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기자협회가 김용민 PD를 내부 수련회 강사로 내정했다가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섭외를 취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20여 개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는 크리스천기자협회가 내부 수련회 강사로 김용민 PD를 선정했다가 빗발치는 항의에 못 이겨 강사 섭외를 취소했다. 회원 30여 명이 모이는 행사에서 강사가 외부 압력으로 취소된 것은 이례적이다.

크리스천기자협회는 회원들에게 6월 22~23일 인천 영종도에서 이건영 목사(인천제2교회)와 김용민 PD를 강사로 초청해 수련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회원들에게 공지된 사항은 6월 8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기사가 나가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유 아무개 기자는 크리스천기자협회가 수련회를 연다는 기사를 썼다. 강사를 소개하고 기사 말미에는 회원 언론사와 문의 전화번호를 달았다.

하루 뒤, 이 기사는 'GMW연합'이라는 극우 성향 개신교 블로그에 게재됐다. GMW연합은 "어떻게 (개신교) 기자들이 막말 인사를 초청할 수 있느냐"며 "김용민 씨는 기독교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대표적인 (기독 신문이라고 할 수도 없는) 좌파 매체 <뉴스앤조이>의 편집장을 지내기도 하였다"고 썼다. 기사에 소개된 회원 언론사 명단 뒤에는 전화번호를 찾아 달았다. (현재 이 글은 권리침해 신고로 가려졌다.)

얼마 안 있어 회원 언론사들에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크리스천기자협회 소속 언론사 관계자들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업무가 어려울 정도로 항의 전화가 왔다"고 토로했다.

결국 크리스천기자협회는 논의 끝에 김용민 PD 섭외를 철회했다. 정 아무개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용민 PD를 섭외하자는 공식 제안이 있어 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지만, 항의 전화가 많이 왔기 때문에 회원 기자들을 존중·보호하는 차원에서 섭외를 철회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는 6월 11일 "김용민 씨가 '부적격한 인사'라는 이유로 항의 전화가 빗발쳐 제외됐다"는 짧은 기사를 내보냈다.

김용민 PD는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 아무개 기자의 보도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그는 6월 9일 페이스북에 "기사를 들여다보면 기자협회 회원사 이름을 아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아울러 협회 문의 전화번호까지 일러 준다. 이 기사를 퍼다 나른 극우 개신교 단체 블로그는 협회 소속 언론사 대표 전화번호까지 일일이 달아 준다. '보수 개신교인들이여, 뭐하는가. 항의 전화 해야지!'라는 신호가 아니면 무엇일까"라고 썼다.

김 PD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섭외 취소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작은 내부 행사인데 사생결단하듯 항의 전화를 한 모양이다. 수법이 유치 찬란하다"고 말했다.

또 김용민 PD는 "내가 2012년 총선 출마했을 때나 2016년 이노근 의원 낙선 화환을 보냈을 때도 유 아무개 기자가 기사를 썼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나와 통화한 적도 없고 접촉한 적도 없다"고 했다.

협회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 기자는 과거 김용민 PD에 비판적인 기사를 다수 써 왔다. 자사 보도로 강사 선정 취소에 영향을 행사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유 기자는 김용민 PD의 의혹 제기는 '거짓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계 기자를 오래 했지만 GMW라는 단체를 알지도 못한다. 과거에도 크리스천기자협회 행사나 수련회가 있을 때마다 기사를 썼다. 이번에도 객관적 사실만 쓰지 않았느냐. 나는 김용민 씨가 강사로 선정된 것을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기자는 크리스천기자협회 소식을 종종 기사로 썼다.

유 기자는 "기사가 나가고 파장이 생긴 것인데 어떻게 하나. 그것까지 내가 책임져야 하나. 협회 내부에서도 찬반 양론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썼다. 김용민 씨는 거짓말을 만들어 유포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 팔로워도 많다. 이렇게 되면 나는 알지도 못하는 단체와 협잡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겠느냐"고 억울해 했다.

유 기자는 이후 한 차례 더 전화를 걸어 와 "<뉴스앤조이>는 항상 김용민 편을 들지 않았느냐. 노파심에 얘기하는 거다. 김용민 씨가 주장하는 것은 형사 고소감이다. 당신도 같이 (고소)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했다.

한편, 크리스천기자협회 회원들은 항의 전화까지 받을 일은 아니었다는 분위기다. 한 회원은 "김용민 PD에게는 '교회가 어떠해야 한다'는 얘기보다 이단 문제를 다루는 CBS 팟캐스트(싸이판)에 패널로 출연하니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교회 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지만 기자들에게는 펜을 갈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여겼는데 다 틀어졌다"면서 "한국교회가 (이럴수록) 김용민 전도사를 더욱 스타로 만드는 것이다. 김용민 전도사 하나도 못 넘어서면서 종교개혁을 논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라고 썼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