내에서 공공연하게 돈다. 어쩌면 남학생들의 경험상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학은 자기주장이 필요한 학문이다. 신에 대해 고뇌하고 그 결과를 현장에 접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은 고려하지 않고 토론 중에 조금만 어감이 세지면, '신학하는 여자=드센 여자'로 보는 게 당황스럽다.

학교에는 "신대원 졸업하면 남자 못 찾는다"는 말이 진리처럼 퍼져 있었다. 공부에 매진하는 여학생에게 남성들이 "지금 공부할 때가 아니다. 남자 친구부터 찾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나 역시 이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었다. 학교에서 남자 친구를 만날 가능성이 높으니 무시할 수가 없더라.

남성들도 이를 아는지, 마치 우리가 자신의 무언가가 된 것처럼 행동했다. 결혼을 걱정해 주는 척하면서 외모 품평하고, 똑 부러지게 말하면 "너는 이제 센캐(센 캐릭터) 됐는데 어떡하냐"고 말했다. 나도 그때는 드센 여자보다 고분고분한 여자가 인기가 더 좋으니 자기주장을 하지 않았다.

집에 가니 남학생들에게 들었던 말 하나하나가 떠오르면서 분노가 일었다. 이제는 그런 말 들으면 바로 이야기한다. 여성 신학생을 잠재적 사모로 생각하고 내뱉은 말들은 엄청난 폭력이다.

A / 신대원에서는 그런 시선은 거의 못 느낀다. 오히려 학부 때가 심했다. 1학년 오리엔테이션에 갔는데 그때 처음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우리 학교에는 세 가지 성이 있다. 여성, 남성, 신학과 여성"이라고 하더라.

이들은 인터뷰 전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 왔다. 할 말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강의나 채플 설교 등 학교생활을 하면서 여성 혐오 발언을 들은 적도 있나.

추은지 / 작년에 감신대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존경받던 교수가 성폭력 사건을 저질렀다. 당시 학교가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작년 총학생회에서는 성희롱 발언이 있던 게 드러났다. 축제 때 디스코 팡팡을 설치할 생각이라고 하니, 한 임원이 "치마 입은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다른 임원이 "그게 원래 디스코 팡팡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했지만, 그는 끝까지 임기를 채우고 지금 신대원 다니고 있다.

수업 중 한 교수가 "남성들은 목사, 여성들은 사모 하려고 신학교 온 거냐"고 말했다. 질문할 게 있느냐 하기에, 정중하게 "그런 발언은 조심하셔야 한다"고 했다. 당시 학교가 성범죄로 민감해진 상태였기에 교수님께 말씀드린 건데, 불쾌하게 받아들이셨던 거 같다.

임주은 / 채플이나 강의 중 그런 말이 나오지는 않는다. 의식이 나아졌다기보다는 조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신대원 진학한 후 목사 안수 유무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똑같은 학비 내고 수업을 받는데, 왜 여성에게만 "목사 안수를 받을 거냐"고 묻는지 모르겠다. 신대원 다닐 때 한 교수가 "여학생 중에 목사 안수 생각하는 사람 있느냐"고 물었다. 손을 번쩍 들었더니 주변에서 학생들이 "그런 건 속으로만 생각해"라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 학교에서 여성신학, 여성학, 성폭력 교육 등 여성 관련 과목이 있나. 교수 중에 여성 비율은 얼마나 되나.

추은지 / 작년 사건 이후로 학부와 신대원에 여성학이 개설됐다. 성폭력 교육도 매년 하고 있다. 총학생회 임원들도 교육받는다. 학생이 직접 성폭력 강사 추천할 수 있는 권한도 있고. 그래도 아쉬운 점이 많다. 성교육은 학생뿐 아니라 교수·직원 모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교수 중 여성 정교수는 없다. 감신대는 학내 사태가 오래됐는데, 이 일도 여성 교수를 정교수로 올리지 않아서 시작된 거다.

임주은 / 일단 정교수는 한 파트에 여성 1~2명이 꼭 있다.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편이다. 다만 여성신학 관점에서 성서를 가르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성 교수 한 분이 여성신학 관련 과목을 전담한다. 교수가 충원될 필요가 있다. 학부 과목 중에는 여성학 수업이 있다. 학생들 반응이 좋다. 장신대는 학부, 신대원 오리엔테이션 때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한다. 그런데 피드백을 보니 형식적이라는 말이 많더라.

