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퀴어 축제에서 성찬식을 인도하는 임보라 목사(사진 왼쪽). 예장합동 이단대책위는 임 목사의 동성애 활동을 문제 삼으며 이단성 조사에 들어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이대위·진용식 위원장)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권오륜 총회장) 소속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의 이단성을 조사한다. 임 목사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해 왔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9월 101회 총회에서 임 목사의 이단성을 조사해 달라는 남부산동노회 청원을 받아들였다. 임 목사가 <퀴어 성서 주석>(Queer Bible Commentary·QBC) 발간과 관련 있다며 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이대위는 6월 15일 임 목사에게 '이단 사상 조사 연구에 대한 자료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101회 총회 헌의를 수임받아, 귀 단체 및 귀하의 이단성 여부를 조사하는 중이다. 적극 협력해 달라"로 시작했다. 이어 △귀 단체(개인)에서 이단 사상으로 문제 제기되었던 내용 일체 △상기 내용 중 수정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관련 내용 일체 △지금까지 발행된 책이나 내용 일체(설교문, 신문, 음성 및 비디오 녹화 등 일체) 등을 6월 23일까지 등기로 보내 달라고 했다. 만일 회신하지 않으면, 그동안 확보한 자료에 의해 이단성을 결정하겠다고 알렸다. 공문 맨 아래에는 예장합동 김선규 총회장, 진용식 이대위원장 이름이 적혀 있다.

<뉴스앤조이>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16일 이대위원장 진용식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 목사는 헌의가 들어와 조사하는 것이라며, 임 목사에게 <퀴어 성서 주석> 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단과 퀴어가 어떤 상관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진 목사는 "동성애가 우리 교단(예장합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동성애 반대한다. 성경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 교단 소속 목사를 조사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질문에는 "타당하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동성애 활동을 문제 삼는 거다. 기장도 동성애를 찬성하는 건 아니다. 헌의안이 올라온 이상 조사할 수밖에 없다. (임 목사가) 소명 자료를 안 보내면 우리가 찾아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졸지에 이단성 조사를 받게 된 임보라 목사는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임 목사는 "왜 자꾸 시비를 거는지 모르겠다. 기장 노회·총회를 통해 (예장합동 이대위의) 부당성을 이야기할 것이다. 저쪽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소명해야 할 의무도 의향도 전혀 없다. 나는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퀴어 성서 주석>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이단대책위가 임 목사에게 보낸 공문. 사진 제공 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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