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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교회에 바른말 못하는 '궁정시대 예언자'는 필요 없다"

[인터뷰] 박일영 루터대 전 총장 "교회 개혁은 계속되는 것"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7.06.09  16: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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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대학교 3대 총장을 지낸 박일영 교수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법원이 전병욱 목사 성범죄를 인정했는데, 교단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하다. 이게 무슨 교회인가.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 돈과 (교인) 숫자만 신경 쓰는 한국교회가 과연 종교개혁을 논할 수 있겠는가."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백발의 노교수가 성토하듯 말했다. 흔들림 없는 동공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는 듯했다. 루터대학교 3대 총장을 지낸 박일영 교수(조직신학)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더 늦기 전에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개혁'은 자칭 '개혁주의 교회'가 사용하는 개혁의 의미와 180도 다르다.

박일영 교수에 따르면, 교회 개혁은 계속되는 것이다.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다. 어떤 과제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시점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아직도 16세기에만 머물러 있고, 오히려 종교개혁 당시 구교를 닮았다. 교회와 교단은 교인 수로 '서열화'된 지 오래다. '부와 성공'을 좇는 사회 현상에 편승했다. 박 교수는 "세상과 달라야 할 교회가 세상과 똑같아지고 있다. 의존하고, 지배하는 구조가 교회에 만연하다"고 평가했다.

루터 전문가 박일영 교수를 6월 7일 만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그는 '오직 믿음'과 '오직 은혜'에 대한 문자주의 탈피를 강조했다. 한신대와 연세대 신학대학원을 나온 박 교수는 1991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박 교수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루터대 본관.

-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한국교회 안팎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회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한국교회가 개혁 대상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내가 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한국교회가 예수님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해야 할 원수를 타도하는 데 열중해 왔다. 하나님 이름으로 적을 만들어 놓고, 교회가 적을 물리쳐야 한다고 선동했다.

'계급화'도 문제다. 사회든 교회든 계급 우선이다. 교회에서도,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은 높이 취급을 받고, 몸 쓰는 일하는 사람은 못한 사람으로 여긴다. 종교개혁 당시 루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주교나 교회 청소부 지위가 똑같다고 봤다. 성직자든 아니든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 평등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성공이 구원으로 이어진다고 보지 않았다. 예수를 받아들인 사람의 내면 즉 '가치'를 봤다. 지금의 교회는 어떤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하나님은 목적을 가지고 한 사람 한 사람씩 창조했다. 사람의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

'오직 문자주의'도 심각한 문제다. 목사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몇몇 성경 구절을 가져와 이야기한다. 요즘 가장 나쁜 현상 중 하나는 과학을 성경으로 설명하려 달려드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자꾸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교회를 고립시키는 일이다.

루터가 봤을 때 당시 가톨릭은 성경을 이용해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성경을 가지고 교인을 구속하고 율법화했다. 루터는 성경 문자주의에 얽매이지 않았고, 결코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려 하지 않았다. 루터는 철학·예술 등 모든 분야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봤다. 이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분야를 억누르지 않았다.

요즘은 어떤가. 오늘날 교회는 성경을 문자적으로 보면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하나님은 성경 속에만 계시지 않는다. 자연, 역사, 문화 속에서 넓게 이해해야 한다. 우주의 하나님을 신앙의 언어로만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는 안 된다.

'값싼 은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우리는 은혜를 내재적으로 주입되는 것으로, 능력이 고양되고 성품이 좋아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을 할 때 성취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기복주의가 생긴 것이다. 은혜는 그런 게 아니다. 루터는 이 은혜관을 깨트렸다.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이 곧 '은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삶과 내 가치를 인정해 주는 예수님이야말로 진정한 은혜다. '오직 은혜'는 혁명적이며 인간의 가능을 확장해 주는 개념이다.

박 교수는 부도덕한 성직자를 내쫓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목회자 윤리 문제도 심각하다.

얼마 전 법원이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를 인정했다. 전 목사를 비호해 온 교단은 지금까지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하다. 이게 무슨 교회인가.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 돈과 (교인) 숫자만 신경 쓰는 한국교회가 과연 종교개혁을 논할 수 있겠는가.

루터는 무능하고 게으르고 부도덕한 성직자를 공동체가 언제든지 쫓아낼 수 있게 교회 구조를 만들었다. 프리스트(성직자) 안수는 세 곳(공동체, 시의회, 신학 교육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게 했다. 외부의 간섭을 받게 한 이유가 있다. 루터는, 인간이 아무리 지혜와 은혜를 입어도 외부 간섭 없이는 방종한다고 믿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세상의 권위를 인정하고 간섭하게 만들었다.

- 비판뿐만 아니라 대안도 필요할 것 같다. 진정한 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면.

'평신도 운동'을 해 보면 어떨까 싶다. 목회자보다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해도 권력을 가진 사람은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조직적으로 평신도 신학 운동을 전개해 나가면 뭔가 깨우치는 게 있지 않을까.

개신교는 만인사제직이다. 평신도들이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담임목사에게 맹종하는 이가 많다. 지배 문화에 안주하며, 지배받는 것을 자청한다. 이걸 깨트려야 한다. 안 그러면 불행해진다.

목소리를 내야 할 사람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신학 교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각 교단 신학의 자율성이 확보돼야 한다. 큰 교회 목사들이 신학교수들을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 찔림이 되는 소리를 하지 못하는 신학자는 쓸모가 없다는 말이 있다. "당신이 언제나 옳다", "하나님이 축복할 거다"고 말하는 '궁정시대 예언자'는 이제 그만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교계 생태계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 교회 구조는 돈·권력 중심이다. 스캔들이 나도 큰 교회 목회하는 목사면 건드리지 못한다. 돈이 그 교회에서 나오니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신학적·양심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한국교회가 되새겨야 할 종교개혁의 의미를 한 가지만 제시한다면.

500주년이 되고 보니, 개신교가 개혁의 대상이 됐다. 교회나 교인 숫자가 적어서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른 교회, 바른 신앙인의 모습이 삶과 사회에서 나타나야 한다. 교회는 계속 개혁돼야 한다. 리폼드(reformed)가 아니라, 날마다 자기를 검증하고 비판해야 한다.

개신교회에 있어서 무엇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점이다. 자기가 가는 길을 계속해서 검증하고 비판해야 한다. 이 작업이 중단되는 순간 교회는 부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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