A / 신학과 정교수는 전부 남성이다. 학교에서는 관련 과목이 하나도 없다. 학생이 다른 기관에 찾아가서 듣지 않는 이상 페미니즘을 접할 기회가 없다. 성폭력 교육도 딱히 없다. 이건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교회에서 성범죄를 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해 주면 좋겠다.

- 사역할 때는 어떤가. 장벽이 느껴질 때가 있나.

추은지 / 지금 사역하는 교회는 여성 전도사가 다른 곳에 비해 많다. 7명 중 6명이 여성이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여성 전도사를 보는 사람들의 편견을 걷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성 전도사는 깐깐하다', '자기 일만 열심히 한다' 등의 오해가 있는데, 편견을 깨기 위해 무거운 짐도 직접 들고 열심히 한다.

개교회와 달리, 교단 차원으로 보면 장벽이 높다고 생각한다. 신학교만 봐도 이사장, 총장이 다 남자다. 총회에서도 감독이나 임원에 여성은 전혀 없다.

임주은 / 주변에서 들어 보면, 확실히 여성 사역자가 중고등부·청년부 사역하기는 어렵다. 교회가 '영적 카리스마'를 이유로 30대 이상 여성 사역자를 요구한다. 말에 오류가 있다. 중고등부·청년부는 심방이 많고 육체적 노동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려는 사역자에게 맡기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결혼한 여성 사역자 중에 임신·육아 문제로 권고사직당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사역자가 임신해서 자리를 비우면, 동료 사역자들이 돌아가면서 빈자리를 채운다. 동료 사역자들은 대놓고 표현은 못하지만 임신한 사역자 자리를 대신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자기 담당 사역이 있으니까. 결국 미혼이든 기혼이든 교회는 여성이 사역하기는 힘든 공간으로 느껴진다.

A / 나는 교회 안에서 추행을 경험했다. 교회에 출석 중인 한 남성 교인이 내 팔을 잡고 머리에 손을 대면서 사생활을 물었다. 아는 사이도 아닌데 그러니까 당황스러웠다. 나를 사역자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만약 내가 남자였어도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민하다가 "터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니까 대답도 안 하고 가더라.

인수인계를 받을 때도 그런 말을 들었다. 젊은 청년들을 조심하라고 했다. 나도 생각은 했는데, 실제로 그런 말을 들으니까 '왜 내가 조심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교인은 남자 청년에게 "적금 부어서 전도사님(A)이랑 결혼하라"는 말도 했다.

이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교회에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교회에서 왜 굳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여성 신학생으로서 교회 안에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추은지 / 여성신학을 이야기하면, 꼭 "왜 남성신학은 없냐"고 묻는 사람이 있더라. 그러면 "성경을 보세요. 그게 남성신학이에요"라고 답한다. 나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최초의 페미니스트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관심받지 못한 여성에게 먼저 대화를 걸었다. 그것만 보아도 예수는 철저한 페미니스트였다.

사람들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성신학과 페미니즘은 예수가 성서에서 가르친 덕목을 실천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은 대부분 남성이 썼고, 남성 시각이 투영된 내용이 많다. 그럴 때, 예수가 여성을 어떻게 대했는지, 예수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임주은 / 성경을 탈탈 털면 사랑만 남는다고 말한다. 하나님나라는 사랑과 평등, 인류애가 기본이 된다. 안타까운 건 한국교회가 이 기본을 마다하고 혐오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혐오에서 해방시키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마르크스·공산주의와 엮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건 페미니즘 계파 중 하나일 뿐이다. 

여성신학을 공부하다 보면, 여성 해방은 곧 남성 해방이라고 말한다. 인간 해방은 곧 모든 생명에 대한 해방으로 번져 간다. 인류의 반인 여성이 왜 차별받는지 고민하기 때문에 다른 생명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학문이다. 교회에서 페미니즘이 이야기되지 않으면, 어디서 이 이야기가 나와야 하나. 페미니즘을 말한다고 반동분자나 발칙한 사람으로 보지 말고, 그 근본을 봐 주면 좋겠다.

A / 교회 안에 있다 보면 '여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조심해야 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일단 그 틀이 깨져야 한다. 여성을 성별 전에 한 인격체로 봐야 한다. 교회 안에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교회가 전반적으로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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