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기자지?"

[뉴스앤조이-현선 기자] '휴대용 몰래 카메라'라고 적힌 가게 문을 열자, 상인은 나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챘다. 여자가 혼자 몰카를 사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괜히 나에게 볼멘소리를 해 댔다. 

"아 제품은 못 보여 준다니까. 왜 기자들이 우리 상가만 취재하는지 모르겠어. OO로 가. 거기에는 안경 카메라도 있고 더 다양하게 많아. 보여 줄지는 모르지만…. 

아가씨, 이건 국내에서 생산한 캠코더로 등록된 제품들이야. 중국산은 불법이라 못 팔고 국내산 제품은 팔 수 있어. 이걸 나쁜 용도로 쓰는 사람 때문에 몰래 카메라라고 불리는 것뿐이야. 아가씨 카메라도 몰래 찍으면 몰카야." 

기상천외한 몰카가 나오는 시대다. 펜처럼 생긴 건 기본이고 나사못처럼 생긴 초소형 몰카도 있단다. 여성들은 공중 화장실에 가는 게 공포스러운 일이 되었다. 날씨가 더워져 시원한 옷을 맘껏 입고 싶지만, 높은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나도 모르게 불안해진다. 곳곳에 '몰카는 범죄'라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지만, 저런 걸로 범죄가 근절될까 고개를 갸웃한다. 

공중 화장실에 갈 때마다 경첩·문고리 등을 확인하는 게 여성의 일상이다. 서울시는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를 만들어, 탈의실·샤워실·시계·로션·변기·휴지통·나사못까지 전파 탐지기를 이용해 '몰카 점검'을 한다. 하지만 몰카 판매자는 "탐지기로는 카메라를 발견할 수 없다. 숨기기 나름이고, 그 작은 걸로 전자파를 감지해서 카메라를 발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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