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전국 TV·라디오 방송국에서 매주 방송되는 설교는 총 2,000편이 넘는다. '5분 말씀'과 같은 짧은 프로그램을 뺀 수치다. 목사 1,031명이 1인당 평균 2편의 설교를 하는 셈이고, 설교 길이가 평균 30분이라고 가정하면 1,000시간 분량의 설교가 매주 나오는 셈이다. '설교 방송 홍수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라디오를 합친 통계를 보면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31회) 설교가 제일 많이 나온다. 그 뒤로는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30회), 김학중 목사(꿈의교회·25회), 김지철 목사(소망교회·24회), 박근상 목사(신석장로교회·20회),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19회), 김병삼(만나교회)·김삼환(명성교회·이상 15회) 목사 순이다. 이렇게 보면 설교 횟수 순위는 대체로 교세를 따라간다.

히트맵으로 TV 방송(좌) 교회 분포를 보면 수도권 교회 편중이 심하다. 그나마 라디오(우)는 수도권 편중 현상이 덜하지만 역시 지방 대도시의 교회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설교 방송은 '방송 선교'라는 명목으로 송출돼 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교회들이 방송사에 일정 금액을 주고(혹은 헌금하고) 설교를 방송한다는 이야기가 통상 거론된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자기 교회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물량 공세를 한다는 것이다. '설교 방송 헌금'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2012년 극동방송 자료를 통해 대략적인 현황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2012년 당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극동방송에 이영훈 목사 설교 10편, 조용기 목사 설교 14편을 송출하는 대가로 매월 2,100만 원을 냈다. 명목은 '헌금액'으로 되어 있다. 시간대별로 금액이 다르지만 이영훈 목사 설교는 1회당 평균 65만 원, 조용기 목사 설교는 1회당 평균 100만 원을 웃돌았다. 김장환 목사는 2016년 한 행사에서 "조용기 목사가 2003년부터 헌금한 액수가 무려 17억 원이다. 조 목사가 아니었으면 북한에 극동방송 전파를 송출할 수도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방에 있는 교회들도 많은 돈을 쓴다. 2012년 극동방송 자료에 따르면, 당시 창원양곡교회 지용수 목사와 둔산성광교회 이웅천 목사는 30분짜리 설교 방송을 하면서 회당 200만 원을 헌금했다.

방송 설교를 내보내는 교회의 헌금은 방송사 예산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극동방송 울산·대구·대전·창원·부산·영동·제주·목포·포항 9개 지사의 2011년 결산은 총 171억 원이었고, 이 중 설교 방송 헌금은 43억 원이었다. 1년 결산의 25%에 해당한다.

 

설교 방송을 하는 목사 중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했던 목회자도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조용기 목사 설교는 1주일에 19회 나온다. <뉴스앤조이>가 교회 내 재정 문제나 설교·논문 표절 문제, 대필 문제로 익명 보도한 목회자들 설교도 방송되는 경우가 있었다.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올해 1월, 조용목 목사(은혜와진리교회)와 지용수 목사(창원양곡교회) 설교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조 목사는 촛불 시위 시민 중 일부가 "좌파 종북 세력"이라고 했고, "애국하는 국민들은 태극기를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지용수 목사는 "촛불 시위는 대통령 쓰러트리고 좋아서 즐기는 것"이라고 설교했다. 조용목 목사 설교는 재방송을 포함해 매주 15회, 지용수 목사 설교는 매주 12회 전국에 TV·라디오로 송출된다.

주요 교단이 이단성을 문제 삼은 이들의 설교가 나가기도 한다. CBS 노조는 2015년 3월 10일, 전태식 목사(순복음서울진주초대교회) 설교를 방송하기로 결정한 회사를 비판했다. 전태식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2005년 90회 총회에서 구원관·예배관을 근거로 강의·집회·예배 참석 금지를 결의한 인물이다. 전 목사 설교는 TV방송사 4곳(CBS·CTS·C채널·GOODTV)에서 매주 8회 방송된다. TV 2곳(CBS·CTS), 라디오 4곳(CBS대구·대전·영동·전북)에서 매주 7회 설교를 방송하는 윤석전 목사는 2000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이 성령론·기독론 등에 문제 있다며 집회 참석 금지 결의를 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가 4월 11일 보도한 '우리 동네 교회 세습 지도(업데이트)' 데이터와 비교해 보면, 교회를 물려주거나 물려받은 목회자 330여 명 중 현재 설교 방송에 나오는 사람은 곽선희 목사에서부터 가장 최근 세습한 황덕영 목사와 주남석 목사까지 30명이었다. 세습 목회자 10명 중 1명이 설교 방송에 나오는 것이다.

설교 방송을 하는 모든 목회자가 문제 있다는 건 아니다. 모두 돈을 내고 설교하는 것도 아니다. 비중이 작긴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데 주력하면서 작은 공동체 교회를 이끄는 목회자들의 설교 방송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복주의적인 설교자들의 비중이 줄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전문가들은 전파가 '공공재' 성격을 띠는 만큼, 양질의 설교를 내보내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헌금과 상관없는 방송 설교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극동방송 PD 출신으로 팟캐스트에서 '김용민 브리핑'을 방송하는 김용민 PD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전파 매매'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는 내보내기 전에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미리 확인한다. 그러나 설교는 그렇지 않다. 목사가 강단에서 아무 말을 해도 그대로 전파를 탄다. 그렇다고 방송사에서 설교 내용을 조절해 달라고 말하지도 못한다. 전파를 샀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PD가 든 대표적인 예가 2003년 창원극동방송 사고다. 2003년 서울 ㅊ교회 이 아무개 목사 주일예배 설교 방송이 나가는 중간에, 성인영화의 남녀 신음소리가 섞여 5분 동안 송출된 바 있다. 당시 교회 방송 담당자가 설교 녹음테이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성인물을 시청하다가 이 소리가 함께 녹음된 것이다. 당시 극동방송은 교회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했으나 "지금까지 교회에서 정확하게 편집되어 방송사로 보내졌기에, 음향 상태나 시간, 그리고 앞뒤의 내용만을 점검하고 그대로 송출을 해 왔다"며 모니터링 과정이 미흡했다고 청취자들에게 세 차례 사과했다.

<설교란 무엇인가>(홍성사) 등을 펴낸 정용섭 목사(대구샘터교회)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한국교회 설교의 성격이 전반적으로 기복적이다. 기독교 방송에서 나오는 설교들도 대부분 그렇다. 이것을 고쳐야 하는데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대안적 목소리가 더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했지만,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나고 있는 것 같다. 환자로 말하면 수술해야 하는데 대충 지나가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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