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힐링 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광주민주화항쟁 기념식에서 눈물을 닦는 모습 등 임기 시작부터 국민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행보를 계속 보였습니다. 인사에서도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인물들을 발탁하며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대다수 대선 후보와 정치인이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 목소리에 귀 기울인 건 문재인 대통령뿐이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매우 고마워했습니다.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고 호소하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실종 시점이 대선이 시작된 기간이어서 언론과 국민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4월 18일, 당시 문재인 후보 유세 장소인 용산역에 방문해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첫 만남이었습니다. 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에 부탁해 국회의원들과 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상황에 진전이 없자, 문재인 후보는 캠프에 스텔라데이지호 담당 창구를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사회혁신수석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관련 민원을 담당하도록 배정했습니다.
한 달이 흘렀습니다. 실종 선원 가족은 이전 정권에서 한 달, 문재인 정부에서 한 달을 보냈습니다. 가족들은 문재인 정부에게도 계속 "기다려 달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답변만 듣고 있습니다. 외교부·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에서만 듣는 말이 아닙니다. 청와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고 수색 재개를 기대했던 가족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국민이 감동한 이유는 진정성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서, 5·18둥이를 안아 주고, 현충일 행사에서 국가 유공자에게 다가간 모습 등을 보며 국민 대다수는 진심을 느꼈습니다. 그가 외쳤던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이제 잘 알겠다는 말도 들립니다. 야당이 '정치 쇼'라고 외치지만 "이 정도 정치 쇼라면 만족한다"는 누리꾼의 반응을 보면 국민 정서가 느껴집니다.
이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국정 철학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족을 기다린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동안 선사와 정부의 대응에 단 한 번도 진정성을 느껴 보지 못한 이들입니다. 대한민국 영토도 아닌, 너무나 먼 남대서양에서 가족을 잃어버렸습니다. 그중 20대 젊은 두 선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대체 복무 중이었습니다.
이들을 수색하는 일에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국가가 실종자 수색에 직접 나서야 합니다. 사고 지역에 수색선도 보내고, 위성 촬영 결과도 서둘러 가족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사람 생명이 달린 문제이니 우선적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은 정부의 진정성을 더욱 신뢰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선원 외에도 필리핀 선원 10여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필리핀에서도 실종 선원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도 계속된 수색을 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필리핀 가족 대표 3명이 남대서양을 수색하겠다며 2달간 브라질로 떠났다고 합니다. 필리핀 외교부는 가족들을 돕겠다며, 수색 자원을 마련한다고 했습니다.
필리핀 선원 가족과 이메일 등으로 대화하며 연대하는 한국 실종 선원 가족들은 이 소식에 한탄합니다. 허경주 실종선원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가난한 필리핀 정부도 가족을 위해 뭐라도 시늉은 하는구나. 가족들이 선원들을 찾는 과정에서 무언가 진정성을 느끼도록 움직이는구나. 우리 정부는 언제나 움직여 줄까"라고 아쉬워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태안 지역에 기름 유출 사고에 대처한 고 노무현 대통령 모습이 떠오릅니다. 현장을 찾아 브리핑을 받던 대통령은 책임자에게 "불가항력이라는 말 나오지 않도록 (자원을) 모두 동원하라. 나중에 비용을 받고 못 받고는 재판에 맡길 일이다. 이제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실장으로 동석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이 지시한 말을 이제는 국민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해야 할 때입니다.
"국민 생명을 구하는 일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십시오. 필요하면 외국에서라도 빌리십시오. 나중에 비용을 받고 못 받고는 재판에 맡길 일입니다. 이제는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일을 국민이 용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