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 법인처가 교수·직원·학생·동문 40여 명의 소셜미디어 목록을 파일로 정리해 '사찰' 의혹이 일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 법인처장의 컴퓨터에서 이규학·김인환 이사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정리한 파일이 발견됐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자료에는 전·현직 교수, 학생, 직원, 동문 44명의 이름과 그들의 페이스북 계정 주소가 정리돼 있었다.

계정 주소는 대부분 당사자 페이스북으로 연결됐다. 대부분 이사회에 비판적이거나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거나 특별한 입장을 내보인 적 없는 동문이나 교직원도 있었다. 리스트는 2015년 7월 전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학내 사태로 법인처 점거, 고공 농성, 집단 수업 거부 등이 일어난 후다. 

이규학 이사장 사퇴에 앞장섰던 일부 교수와 학생의 글은 별도의 hwp(한글) 파일로 저장돼 있었다. '이정배 교수 facebook'이라는 파일에는 2015년 7월 10일 이정배 당시 감신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쓴 글 전문을 포함해 감신대 동문 이필완 목사(<당당뉴스> 창간인), 전남병 목사(평화교회연구소) 등이 남긴 댓글 전문이 함께 저장돼 있었다. 같은 날 조경철 교수(신약학)가 쓴 '감신대 교수 - 최저 연구 수준? 최고 연봉?' 글도 별도 저장됐다. 두 교수는 이규학 전 이사장을 반대하며 학내 정상화를 요구해 왔던 교수평의회의 핵심 멤버였다.

재학생들의 글은 2015년 4월부터 정리돼 있었다. 신학과 이정한 씨가 4월에 '시정잡배보다 못한 박용성 씨보다 못한 이규학 씨는 아직도 이사장 ㅠㅠ'라고 올린 포스팅, 5월 10일 강용석 전 국회의원과 이규학 이사장의 사진을 붙여 '쟤도 고소!'라고 올린 사진, 7월 9일 쓴 장문의 글이 모여 있었다. 여기에 담긴 동문들의 댓글도 함께 정리돼 있었다.

감신대 총학생회 페이스북과 감신대 방송국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글도, 날짜 별로 사진·hwp 파일로 저장돼 있었다.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법인처를 점거한 감신정상화를위한학생대책위원회(비대위) 학생들은, 이 자료가 법인처의 광범위한 '사찰' 증거라고 주장했다. 학생들과 직원, 교수들은 물론 동문 목회자들 동향까지 세세하게 파악하려 했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6월 9일, 명단을 작성하고 글을 수집한 배경을 묻기 위해 법인처 직원 ㄱ 씨와 통화했다. 그는"사찰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법인처장님께서 2년 전 학내 분규가 났을 때 들어가서 본다고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주소를 (목록화해) 저장해 놨는데, 본인도 그 이후에는 (어디에 저장해 놨는지) 찾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그뿐"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게시 글 전문을 파일 형태로 저장한 것에 대해서는 "왕대일 교수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소송(총장 후보 탈락에 이의를 제기한 소송)할 때, 학내 분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증거 자료로 제출한 것들이 있다. 우리 쪽 변호사도 그런 것들을 확보해 달라고 해서 갈무리한 것이다. 그걸 어디에 쓰겠느냐. 만일 (이사장에게) 보고하려 했다면, 구두로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소송이 다 끝나지 않아 최근에도 필요한 댓글들은 갈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찰이라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에 다른 분들 보라고 공개 글로 올린 것을 어디에 쓸 수 있나. 솔직히 교수들 성향은 다 알고 있다. 우리가 (이사장에게) 얘기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직접 듣거나 볼 것이다. 안 그래도 소송 등 일이 많아서 직원들이 허덕이고 있는데 그 일(사찰)을 하겠느냐"고 해명했다.

<뉴스앤조이>는 리스트에 올라간 사람들에게도 입장을 물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내 이름도 올라 있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평소 학교 사안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지 않는 직원들도 이름이 올라 있었다. 감신대 직원들은 "만약 사찰이 사실이라면 노조 차원에서의 대응도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라며 불쾌해했다.

이정배 교수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간 법인이 보여 준 모습들에 비추어 별로 놀라울 것도 없다. 안 그래도 내 글은 많이 수집했을 것이다. 일부러 글도 길게 쓰고 더 강한 논조로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문 목회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리스트에 올라 있는지 몰랐다면서 황당해했다.

일부 교수와 학생의 글, 거기에 달린 댓글은 별도로 hwp 파일로 저장했다. 법인처는 소송 증거 제출용이라고 해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신대 법인처의 사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생들은 2015년 학내 사태 당시, 이규학 이사장을 규탄하는 대자보 등이 사진 촬영돼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법인처의 정보 수집 내역 등은 전용재 감독회장이 위원장으로 2015년 8월 활동한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도 담겼다. 500여 쪽 분량의 진상 조사 보고서에는 법인처의 교수회의 도청, 교수 사찰 의혹도 담겼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이 파일이 빙산의 일각이고 실제로 더 많은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비대위 한 학생은 "법인처 점거 당시 직원들이 외장하드를 들고 나갔다. 평소 모든 데이터를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고 외장하드에 보관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당시 이사장이었던 이규학·김인환 목사가 법인처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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