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유원지에 무덤을 갖다 놓겠다는 거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6월 4일 일요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와동체육공원. 한 할머니가 역정을 냈다. 자원봉사자들이 416안전공원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었다. 한 자원봉사자가 416안전공원 조감도를 보여 주며, 안전공원은 시민들이 자녀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원 형태이고 추모 시설은 지하에 설치된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조감도를 잠시 보고 나서는 자신이 오해했다고 말했다. 화장터와 무덤이 들어오는 줄 알았다면서, 이런 모습이라면 달리 생각해 볼 수 있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세월호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준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들은 이날 와동체육공원에서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 잔치 '마을에서 함께하장'을 열었다. 가족들을 비롯해 시민단체, 지역 활동가, 자원봉사자 등이 천막을 여러 동 설치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과 먹거리를 준비했다. 노란 옷을 입은 세월호 가족들은 엄마·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의 볼과 손등에 그림을 그려 주거나, 아이들에게 칼·강아지 모양으로 접은 풍선을 나눠 주었다. 다른 천막에서는 파전을 굽거나 아이스 커피를 만들어 주었다. 공원에는 파전 냄새가 가득했다.

한쪽에는 '416안전공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적힌 천막이 있었다. 416안산시민연대 회원과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416안전공원을 소개하고 있었다. 시민단체 회원과 종교인들은 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돌리며 안전공원 취지와 의미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가안으로 만든 416안전공원 조감도를 전시하고, 공원 조성을 위한 서명을 받았다.

416가족협의회 추모분과장 성빈 엄마 김미현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들은 지역 주민과 함께하자는 취지로 '엄마랑 함께하장'과 같은 마을 행사를 열어 왔다. 주민들이 자녀들과 함께 체험 활동을 즐기며 동시에 세월호를 기억하고, 한국 사회가 안전하고 서로 돌보는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416안전공원도 함께 소개하고 있지만, 주목적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주말을 맞은 주민들이 즐겁고 편하게 어울리는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주말마다 지역을 돌며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

공원 한쪽에는 416안전공원 소개 부스도 마련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반대 주민 거센 항의
세월호 피로도
아파트값 하락·미분양 걱정

416안전공원은 현재 안산시 내 첨예한 이슈 중 하나다. 안산시는 이달 안으로 화랑유원지에 416안전공원을 조성하는 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결정 기한이 다가오면서, 안전공원을 반대하는 주민들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6월 2일 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에 난입해 행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반대 주민에게 발언권을 주겠다 했지만, 이들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진행을 막았다.

반대 주민들은 안산시민 전체가 이용하는 유원지에 추모 시설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6월 4일 와동체육공원에 나와 있는 주민들을 인터뷰하면서 반대하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50대 남성 박영호 씨(가명)는 지금도 합동 분향소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동 분향소가 들어서기 전까지, 화랑유원지와 오토캠핑장이 잘나갔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나면서 다 망했다. 이 문제가 3년 넘게 계속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갑갑해한다. 그런데 이제는 안전공원까지 들어온다고 하면, 주민들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말했다.

피로감을 나타내는 주민도 있었다. 김은희 씨(가명)는 단원고 희생자들과 같은 나이 딸을 뒀다. 그는 "희생자들은 우리 딸의 친구였다. 우리 집에서는 세월호가 금기어다. 딸이 여전히 힘들어한다.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안전공원이 화랑유원지에 들어오는 게 좋겠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주민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되도록이면 이 사건을 잊고 싶은데, 안전공원이 들어오면 매일 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가장 두렵다"고 했다.

416안전공원 조감도(가안). 뉴스앤조이 박요셉

공원에서 만난 한 시의원은 "반대하는 주민들 입장에서 볼 때 세월호 참사는 슬픈 기억이고 아픈 기억이기 때문에 자꾸 보고 싶지 않다는 거다. 안산 지역 전체가 직간접적으로 당한 트라우마가 크다. 가족들이 원하는 바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참사를 직면하며 사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 심포지엄 때처럼 반대 주민들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어떤 얘기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피로도가 상당히 쌓였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정부가 세월호 가족들을 외면하고 악의적인 내용을 유포하면서 세월호 문제가 왜곡됐다. 세월호 가족들의 활동이 마치 사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처럼 보고 있다. 그래서 배타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대화를 하면서 의견을 좁혀 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 관계자는 "반대 주민들 논리는 복합적이다. 세월호 문제가 잘 해결되어 하루빨리 분향소가 철거되길 바랐던 주민들이, 안전공원이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고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재건축 조합들이 기름을 부었다"고 했다.

"반대 주민들이 전면에 내걸지는 않지만 그 내면에는 아파트 가격에 대한 고민, 분양에 대한 우려가 있다. 현재 안산시 초지동·원곡동·선부동·고잔동 일대에는 20여 개 재건축 단지가 설정되어 있다. 재건축 조합들 중심으로 '납골당', '추모 시설'이라는 표현과 함께 선동이 들어갔다. 두세 달 전부터 아파트별로 주민들이 모여 입장을 정리하고, 플래카드를 내걸고 반대 서명을 돌렸다."

대다수 주민
안전공원 잘 몰라
잘못된 정보가
오해와 불신 낳아

그러나 정작 와동체육공원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416안전공원이 무엇인지 자체를 잘 몰랐다. 공원에서 주민 30여 명에게 안전공원 조성에 어떤 입장인지 물었다. 4~5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안전공원이라는 말을 이날 처음 듣거나 몇 번 들어 보긴 했지만 자세히 모른다고 답했다.

언급했던 것처럼, 안전공원을 납골당·묘지로 오해해 계속 반대해 오다가 이날 자원봉사자 설명을 듣고 생각을 바꾼 할머니도 있었다. 그는 화랑유원지 전체를 납골당으로 바꾼다고 생각하고 반대 서명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공원에서 만난 대다수 주민은 416안전공원을 이날 처음 듣거나 자세히 모른다고 답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빈 엄마 김미현 씨는 "안전공원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적다. 화랑유원지 전체를 안전공원으로 조성한다거나 안전공원을 묘지 또는 납골당으로 오해하는 이도 있다. 직접 만나 자세히 설명하고 취지와 목적을 얘기하면 금방 수긍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행사장에 난입했던 분들처럼,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분들이 있어서 어려움을 느낀다. 잘못된 정보 때문에 오해와 불신이 쌓이는 것 같다. 주민들을 만나고 차근차근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조금씩 바꿔 나갔으면 좋겠다.

416안전공원 목적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이다. 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아이들을 기억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로 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의 민낯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결국 한국 사회를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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