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유영 기자]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가 6월 2일 페이스북에 생소한 사진을 올렸다. 선글라스를 끼고,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었다. 등과 양손에는 가죽 제품을 들었다. 김 목사가 자진해서 모델로 나선 브랜드는 '컨티뉴', 폐가죽으로 가방과 지갑 등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모어댄'의 제품이다.

모어댄은 자동차 제작 과정에서 남거나 폐차 과정에서 나오는 폐가죽으로 가방, 지갑, 신발 등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 폐가죽으로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세계에서 모어댄이 유일하다. '쓸모없는 것(Useless)을 가장 유용(Useful)하게 한다'는 가치를 내걸고 폐가죽으로 가죽 제품을 만든다.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주요 가치를 두고 있다. 사람들이 유용하지 않게 보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리를 만들어 약자가 아닌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려 한다. 김동호 목사가 광고 모델로 자임한 이유도 모어댄이 새터민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려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김 목사는 새터민과 사회 취약 계층을 돕는 열매나눔재단 이사장으로 오랫동안 일해 왔다.

모어댄은 사회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은 신생 기업이다. 미래부·중소기업청·국방부·교육부가 주최하고 6,600여 회사가 출전한 '도전! K-스타트업'에서 우승 후보에 올랐다. '2016 아시아 소셜 벤처 대회'와 기독교 사회적 기업 경연 대회 '어!벤처스'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폐제품을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재생산한다는 취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6월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모어댄 사무실에서 최이현 대표(37세)를 만났다. 모어댄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기업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모어댄 최이현 대표. 뉴스앤조이 유영

- 모어댄은 어떤 회사인가.

쓸모없는 제품을 유용한 제품으로 만든다는 가치를 목표로 2015년 설립했다. 폐차된 자동차 좌석의 가죽이나 자동차 공장에서 버리는 가죽으로 지갑과 가방을 만든다. 곧 신발도 만들 예정이다.

- 모어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0년대 중반 어학연수를 받기 위해 영국으로 갔다. 집이 가난해서 일하면서 공부해야 했다. 영국에는 아름다운 가게처럼 쓸 만한 중고 제품을 기부받아 정비해 판매하는 곳이 많다. 수익금으로 심장병 어린이나 발달 장애를 겪는 이들을 돕는다. 이런 가게 중 '옥스팜'이라는 곳에서 일할 수 있었다. 일하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타인과 나를 풍요롭게 하는 사업이 있다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영국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공이 있다. 일하면서 알게 된 전공인데,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가 학교를 마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났다. 돈도 없고 영어도 부족해 석사 마치는 데만 7년이 걸렸다.

하고 싶은 공부를 찾은 탓인지, 공부는 재미있었다. 차량에서 나오는 폐가죽을 재활용하는 사업은 내가 연구하고 논문으로 작성한 주제였다. 당시 공부했던 내용을 한국에서 실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다.

- 단순히 제품 제작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하던데.

직원에게도 동일한 가치가 적용된다. 누군가 보기에 가치 없어 보이는 인물도 어떤 회사에서는 가장 유용한 직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약자, 그중에서도 새터민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현재 직원은 초창기 채용한 5명이 전부다. 앞으로 새터민을 우선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초, 새터민을 위해 활동하는 김동호 목사와도 만났다. 김 목사는 모어댄이 더 알려질 수 있도록 광고에 직접 출연해 페이스북에 게시해 주었다.

- 김동호 목사가 광고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김동호 목사가 운영하는 사단법인이 사회적 기업 육성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나는 그 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심사를 마치고 식사할 때 김 목사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김 목사가 모델로 나서겠다고 직접 말해 줬다. 판매 수익금은 새터민 사업에 사용하자고 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소규모 '콜라보레이션(협업)'이었다. 우리는 김동호 목사가 광고할 한정판을 만들고, 김 목사는 제품 모델로 나섰다. 김 목사 팔로워 중에는 50대 이상이 많다. 이분들이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모어댄 제품을 구입하기에 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정판을 만들 때 소량 제작했고, 예상만큼 판매를 이뤘다.

모어댄 브랜드 컨티뉴 광고에 나선 김동호 목사. 김동호 목사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 찾아보니 수상 실적도 많다.

벤처 대회와 사회적 기업 경연 대회에서 많은 상을 탔다.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진행된 6,600여 개 팀이 출전한 전국 벤처 기업 대회에서도 탑10을 차지했다. 일정 상금 이상을 받으면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다른 대회에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 입상 이력도 많고, 대상을 탄 적도 많다.

