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되려면 북한 주민의 국민투표가 필요하다. 한국과 통일해도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북한 주민이 한국 정부와 통합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전 외교통상부장관 윤영관 명예교수(서울대 정치외교학)가 지적했다. 윤 교수는 6월 19일 소망교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연구원(KPI·김지철 이사장) 포럼에서 "한국교회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흡수통일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법이 허락하지 않고, 북한이 붕괴해도 주민 투표가 있어야 통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주로 독일통일에서 남북통일의 길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당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사실 그렇지 않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동독 주민이 통일을 두고 투표했다. 서독 헌법을 인정하고 받아들일지, 단독정부를 수립할지 선택하는 기간이 있었다. 동독 주민들은 서독 헌법을 받아들이기로 투표로 결정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전, 서독은 통일을 강하게 외치지는 않았지만 동독 주민 삶의 질이 올라가도록 꾸준하게 지원했다. 민간 교류와 지원이 활발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통일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와 달리 '통일은 대박'을 외치면서 정작 남북 관계를 위한 행동이 별로 없다. 교회조차도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북한 지원이 무슨 말이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윤 명예교수는 한국교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교회는 물신주의를 넘어선 통일 담론을 펼쳐야 한다. 독일 통일 과정처럼, 북한 주민이 남한과 통일을 하겠다고 열렬히 지지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남한이 북한 주민에게 지지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금 탈북자 대부분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하며 지낸다. 어떻게 이야기할 것 같은가. 남한 사회에서 새터민의 지위와 먹고살기 힘든 현실, 남한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등을 이야기할 것이다. 통일 후, 이등 시민으로 살아야 한다면 북한 주민은 남한과의 통일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평화포럼은 소망교회에서 진행한 소망 통일 컨퍼런스의 한 순서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유영

발제자로 나선 김회권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는 북한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게 하려면 한국교회가 노동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노동을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해 이야기하는데,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는 노동을 등한시한다. 북한 주민들은 이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독은 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헌법을 수정했다. 동독 주민이 서독의 헌법을 받아들이고 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교회도 노동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교회 먼저 노동을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노동을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통일을 이뤄 갈 수 있다."

한국교회가 바꾸어야 할 분야는 노동 인식만이 아니다. 김회권 교수는 교회가 통일 담론을 사회에 설명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언어로 바꾸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북한 언어로 설명할 능력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전우택 교수(연세대 의과대학)는 통일로 나아가려면 한국 사회와 교회가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남북이 서로를 향해 품고 있는 '증오'를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서로 증오하는데 어떻게 한 나라가 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남한은 북한을 공산주의라며 증오한다. 북한은 남한을 미 제국주의 앞잡이라며 증오한다. 한국전쟁 이후 천인공노할 원수로 서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북한 경제력이 약해져 남한과 통일할 가능성은 없다. 경제력이 약해지면 값싼 노동인구를 내세워 외국 투자를 받아 공장을 돌리면 된다. 당장은 나아지지 않아도 언젠가는 먹고살 수 있다. 원수라고 여기는 남한과 통일해서 먹고살려고 할까. 용서가 없다면 통일도 없다."

전 교수는 한국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활동으로 '용서'를 꼽았다. 그는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과 갈등할 때 어떻게 증오하고 용서하는지 성찰해야 한다. 교회가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기독교인이 용서를 연습하고 훈련하며 갈등을 풀어 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회권 교수는 북한을 악마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는 상황이지만, 북한을 단순하게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 대화 자체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한 사회와 교회는 북한을 비이성적 악마 세력으로 몰아 간다. 실제 악의 축으로만 규정한다. 교회마저 북한을 악으로 치환해 이원론적으로 본다. 악마로 규정한 타자와는 대화할 수 없다. 악한 요소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이 '악마는 아니다'라고 해야 대화가 가능하다.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계속 만들고 확대해 가도록 한국교회가 노력해야 한다."

※기사 정정: <뉴스앤조이>는 윤영관 명예교수가 "통일이 되려면 남한이 먼저 평등하게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윤 교수는 "남한 주민들이 새터민을 배려와 사랑으로 충분히 품어 안고, 그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어 통일을 원하게 될 때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발언했습니다. 해당 부분을 수정했음을 알립니다. (2017년 6월 21일 19시 현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