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과 옥바라지선교센터가 주관하는 '모두의 신학' 여름 학기 두 번째 강의에서 박지은 박사(구약학)가 여성주의 성서 해석 방법인 '우머니스트 성서 읽기'를 소개했다. 6월 15일 진행한 강의에는 신학생, 기독교인 청년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우머니즘(Womanism)은 백인 여성 중심으로 전개된 페미니즘 운동을 비판하며 흑인 노예 여성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용어다. 서구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던 주체는 중산층 백인 여성이었다. 이들은 참정권, 남성과의 동일 임금을 요구했다. 백인 여성이 주도하는 페미니즘 운동은 일정 정도 성과를 냈지만, 인종차별·성소수자·계급 문제 등 백인 여성과 직접 관계가 없는 사안은 다루지 않았다. 이에 흑인 여성들은 또 다른 여성 운동을 전개했다.

우머니즘은 페미니즘과 마찬가지로 가부장제 억압에서 벗어난 여성 해방, 인간 해방을 추구한다. 그러나 기존 페미니즘 운동에서 다루지 못했던 인종차별이나 노예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이들은 서구 백인 남성들이 흑인 여성 노예에게 씌운 특정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다. 박지은 박사는 그 예로 유모로 일하는 노예를 언급했다.

"대체로 '흑인 유모' 하면 헌신적이고 따뜻한 이미지가 있다.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미지인데, 흑인 여성은 가슴 크고 백인 아이를 잘 보는 캐릭터로 나온다. 이것은 서양인이 흑인 여성의 이미지를 정형화한 거다. 이들에게 가정 노동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부여해, 이 일 외에 다른 일은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우머니즘 역사 속에서 발견한 흑인 여성들은 지혜롭고 똑똑했다."

우머니스트들은 서양인들 시각에 대항해, 흑인 역사에서 사회 변화를 일으키고 해방운동을 해 온 여성을 발견하는 작업을 했다. 서양인들로부터 배척된 흑인 역사에서 숨겨진 흑인 여성을 찾는 것은 우머니스트들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박지은 박사는 우머니스트 시각으로 성서 읽기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그렇다면 우머니스트 관점에서 어떻게 성서를 읽을 수 있을까. 여성신학에서 여성 성서 비평은 총 3단계로 나뉜다. 우머니즘 성서 읽기는 이 중 3단계에 속한다.

"여성 성서 비평에는 3단계가 있다. 각 단계마다 성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1단계는 '재생의 해석학'이라고 부른다. 성서 본문에서 사라·드보라처럼 뛰어난 여성의 이야기를 발굴한다. 1단계는 뛰어난 여성만 찾을 뿐 성서의 권위는 의심하지 않는다. 여성에게 억압적인 시대상은 언급하지 않는다. 2단계는 '의심의 해석학'이다. 1단계와의 차이점은 성서가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2단계는 인물을 발굴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성서 텍스트를 근거로 사회에 팽배해 있는 여성 혐오, 가부장제를 비판한다."

3단계는 여성 신학자 레니타 윔스(Renita weems)의 성서 해방 비평인 '생존의 해석학'이다. 우머니즘 성서 읽기는 기존의 성서 해석 방법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여성 성서 비평 1단계에서 성서의 권위, 성경이 말하는 바를 그대로 믿는 반면, 3단계에서는 성서 권위보다 독자들 상황을 중시한다. 흑인 여성뿐 아니라 남미·아프리카·아시아 등 다양한 집단과 사회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성서를 해석하도록 한다. 억압적인 성서 본문은 탈피하는 게 유의미하다고 본다. 일례로 우머니즘에서는 노예를 긍정하는 성경 본문은 거부한다.

박지은 박사는 우머니스트 눈으로 하갈을 조명했다. 하갈은 성경에 나오지만 제대로 해석된 적이 없던 인물이다. 하갈은 관심 밖 인물이었다. 페미니즘 성서 해석에서도 사라와 아브라함의 관계성에 더 초점을 두었다. 우머니스트 레니타 윔스는 흑인으로서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경험한 인종차별을 하갈에게 투영해 성경을 읽었다. 노예이기에 착취당하고 성폭행당할 수밖에 없는 하갈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갈과 사라와의 갈등은 흑인 여성 노예와 백인 여주인이 겪었던 갈등으로 재해석했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흑인 여성이 백인 중심 사회에서 겪는 인종차별을 보여 준다. 히든 피겨스 갈무리
흑인 여성 노예 관점에서 하갈을 읽어 보면 어떨까. 뉴스앤조이 최유리

독자가 자신의 상황을 투영해 능동적으로 성경을 읽는 우머니즘 성서 읽기. 여기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박지은 박사는 "우머니즘 성서 읽기는 여성 비평의 단계 중 1·2단계도 넘나든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성서보다는 독자의 상황을 더 중시한다. 그렇다면 성서의 권위를 포기할 수 없는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것이 우머니즘 성서 읽기의 과제"라고 말했다.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도 우머니스트 성서 읽기의 과제에 대해 질문했다. 한 청년은 "개인의 상황과 맥락이 중요하지만, 성서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내심 걸린다. 성서 권위를 인정하면서 우머니스트 관점으로 성경을 볼 수는 없는가"라고 물었다. 박지은 교수는 "우리는 지금까지 성서 무오설을 배워 왔다. 그러나 그 성경을 편찬하고 구성하고 해석한 건 인간이었다. 주로 백인 남성들이 해 온 일이다. 이들 역시 서양 중심의 세계관이 투영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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