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이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을 조사한다는 소식에 기장 목회자들이 분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엄연히 소속이 다른 교단 목사를 자기네들이 왜 정죄하는지 모르겠네요. 교단마다 신학적·신앙적 분위기가 다르고 이어 가는 전통도 다를 수 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네요."

"왜 남의 교단 목사를 지들이 이단 시비하는 건데? 그 옛날 1953년 김재준 박사님 목사권 박탈하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겨? 예장(합동) 니네나 똑바로 잘하세요."

"타 교단 목사 왈가왈부하지 마시고 그쪽 동네 성추행 목사나 잘 관리하시길."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예장합동, 성소수자 인권 증진 목사 이단성 조사'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6월 16일 <뉴스앤조이> 보도 이후 누리꾼들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을 성토했다. 타 교단 목사 신경 쓰지 말고 소속 교단 목사나 제대로 관리하라는 취지의 글이 잇따랐다.

예장합동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이대위·진용식 위원장)가 임 목사를 조사한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임 목사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권오륜 총회장) 소속 목회자도 예장합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기장 목회자들은 6월 1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금도'(禁度)를 벗어난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 / 이단 운운하며 타 교단 소속 목사를 조사하려는 자세는 아주 잘못된 일이다. (예장합동은) 동성애 문제를 흑백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보수적인 교회와 임 목사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접근하면 모를까 이단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아주 오만한 행태다. 마치 대심문관이 되어 형제의 신앙을 단죄하겠다는 건데, 바람직하지 않다. (동성애는) 이단성 문제가 아니라 한 개인의 가치판단과 윤리의 문제지,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건드리는 게 아니다. 이 사안을 이단 범주에 넣은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원로) / 나는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지만, 예장합동의 행보는 문제가 있다. 알다시피 임보라 목사는 동성애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해 왔다. 성별을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누구보다 목소리를 내 왔다. 그들을 선교 대상으로 이해하고, 현장에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준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교단조차 별문제를 안 삼는 거다. 인권 보호에 힘쓰는 임 목사에게 예장합동이 뭐라 하면 안 된다.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 예장합동이 동성애를 접근하는 방식이 대단히 잘못됐다. 동성애는 사회적 이슈 사안이다. 윤리와 사상을 이단으로 접근하는 게 맞을까. 핀트가 안 맞다. 동성애는 신학적 문제가 아니다. 차라리 대토론회를 통해 기독교 입장을 정리하는 게 낫지, 이단이다 아니다 방식으로 가는 건 옳지 않다. 예장합동이 어떻게 나오든 임보라 목사가 꿈쩍이나 하겠는가. 토론을 해야지, 지금처럼 하면 본질만 흐려진다.

이병일 목사(강남향린교회) / 오죽하면 이런 생각마저 든다. '예장합동이 내외부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보니, 적을 만들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게 아닐까.' 예장합동 이대위의 이단성 조사는 명분이 없다. 임 목사는 이단과 관련 없다. 인권 활동을 해 온 목사를 상대로 이단성을 조사한다? 금도를 벗어났다.

정작 자기 교단 안에 성폭력을 저지르고 간통을 저지른 목사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안 하고, 힘없는 '소수'를 자기네 마음대로 정죄하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향린 공동체도 그렇고, 교단 차원에서도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대체 무슨 권한으로 이단성을 조사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만일 임 목사가 이단이면 나는 '삼단'이고 '사단'이다.

연규홍 교수(한신대) / 한국 기독교는 동성애를 찬반 논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제스처만 취해도 '마녀사냥'을 당한다. 이러한 병폐가 상당히 우려스럽다. 성경 속 축자적 어휘를 가져다가 성소수자를 죄인처럼 다루고, 난잡한 것으로 이해한다. 이때 '서로 사랑하라'는 성경 속 핵심 메시지는 온데간데없다.

중세 시대도 아니고, 동성애 문제를 이단 시비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동성애를 빌미로 특정인의 이단성을 조사할 게 아니라, 서로 논의를 한다든가 토론하는 게 먼저라고 본다.

임보라 목사가 소속된 기장 서울노회(조익표 노회장)는 내부 논의를 거쳐 총회에 공식 대응 방안을 주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신대 신학과 성정의위원회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기장 교단이 성소수자 문제에 있어서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성명을 6월 18일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기장이 혐오가 아닌 생명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 당당히 성소수자가 죄인이 아니라고 선포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임 목사는 지난해 퀴어 축제에서 성소수자들과 함께 예배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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