- 자동차 폐가죽으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여태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동차 산업은 환경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산업 중 하나다. 그런데 환경문제는 주로 대기오염만 강조되어 왔다. 자동차 회사들도 친환경 차량으로 불리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 자동차 개발에만 힘썼다. 그 외에 영역에서는 재활용이나 친환경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 자동차 가죽 좌석을 만들고 남은 가죽이나 폐차에서 나오는 가죽은 모두 폐기되고 있었다.

폐가죽으로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해도, 제품 생산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폐가죽 수급이 어렵다. 그나마 한국은 폐가죽 수급이 좋은 편이다. 자동차 생산량이 세계 5위고, 제작 과정에서 남은 가죽을 구하기 쉽다. 1년에 폐차되는 차량은 70만 대에 이른다. 소비자가 가죽 좌석을 선호해 폐차 과정에서 가죽이 많이 나온다. 가죽은 재활용이 안 돼 모두 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져간다고 하면 업자들도 좋아한다.

자동차 폐가죽은 장점이 많다. 자동차 좌석을 만드는 가죽은 수명이 30~40년 정도로 내구성이 좋은 고급 가죽이기 때문에, 일반 가죽보다 4배 이상 비싸다. 실제로 코팅도 잘 되어 있다. 수거한 가죽은 물 세척과 항균 처리 등을 거쳐 가방과 지갑 등 새 제품으로 탄생한다. 사용감이 적은 뒷좌석과 등판 가죽을 주로 사용하고 친환경 세제를 사용해 세척한다. 같은 제품을 새 가죽으로 제작했을 때보다 물 소비량을 4,000ℓ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원단은 정성스럽게 세공한다. 모두 30년 이상 가죽 제품을 만든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누가 사용해도 만족할 만한 제품이다.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보다는 윤리와 일자리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자동차 폐 가죽으로 만든 가죽 제품. 뉴스앤조이 유영

-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두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아버지의 실명과 재기가 큰 영감을 주었다. 아버지는 인테리어를 전공하시고, 뒤늦게 목회자가 된 분이었다. 가난한 시골 교회에서 목회했는데, 교인들과 낡은 예배당을 수리하다가 눈을 다쳐, 결국 실명하게 되었다. 내가 고3 때 일이다.

5년 정도 아버지와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아버지께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께서 지역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시각장애인 편의를 위해 쉼터도 만들었다.

늦게 시각장애인이 되니, 이전에는 몰랐던 많은 불편을 경험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게 되었다. 실제 시각장애인들은 활동 반경이 적다. 어디를 찾아가기도 불편하다. 아버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날 일어난 사건으로 아버지는 교회에서 '쓸모없는' 목회자가 되었다. 시력을 잃으니 성경도 못 보고, 교회 일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다시 가장 '쓸모 있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타인을 위한 존재로 일어섰다.

하나님께서는 흙에 생기를 불어넣어 사람을 만들었다. 그냥 두면 가치를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생기로 가장 가치 있는 인간을 창조했다. 이게 인간이 해야 할 일 아닐까 생각한다. 아버지처럼 새로운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해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 기독교 가치를 표방하며 성장한 기업들이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는 모습을 종종 본다. 기독교인 기업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기존 기독교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신앙을 위해 QT, 예배 등을 강제했다. 주로 회장이 만들어 놓은 종교 틀에 맞춰 움직였다. 이런 종교 행위는 믿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이건 믿지 않는 사람에게 접근할 수 없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다. 인위적이지 않아야 사회와 구성원도 거부감이 적지 않을까. 기업은 사회 속에 있다. 모든 사람을 품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종교 행위 때문에 오히려 나쁜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같다.

기독교 기업인은 세상이 보기에도 부담 없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어댄은 작은 회사지만, 종교적 틀을 만드는 일에는 관심 없다. 사원들에게 기독교를 강요하거나 강조하지도 않는다. 상식적인 일이지만, 직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작은 예로 사무실이 고양시에 있다 보니, 출퇴근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직원이 많다. 출근 시간은 30분 늦추고, 퇴근 시간은 30분 당긴다.

모어댄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뉴스앤조이 유영

- 모어댄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모어댄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실제 모어댄은 지금까지 세상에 전혀 없던 분야를 개척했다. 모어댄이 시작하기 전까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폐차에서 나오는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지 않았다.

물론 실험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모두 원단을 지속해서 구할 수 없어 프로젝트로 끝났다. 지속해서 가죽을 공급받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모어댄도 이 과정이 가장 오래 걸렸다.

누구나 폐가죽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원단을 제공하는 사업까지 확장하고 싶다. 일자리는 가죽을 수거하고, 재생하고, 만드는 과정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재사용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일자리도 더 늘어날 것이다. 없던 일자리를 만들고 늘려 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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