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 소속 총신대학교에서 올해 2월 신약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첫 여성 신학자가 나왔다. 박사 학위 주제는 '여자는 권세 아래 있는 표를 그 머리 위에 두어야 하는가'이다. 고린도전서 11장 3절과 7~12절을 재해석한 것으로, 여성이 남성 권위 아래 있다는 전통적인 해석을 뒤집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여동문회가 6월 12일, 논문을 작성한 황영자 박사를 초청해 논문 내용을 듣고, 교회 내 여성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현장에는 총신대 여동문회를 포함해 교회에서 사역하는 여성 전도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황 박사의 발제 내용을 들으며 새로운 해석에 지지를 보냈다.

황 박사는 고린도전서 11장 3절 "각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는 오역된 것이라고 밝혔다. 헬라어로 '머리'라는 단어에는 '권위', '지도자' 외에도 '근원', '원천'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한국교회는 후자보다는 전자를 선택해 왔다. 권위로 해석하는 데 힘이 실리자, 자연스럽게 남자는 통치자이고 여자는 복종자로 보는 관점이 굳어졌다. 이 구절을 근거로 한국교회는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그러나 황영자 박자는, 머리의 뜻은 권위가 아닌 '원천'이라고 해석했다. 황 박사는 "창조 기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여성은 남성의 갈비뼈로 창조됐다. 하나님은 아담이 홀로 있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며 하와를 만든다. 미완성 상태의 남자 때문에 여자가 창조됐다는 신학적 해석이 가능하다. 즉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해석해 온, 남성 아래 여성이 있는 게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권위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총신대에서 첫 여성 신학박사가 나왔다. 황영자 박사는 포럼에서 자신의 논문을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황영자 박사의 발제가 끝나고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포럼에서는 한국교회에 만연한 성차별의 대안으로,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총신신대원여동문회 부회장 박유미 소장(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은, 한국교회 초창기 선교사들은 여성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각종 기독교 여성 단체를 만드는 등 여성 권익 향상에 기여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라고 말했다. 특히 성평등 의식은 도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사회에서는 성폭력 문제를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피해자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J 목사 경우만 보더라도, 교회는 피해자 입장이 아닌 가해자 목사이자 남성 입장에서 성범죄를 설명하고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경을 해석할 때도 여성 인물은 배제되어 왔다. 일부 남성 신학자는 교회에서 여성 지도자를 세우지 않기 위해 사사 드보라의 사사성에 의심을 품고 드보라를 진정한 사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리암이나 훌다 등 여선지자에 대한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리암의 경우, 모세에게 반역한 부분만 강조해 설교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발표한 강호숙 박사(총신대 실천신학)도 "기독교인들은 원죄를 언급할 때 원인 제공자로 하와를 지목한다. 뱀의 꼬임에 넘어가 아담에게 선악과를 건넨 게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하와가 선악과를 줄 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않은 아담의 침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보는 가부장제는 성차별주의와 여성 혐오를 조장한다. 남성들은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여성을 희생양 삼는데, 하와도 희생양 중 하나"라고 했다.

논찬자로 나온 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는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 여성은 교회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에서 조차 제약을 많이 받는다. 교회에서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 여성에게 불리한 요구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 '담임 목회 경력 5년', '군필' 혹은 '사모 포함 가족사진'을 요구한다. 여성이 담임 목회 5년을 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사모와 찍은 사진을 요구하는 건 남성 목회자만 찾는다는 말이다. 여성이 교회 담임목사로 발을 들이는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라며 한국교회의 현실을 짚었다.

강호숙 박사와 박유미 소장은 한국교회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강호숙 박사와 박유미 소장은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박 소장은 "보수 교단과 교회·학교에서는 페미니즘을 비성경적인 것처럼 호도하고 공부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 인본주의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성차별을 지적하는 페미니즘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모든 존재가 동등하다고 말하는 성경의 관점과 배치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이나 약자의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점에서 성경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차별을 지적하고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재해석하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남성주의적이고 성평등 의식이 뒤떨어진 한국교회가 여성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회가 사회보다 인권과 평등 문제에서 뒤떨어진 이유를 찾는 데도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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